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류의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영화나 책을 통해 우리는 단 몇 시간 만에도 한 사람의 인생이나 나라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몇 분 동안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전쟁을 벌일 수도 있고요. 음악도 마찬가지. 음악 한 곡을 듣는 동안 우리는 뮤지션의 머릿속을 여행해 볼 수 있습니다. 화사한 꽃밭에서 소풍을 즐기는 것처럼 포근한 느낌을 전해주는 싱어송라이터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이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요?
▲ 어렸을 때부터 뮤지션의 꿈을 키워왔던 조니 스팀슨은 샐러리맨의 삶을 포기하고 뮤지션의 길로 들어선다 (출처: 조니 스팀슨 공식 페이스북)
대학에서 금융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취업까지 꿈꾸던 조니 스팀슨.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우고, 함께 비틀스를 연구하며 곡을 쓰고 악기를 연주했던 그에게 음악에 대한 열망은 지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취업 박람회를 찾아갔던 그는 문득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곤 즉각 샐러리맨의 삶을 포기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죠. 수트를 입고 빌딩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았다고 해요.
나 엘튼 존인데, 우리와 계약하지 않겠나?
수많은 뮤지션이 그렇듯,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음악을 하겠다고 무작정 뉴욕으로 간 조니 스팀슨. 그러던 어느 날, 레이블이나 기획사도 없이 그동안 모아둔 적금 통장을 깬 자금으로 힘겹게 음악 생활을 이어가던 조니에게도 마침내 기회의 신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홍보를 위해 사비를 들여 밴드 멤버들과 영국의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준비하던 조니 스팀슨. 하지만, 그날의 라이브가 영 신통치 않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잠들었죠. 그리고 다음 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팝 역사 이래 최고의 팝스타라 불리는 ‘엘튼 존’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조니 스팀슨의 공연 영상을 보게 된 그는 단박에 진가를 알아보았고, 자신의 레이블인 ‘로켓 레코드’와의 계약을 제안합니다. 마침내 로켓 레코드에 둥지를 튼 조니 스팀슨은 EP ‘Holding On’을 시작으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게 되죠.
21세기化 ‘칠 아웃’ 소울의 진정성
조니 스팀슨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소울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잔잔한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는 서정적인 연주에 호소력 짙은 보컬이 묻어나는 그만의 분위기는 공간을 가득 채우기 충분한데요. 엘튼 존이 그의 음악에 반하게 된 이유도 아마 그가 작곡한 멜로디와 어우러진 그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그와 비슷한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칠 아웃 기반의 사운드가 가미되어 세대를 초월해 전 연령에 사랑받는 음악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2019년에 발매된 싱글 ‘Honeymoon’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가 결혼식에서 아내와 춤을 추기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가볍게 스텝을 밟기 좋은 리듬에 조니가 그의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감미로운 멜로디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요. 또한 그의 고향인 텍사스 컨트리 음악의 영향을 받은 스틸 기타 사운드는 노래에 양념처럼 사용되며, ‘꿈같은 신혼여행’을 묘사하는 몽환적인 트로피칼 사운드를 선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인도네시아 전국 음악 차트에서 2위를 기록하게 됩니다.
나른한 향내가 느껴지는 감성 보이스
조니 스팀슨은 패션 매거진 ‘GQ’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Soulful, Hopeful, Light Hearted’를 꼽았습니다. 행복하고 가벼운 릴렉스 상태가 바로 자신을 상징한다고 이야기한 것인데요. 그의 음악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칠 아웃 성향을 제외하고도 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부유하는 듯한 달콤하고 향긋한 꽃내음을 연상시킵니다. 아로마 향초를 켜놓고 따스한 햇볕을 맞는 모습이 담긴 ‘Flower’에 이러한 그의 음악적 성향이 잘 나타나 있죠.
남녀 간에 서로 끌리는 감정을 향기로운 꽃을 향해 날아드는 벌새로 묘사한 이 노래는 굳이 가사를 해석해보지 않아도 곡의 느낌만으로 두 남녀의 절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인 그의 목소리가 우리의 상상력에 숨결을 더해주는 것은 덤이고 말이죠. 이 노래는 BTS의 ‘뷔’가 온라인 라이브에서 부르면서 한국 팬들에게도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조니 스팀슨 역시 SNS를 통해 리메이크에 대한 감사를 표하거나, 한국 아이돌 그룹 ‘핫샷’의 노태현과 콜라보를 논의하는 등 국내 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한국 팬들의 ‘찐’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답니다.
LG 벨벳이 Pick!한 사각사각 ASMR 사운드
그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릴렉스한 노래에만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여름에 발매한 싱글 ‘Gimme Gimme’에서 그는 기존의 노래와는 조금 다른, 비트가 확실한 미디엄 템포의 일렉트릭 팝 넘버를 선보였어요. 여운이 남는 그의 발성과 미니멀한 사운드에서도 매력적인 가창이 돋보였죠. 이 노래는 LG전자에서 지난 5월 15일 출시한 새로운 스마트폰 ‘벨벳(VELVET)’의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인공지능 사운드 기술로 선명한 소리를 재생하는 동시에 고감도 마이크를 통해 ASMR 비디오 촬영 등이 가능한 LG VELVET의 특징을 감각적으로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춰있는 상황에서도 조니 스팀슨은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온라인 스트리밍 라이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2019년 10월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내한 쇼케이스를 했을 정도로 한국 팬들을 향한 애정도 꾸준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27일에는 내한공연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죠. 한국에 입국해 2주 동안 격리 후 활동해야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또다시 2주간 격리해야 하는 일정이라고 하는데요. 그가 얼마나 한국 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공연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니 스팀슨과 한국 팬들 모두 안전하게 공연을 즐기며 소풍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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