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을 느끼기엔 단 몇 초면 충분하다- CD열전 #16 권혜진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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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뭘까?”

네이버 시리즈 캠페인의 <하렘의 남자들> 편에서 주지훈 배우의 대사죠. 광고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며 제2의 창작물을 만들어낸 대사인데요. 이 대사의 ‘그녀’를 ‘고객’으로 바꾼다면 그야말로 광고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됩니다. 광고는 고객이 상품에서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하죠. 그런 의미로 앞서 언급한 네이버 시리즈 <하렘의 남자들> 편은 수많은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여러 광고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요. 오랜만에 돌아온 CD열전의 주인공이 바로 그 화제의 광고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광고만큼이나 매력적인 권혜진 CD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시죠.

 

스포츠 정신으로 임하는 광고인의 길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장을 순식간에 웃음으로 가득 메운 권혜진 CD.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지금은 한 팀의 리더이자 HS애드의 정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신한 광고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올해로 15년째 광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권혜진 CD입니다. 그중 12년은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어요. 그러다 좀 더 넒은 시각으로 광고를 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새로운 목표를 두게 되었죠. HS애드에서는 정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 전에 ACD로써 하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데요. 2년의 ACD 과정을 거쳐 올해로 정식 CD가 되었습니다."

15년간 광고인 인생을 걸어오고 있는 권혜진 CD는 카피라이터로서 바라보는 광고와 CD가 된 이후에 경험하는 광고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최근 들어 광고 세계의 전혀 몰랐던 신대륙을 발견하는 기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요.

"카피라이터일 때는 말 그대로 카피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길게 주어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깊은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심해까지 숨을 참고 수압을 견디며 내려가 결국 전복을 따내는 경험들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카피 작업에 있어서 저 자신만의 방법론을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쓴 카피로 얻는 작은 성취들이 모여 새로운 원동력을 얻었었죠. 반면에, 지금은 카피 고민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와 기획, 감독, 외부 포스트 프로덕션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예전만큼 카피 작업에 시간을 쓸 수가 없어요. 하지만 팀원들이 가져오는 아이디어들을 모아 함께 고민하고, 그중 더 좋은 것을 선택해 발전시켜 나가는 지금의 작업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에요.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 그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게 아직도 너무 재밌고 신비로워요. 그리고 CD가 되니 제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졌는데요. 때문에 제 스스로 판단의 기준을 계속해서 높여 나갈 수 있도록 일상에서도 최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좋은 판단력’을 가지기 위해 일상에서도 노력한다는 권혜진 CD는 평소에 뭘 보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메모는 당연하고 사진 등 기록이 습관이며, 사람들과의 대화 또한 일과 연결된다고 하는데요. 취미인 독서 또한 자연스레 광고로 연결됩니다.

"책 중에서도 인터뷰집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새로운 생각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다잡기도 하죠. 최근에는 이승엽 선수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공이 오면 공을 친다. 거기에만 집중하세요.’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프로젝트에 대한 어려움, 예상치 못한 변수나 남들의 평가 등 지금 내 눈앞에 계속해서 던져지는 공이 무엇이든 하나하나 집중해서 제대로 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쉴 수 있는 날도 오겠죠? 한편으로 운동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고, 높은 타율과 좋은 점수를 얻는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 어쩌면 광고인의 삶과 닮았다고 느껴졌어요."

스포츠 정신에 가까운 직업의식으로 남다른 열정과 지구력을 자랑하는 권혜진 CD.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기 마련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솔직히 모든 프로젝트가 힘든 것 같아요. 지금 광고인으로 15년 차인데 어떻게 여전히 이렇게 매번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매번 새로운 챌린지,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게 되기 때문에 그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고 쌓아가는 것이 결코 적응되는 과정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점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요, 정말 힘든 건 그 모든 걸 해내고 온에어 시켜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설 때쯤 외부의 변수로 인해서 세상에 선보이지 못하고 사라졌을 때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저는 “Win or Learn”이라는 한 격투기 선수의 말을 떠올리곤 해요. 경기를 치르고 난 후의 결과는 “이기거나 지거나”가 아니라 “이기거나 배우거나”라는 관점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기면 이겨서 좋고, 그게 아니면 배우는 게 있으니 좋고, 힘들어도 절망할 필요는 없는 거죠."

여전히 모든 순간 배움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권혜진 CD의 광고에는 명확한 한 가지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바로 광고로서 충실한 광고입니다. 창작자로서 욕심을 접어두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혹은 갖고 싶어 하는 색깔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인데요. 그런 권혜진 CD의 작품들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광고의 역할에 충실한 광고

CD로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권혜진 CD는 단연 네이버 시리즈 <하렘의 남자들>편을 꼽았습니다. 이는 ‘서울영상광고제 2020’에서 한 해 동안 제작된 영상 광고 중 우수 작품으로 선정, 동상을 수상하며 HS애드가 2020년 ‘올해의 광고회사’(Agency of the Year)로 선정되는데 큰 몫을 해냈죠.

 

▲ 네이버 시리즈 <하렘의 남자들> [주지훈 Part.2] (출처: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네이버 시리즈 <하렘의 남자들>은 PT 때부터 반응이 좋았던 캠페인인데요. 이번이 2차 캠페인 진행으로, 기존에 타 광고사에서 진행했던 1차가 성공적인 케이스라 후속 캠페인에 임하는 마음에 부담감이 없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유연한 대처로 지킬 것과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해 새로운 전략 포인트를 찾아갔습니다. 그 결과, 배우가 주는 임팩트는 유지하면서 원작 웹 소설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 캐릭터가 주인공을 묘사하는 설정으로 보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지금의 광고가 완성되었는데요. 원작에 대한 매력 어필과 몰입감을 강화 시키며, 웹 소설 유저들을 타깃으로 하는 2차 캠페인 취지를 완벽하게 만족시켰습니다.

유튜브로 광고가 공개되자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실감했는데요. 심지어 댓글만으로 디지털 광고를 추가로 만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지훈 배우가 나를 붙잡고 이 웹 소설을 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는 댓글은 광고 기획 단계부터 의도했던 원작 웹 소설로의 고객 유입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이라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품 특유의 화법을 활용한 각종 패러디를 포함한 2차 창작물을 배출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첫 OT를 받고 주연이 아닌 조연의 얘기를 해보자는 의견을 아트가 던지고, 당시에 신입사원이었던 팀의 막내가 그 팁을 받아 첫 회의에서 바로 그 화법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 왔어요.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카피를 계속 디벨롭 시켰고 결국 온에어까지 성공했죠. 작품의 핵심이 될 아이디어가 누구에게서 나오게 될지 모르고 그걸 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게 광고가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 LG Objet Collection – Joyful 편 (출처: LG전자 유튜브)

권혜진 CD의 광고는 늘 명확합니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그를 구성하는 깔끔하고 세련된 비주얼적 요소로 소개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왜 선택해야 하는지를 짧은 초수 안에 정확하게 전달하죠.

 

▲ LG TONE Free – 원음의 공간감: Vibe 편 (출처: LG전자 유튜브)

권혜진 CD는 이렇게 ‘광고 다운 광고’, ‘온전히 브랜드의 것으로 역할하는 광고’를 만들어냅니다.

 

▲ 제2의 나라: 사전등록_여행팁편 (출처: TVCF)

권혜진 CD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팀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낸 작품,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쉽게 온에어 시키지 못했던 작품 그 모든 곳에서 ‘권혜진 CD 팀’은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며 빛났습니다.

 

서로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권혜진 CD 팀

"우리 팀원들이요? 사랑이에요. 제가 아주 사랑합니다."

팀원들에 대한 질문에 가장 먼저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4명의 팀원들은 각자 다른 매력만큼이나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로 권혜진 CD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는데요. 권혜진 CD의 좀 더 본격적인 팀 자랑을 들어봤습니다.

"팔불출 같을 수 있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가득한 친구들이라 그만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고요.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의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수용도 빨라요. 지금 팀원으로 완전히 세팅된 건 올해 초로 얼마 안 됐는데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점점 팀워크가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돼요."

 

▲ 서민 CW, 권혜진 CD, 김종환 AD, 김서인 CW, 조문상 AD

"매서운 눈매에 원하는 그림은 꼭 만들어내는, 독수리 같은 첫째 아트 디렉터. 가끔은 저보다도 더 넓은 시야로 프로젝트 전반을 이해하고 방향성을 잡아가는 둘째 아트 디렉터. 그리고 제가 다른 CD 님의 팀원으로 있을 때부터 제가 너무 아꼈던 부사수로 저의 팀을 꾸리게 된다면 꼭 데리고 오고 싶었던 첫째 카피라이터. 제가 지쳐서 타협하려는 순간에도 끝까지 놓지 않고 노력해서 오히려 제가 덕을 많이 보고 있는 막내 카피라이터까지. 저에게는 늘 놀라운 팀원들이에요."

팀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표현에서 권혜진 CD의 믿음과 애정이 전해집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모두 모인 잠깐의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끈끈한 친밀도가 느껴졌는데요. 일로 만난 사이인 그들이 이토록 친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권혜진 CD가 있었습니다. 권혜진 CD가 팀워크를 이끌어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네 명의 팀원 모두 워낙 성격이 좋아서 제가 어떻게 인위적으로 만든 팀워크는 없어요. 다만 저는 무조건 편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예를 들면 리프트를 탈 때 발아래에 그물망 같은 안전장치가 있어야 마음 편하게 경치도 둘러보고 스릴도 즐길 수 있잖아요. 팀에서 저의 역할이 팀원들이 편하게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그런 안전에 대한 확신을 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광고계의 작은 거인, 권혜진 CD

권혜진 CD의 온화한 웃음 뒤에는 묵직한 에너지가 느껴지는데요. 지금의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에피소드를 하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진행했던 한 SNS 브랜드 PT에서 결과적으로 수주에 실패를 맛봤어요. 당시에 광고주의 발표 시기가 미뤄질 만큼 경쟁사와 박빙이었다고 했죠. 그런데 얼마 전에 있었던 정찬성 선수의 경기가 판정승으로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든 생각이 있어요. ‘이번 PT는 우리가 판정패로 졌구나. 다음엔 반드시 판정의 여지없이 압도적 KO로 이겨야겠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KO 승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반성하고 복기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됐어요."

 

광고인으로 겪는 성공과 실패의 순간 모두를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에너지원으로 삼는 권혜진 CD. 마지막으로 후배 광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광고를 하다 보면 성취보다 실망을 경험하는 때가 더 많을 거예요. 늘 내 아이디어가 온에어 된다면 좋겠지만 예상도 못 한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서 꺾이는 순간을 많이 겪어요. 하지만 그 자잘한 실망의 돌부리에 걸려 수없이 넘어지더라도 그때마다 뭔가를 주워서 다시 일어나면 돼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쉽게 넘어지지 않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지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광고를 사랑하고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권혜진 CD의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특유의 밝고 단단한 매력의 소유자 권혜진 CD. 앞으로 또 어떤 광고로 우리를 매료시킬지 기대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