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04 : 우리 모델 최고 - 삼양식품 수타면 TV-CM , 신동엽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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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닮은 어릿광대, 수타면을 만나다
 
 
 삼양식품 수타면 TV-CM의 신동엽
 
신 규 철 대리 | CR1그룹
gcshin@lgad.lg.co.kr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개구쟁이마냥 참 천진난만하다.
딴에는 화낸 모습이라며 눈을 크게 뜨고 인상을 쓰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무섭기는커녕 되려 웃음이 나온다.
그 싫고 좋음이 너무도 쉽게 쉽게 갈리는 연예인들의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 연예인. 한마디로,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사람.
이것이 수타면의 전속모델로 제작팀이 낙점한 개그맨 신동엽에 대한 수 십 가지 이유 중 몇 가지이다.
 
촬영장에 도착, 감독과 함께 세트를 체크한 후 그를 기다렸다.
커피 한잔 부탁한다는 교수님 말에 학교 근처 다방에 전화를 했고, 곧이어 미니스커트 차림의 다방 여직원(?)이 보자기를 싸들고 강의실로 들어오는 바람에 교수님과 학생들이 포복절도했다는 그의 일화가 떠올라 혼자 히히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웃음에 취해 있는데, 뒤가 소란스러워졌다.
그가 왔다.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에 반갑게 손을 내밀었는데…… 어! 손을 내미는 그의 표정이 너무 예의 바르다. 포옹이라도 한번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이 사람 이거 왜 이래? 아 참, 이 사람(신동엽)은 날 모르지 ^^; 졸지에 촌놈된 기분이 영 수습이 안돼서 메이크업하라고 분장실로 들여보내고 계속 구시렁거렸다.
많은 연예인 모델들 중에서도 개그맨들은 특히 촬영장에서 조용하다. 그도 그랬다. 일체 농담이나 사담 없이 콘티만 들여다보았다.
어?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괜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촬영 첫 신부터 그 특유의 장난기가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했다. 웃음끼 짙은 콘티일수록 아웃풋을 좌우하는 건 모델의 연기력과 적절한 타이밍의 애드립!
과연 신동엽은 프로였다. 계속되는 쟁반 세례에 머리가 얼얼할 텐데도 감독과 나의 뭔가 모를 아쉬운 표정에 보란 듯이 콘티에도 없는 애드립이 튀어나온다. 감독과 나는 바라보며 서로 낄낄거리며 OK를 건졌다.
인물촬영 끝, 잠시 휴식. 씨즐촬영을 위해 조명을 바꾸는 동안 감독과 마지막 관문에 대해 상의했다.
먹는 광고에서, 먹는 컷만큼 중요한 건 없지 않은가? 더구나 모델이 라면을 먹는 촬영 경험이 있다면 좀더 수월하겠지만, 아쉽게도 신동엽은 라면광고 모델로는 수타면이 처음이었다.
필자의 과장이 아니라, 그만큼 먹는 연기를 훌륭히 해내기란 대단히 어렵다. 실제로 집에서 모델들처럼 라면을 먹어보시라!
‘쟁반노래방’ 다음 편인 ‘벨소리’편을 촬영할 때다. 서브모델들의 먹는 연기가 너무 어설프기에 모델들한테 무지하게 타박했었다. 그리고 촬영 끝내고 새벽에 집에 와서 도전해봤는데, 한번은 입 천정을 데어서 혼쭐났고, 또 한번은 너무 뜨거워서 먹다가 혀를 깨물었더니 마누라가 한심한 듯 쳐다보곤 했었다.
 
신동엽의 두 번째 프로정신은 먹는 연기에서 더욱 더 그 빛을 발했다.
일부러 점심을 굶었다는 것이다. 감독의 레디~고 사인에 그는 정말이지 맛깔스럽게 수타면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배고픈 사람이 라면을 먹으니, 이건 거의 연기가 아니었다. 리얼리티가 살아 숨쉬어(?) 허구와 연출의 세계를 압도하고, 헝그리정신이 진정한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ㅎㅎㅎ~
그의 세 번째 프로정신은 ‘벨소리’편을 촬영했던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보여졌다. 내가 아는 한, 신동엽 그는 결코 슬랩스틱 코미디를 무기로 하는 개그맨이 아니다. 순발력 넘치는 재치와 경박스럽지 않은 말솜씨에 근간을 두는 연기자이다.
그런데 두 번째 콘티인 ‘벨소리’편은 그의 기존 연기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신동엽이 시쳇말로 ‘오바’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서로 얼굴도 모른 채 만난 60여 명의 엑스트라로 가득 찬 강의실은 서먹서먹한 분위기 때문인지 산만하고 어색함으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리액션(reaction)을 받아줄 상대 연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썩 좋은 환경은 아닌 셈이었다. 콘티를 받아 든 그는 잠시 생각을 하고 오겠노라고 말한 뒤 10여분 후에 다시 촬영장에 나타났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캉캉’곡(曲)이 강의실을 휘감기 시작하고, 감독의 손짓이 신동엽을 지목하자 그는 캉캉에 신들린 사람마냥 좌중을 압도하는 몸짓을 지어내보이는 것이었다. 그의 망가짐(?)에 힘입어 웃느라고 정신없던 엑스트라들도 덩달아 망가지고…… 촬영은 무사히 끝났다.
 
그의 프로정신은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것이었다. 더불어 그에게서 발견한 성실함과 소박함 또한 천진한 그의 웃음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들이었다.
광고촬영을 무슨 적선이나 하듯, 무성의하고 불성실하게 생각하는 모델들이 판을 치고 있는 세태가 우리 광고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본인의 연기에 스스로 책임을 묻는 자세를 가진 연기자 신동엽. 특별히 준비한 저녁식사를 마다하고 굳이 다른 이들과 똑같이 차가운 도시락을 고집하는, 인간 신동엽.
나는 그때서야 그가 ‘러브하우스’의 평생 후원자로서 자원한 진의를, 그리고 그 진심이 소박함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상냥하게 인사를 나누고 촬영장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언뜻 그를 뒤따르는 파랑새 한 마리를 본 듯도 싶다.
지난 반세기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온 삼양식품의 수타면과 생각하는 어릿광대 신동엽의 롱~~런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