낯선 곳의 호텔입니다. 당신은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팁을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하시겠습니까?
17년 10월, 메모 두장이 한화로 20억에 가까운 금액에 낙찰됐습니다. 각각 평범한 종이에 독일어로 써진 문장. 어떤 메모이길래 20억의 평가를 받았을까요?
1922년 아인슈타인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상대성 이론으로 큰 명성을 얻은 후였죠. 강연을 마치고 호텔로 들어갔을 때, 호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금이 없었죠. 그는 ‘나중에 주겠다’는 하나마나한 약속을 하거나 흔한 말로 때우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큰 가치를 지닐 것이라며 종이 두장에 각각 짧은 문장을 써주었습니다.
“조용하고 겸손한 삶은 끊임없는 불안감으로 성공을 좇는 삶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행복 혹은 삶에 대한 그의 철학이 짧은 두 문장에 담겼습니다. 이렇게 호텔 직원에게 전달된 메모가 후에 경매에 출품된 것이었습니다. 이미 노벨물리학상 수장자로 선정되었기에, 어느 정도 가치를 갖게 될 거란 걸 아인슈타인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작은 친절에도 큰 의미를 선사한 에피소드. 아인슈타인의 업적만큼 그의 인간성을 존경하게 만듭니다.
감동의 포인트에는 늘 ‘이렇게까지’ 행하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자신감, 어디까지 만들어줄 수 있나요
‘아름다움.’ 어느 시대건 여성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때가 있을까요? 다만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는 끊임없이 변해왔습니다. 만들어진, 보여주기 위한 아름다움이 아닌 ‘리얼 뷰티’를 만들어가는 도브에 이어, ‘당신의 소중함’을 오랫동안 소구해 온 로레알. 그들은 여성의 자신감을 찾아주기 위해 이렇게까지 합니다.
‘여성이 된다는 건’ 완벽해지는 것이고 실패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죠.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81%의 여성이 실패에 대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패는 가치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늘 크고 작은 실패로 메꿔지면서 탄탄해지니까요. 로레알은 이제 여성을 더 자유롭게 만들고자 합니다. ‘실패’를 터부시 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실패’를 얘기함으로써 여성들의 두려움을 없애려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이력서 쓰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Worth it Reseme.’ 누구도 이력서에 쓰지 않던 이야기, 오히려 약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 숨기려고 했던 일들. 성공담 대신 실패담을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에바 롱고리아부터 배우 제인 폰다, 헬렌 미렌, 아자 나오미 킹, 앤디 맥도웰 등 누구나 동경하는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신인 시절엔 연기를 못해서 다른 사람 목소리로 더빙해야 했던 이야기, 배역을 따내기 힘들었던 시절의 어려움, 작품을 얻으려고 고군분투해야 했던 이야기, 지금의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는 실패들이 채워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가장 필요한 순간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채용 사이트인 Linkedin에 공개됐습니다. 배우뿐 아니라 여러 비즈니스 우먼들도 동참했죠. 걸스 후 코드의 CEO인 레시마 사우자니, Sprinkles의 CMO인 미셸 웡 등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로레알의 철학인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존재’라는 데서 출발했고요.
현대 여성의 자신감을 세워주기 위해, 로레알은 실패담부터 시작한 거죠. 실패는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누구든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니까.
예술작품과의 대화,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AI가 놀라운 건 ‘이렇게까지 한다고?’의 놀라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촬영 없이 만든다고? 이걸 몇 분 만에 만든다고? 이걸 가능하게 한다고?’ 미국 플로리다주의 달리 뮤지엄은 AI를 써서 또 하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예술작품과의 대화’입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건 작품과 교감하기 위해서입니다. 교감 포인트는 각자 다르지만, 예술가가 의도한 대로 감동을 느끼거나 놀라움을 만나게 되죠. 하지만 때론 진짜 예술가가 의도한 바는 뭘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책에 쓰여 있는 것 말고 생생한 대화를 들으면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서 달리 뮤지엄은 ‘살아있는 달리’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Goodby Silverstein & Partners와 달리 뮤지엄은 먼저 AI를 훈련시켰습니다. 달리 작품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달리의 목소리를 익히게 한 거죠. 달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그의 개성을 반영하고 유머까지 구현했습니다. 또한 달리의 작품과 똑같이 생긴 ‘랍스터 폰’을 등장시켰습니다. 작품을 보다 궁금한 게 생긴 관람객은 랍스터 폰을 들고 달리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이른바, ‘Ask Dali'프로젝트.
“왜 시계가 녹고 있죠?”
“<기억의 지속>에 나오는 그림은 진짜 당신이 다 꿈에서 본 건가요?”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화한 달리의 작품엔 ‘궁금한 것’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초현실주의 작품이야말로 예술가와의 대화가 많이 필요한 영역일지도 모릅니다. 달리는 생전에 새로운 기술과 도구에 많이 매료됐다고 합니다. 그러니 달리 뮤지엄이야말로 그림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어울리는 곳이죠.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에도 ‘달리 목소리’가 시종일관 흐릅니다. 어떤 질문이든 자신이 답하겠다고 소개하죠. 미술관은 현대인과 달리를 연결시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냅니다.
마요네즈 회사가 이거까지 만든다고요?
마요네즈와 케첩, 소스, 샐러드드레싱을 만드는 기업은 음식 낭비를 막기 위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요?
캐나다의 마요네즈 브랜드, HELLMANN'S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음식 낭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음식 낭비에 일조하고 있는 Z세대들은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였죠. 브랜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 냈습니다. 마요네즈 브랜드가 마침내, 스니커즈까지 만든 겁니다.
역시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ID.Eight과 협업했습니다. 음식 쓰레기지만 재활용성이 높은 옥수수, 사과, 버섯, 포도 등에서 추출한 원료로, 마요네즈 패키지를 떠올릴 수 있는 컬러를 적용해 멋진 스니커즈를 만들어냈죠. 제품명은 ‘1352:Refreshed Sneakers.’ 매년 캐나다 가정은 평균 1,352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음식을 버린다고 합니다. 이 높은 금액을 환기시키기 위해 아예 이름에 1352를 붙인 거죠. 그리고 메시지를 더했습니다. “Make Taste, Not Waste." 맛있게 먹되 버리지는 말자는 이야기. 스니커즈는 실제 판매용은 아닙니다. 오직 10켤레만 제작돼 신발 매니악과 패션 인플루언서에게 보내졌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Z세대들의 관심을 공유하기 위해서죠.
프로젝트는 단지 신발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니커즈에 관심을 보인 소비자들이 웹사이트에 들어와서 이벤트에 참여할 때마다, Hellmann's는 한 사람당 10끼의 식사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무엇인가 꾸준히 해나간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입니다. Hellmann's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것에 집중하면서, 스니커즈를 만드는 데까지 진정성이 닿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파고드는 진정성
물건을 팔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적습니다. 하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하이네켄은 늘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주 앉아 있어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일쑤죠. 그래서 생각지 못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오직 마주 앉은 상대방에게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Boring phone'을 선보였습니다. 오직 통화와 문자만 가능하고, 사진을 찍을 순 있으나 저화질로만 찍히며 간단한 구식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입니다. 어떤 앱도 깔 수 없으며 인터넷에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이 폰은 하이네켄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맞아 패션 브랜드 Bodega와 협업해 개발하였으며, 노키아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인 HMD가 제작했습니다. ‘뉴트로’에 열광하는 Z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해, 투명한 케이스에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였죠. 이 폰은 단 5,000개가 만들어져 배포될 예정입니다.
마요네즈 브랜드는 운동화를 만들고, 맥주 브랜드는 폰을 만들고, 화장품 브랜드는 실패 이력서를 만들고.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제품이지만, 그들이 이렇게 ‘난데없는’ 제품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일관적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션과 철학을 공유하는 일.
끊임없이 파고드는 고민이 ‘이렇게까지’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더해진다면 예상을 깨는 일은 더 많이 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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