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되는 계기 중 하나는 ‘가족의 영향’입니다. 7~80년대를 호령한 최고의 기타리스트 故 밴 헤일런이나, 21세기 트렌드를 이끄는 빌리 아일리시는 아예 가족과 팀을 이루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여러 종류의 음악을 접하며 가족의 다양한 음악적 성과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만큼 당연한 결과일까요? HS애드의 ‘광고 속 그 음악’ 39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족의 영향으로 음악의 길에 접어든 한 뮤지션의 이야기입니다.
언제나 제품만큼 광고 음악에도 진심인 LG전자. 최근 프리미엄 가전 LG Objet 컬렉션의 새로운 광고가 많은 분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제품에 대한 찬사는 물론이고 속칭 ‘브금’이라 하는 광고 음악에 대한 칭찬이 대단합니다. 90년대 애시드 팝 스타일의 ‘Modern’ 편과 화려한 코러스와 악기 파트가 돋보이는 ‘Blossom’ 편도 좋지만, 모던 디스코 스타일의 ‘Natural’ 편의 BG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Natural’ 편 광고 음악의 주인공은 바로 세대에서 손꼽히는 베이스 기타 플레이어이자 작곡가인 ‘에린 샌드버그’입니다.
가족 밴드의 빈 포지션에서 매료된 베이스 기타
에린 샌드버그는 스웨덴의 웁살라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 모두가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 집안이었던 에린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 기타 코드를 배우며 음악과 친해졌습니다. 세 오빠와 함께 밴드를 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기타 대신 빈 포지션이었던 베이스 기타를 택한 에린. 그런데 그는 뜻밖에도 베이스 기타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이후 계속해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음악을 공부하던 에린 샌드버그는 당연하다는 듯 스톡홀름의 음악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죠.
그가 고등학교 졸업을 1년 남겼두었을 때, 미국의 음악 명문대인 버클리 음악대학의 교수들이 학생 모집 오디션을 위해 스톡홀름 고등학교로 찾아오게 됩니다. 학생 중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입학 기회를 주는 버클리 음대 오디션은 사실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잡고 싶은 기회죠. 그러나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던 에린은 친구들과 함께 평범하게 졸업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란 건 결국엔 이뤄지기에 ‘운명’이겠죠?
베이스 신동,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날개를 달다
오디션이 아닌, 에린의 트리오가 연주하는 콘서트에서 버클리 음대의 교수들은 베이스 실력에 반해 보스턴 버클리 음대에서 진행하는 5주간의 여름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그곳 생활에 영감을 받은 에린 샌드버그는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기 위해 정식 오디션을 보게 되고 마침내 전액 장학생으로 발탁됩니다.
이미 플레이가 무르익은 에린이지만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2012년에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됩니다. 칙 코리아 밴드의 베이시스트 ‘존 패티투치’와 같은 세계 재즈 베이스 역사에 남을 명인에게 직접 배운 연주 실력은 나날이 단단해졌고, 음악 또한 깊어졌습니다.
이 영상은 그가 졸업하기 전인 2015년 버클리 음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인데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퓨전 재즈 명인 칙 코리아의 명곡 <Spain>을 베이스와 보컬만으로 재해석한 트랙은 60만이 넘는 사람이 감상하고 1만이 넘는 좋아요 수에 300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LG Objet Collection에서 만난 그의 음악
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에린는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합니다. 래퍼이자 프로듀서 ‘6lack’의 음반에서 베이스를 맡았으며 재즈 드러머 ‘테리 라인 캐리건’과 故 ‘나탈리 콜’의 헌정 트랙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오스카와 그래미상을 받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화음악 작곡가 A.R. 라만과도 작업했죠.
LG Objet 컬렉션 ‘Natural’ 편의 BGM인 ‘Dance It Off’는 에린 샌드버그가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틴 스미스와 함께 만들고, 상업 음악 전문 레이블 ‘에피데믹 사운드’를 통해 공개한 노래입니다. 거의 전 트랙에 에린 샌드버그의 손길이 느껴지는데요. 부담스럽지 않은 미국 정서의 멜로디에 앰비언스 감이 진한 이펙터가 걸린 코러스와 악기들은 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춤추고 싶은 느낌이 짙게 전해집니다. 이 댄서블한 사운드는 신기하게도 LG Object Collection이 설치된 거실을 비추는 영상과 만나면 스무스한 드라이브 감이 두드러진 라운지 뮤직으로 변신합니다.
그 원인은 에린 샌드버그의 베이스에 있었습니다. 리버브를 비롯한 공간계 이펙터로 드럼을 제외한 다른 악기들을 모두 뒤로 밀어낸 뒤 얹은 베이스 기타 라인은 적절한 레벨을 유지하며 사운드를 지긋하게 감싸 눌러줍니다. 단순 반복처럼 들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반복 사운드에 슬랩 라인을 양념처럼 뿌리고, 긴장을 잃지 않도록 광고의 카메라 워크와 맞는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에린은 ‘인어공주’ 역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할리 베일리’와 언니 클로이 베일리가 함께하는 R&B 듀오, ‘Chloe x Halle’ 라이브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최근 BTS도 출연했던 유명 스튜디오 라이브 프로그램인 NPR Tiny Desk Concert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마룬 파이브 세션과 하모니카 주자 안토니오 세라노의 베이스 세션, 에피데믹 사운드의 전속 뮤지션 생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TV 시리즈 ‘Girlboss’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직접 등장하며 연기 생활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거장들과 베이스 기타로 협연하면서도 상업 음악계에서 자신만의 색이 담긴 그루브 가득한 음악을 선보이는 에린 샌드버그. 댄스 뮤직과 칠 아웃, R&B 등 그만의 색이 듬뿍 묻은 음악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하루빨리 건강한 사회를 되찾아 그가 연주하는 베이스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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