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도 멈추지 않았다던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도 코로나 19의 공습 앞에서는 멈춰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는 3월 2일로 예정되어 있던 개학일을 계속 연기하며 이른바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코로나 19로 인한 오프라인 교육의 대안으로 언택트 교육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는 기존 시스템과 언택트가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이 교육계의 미래를 상징하는 트렌드로 등장했습니다.
낯설었던 언택트 교육이 생활 속으로
최근까지 한국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약 840만 명이 온라인으로 개학을 맞이하고 원격으로 학습을 진행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서버가 다운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카메라 앞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의 실수 등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사들 또한 온라인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덕에 수업 내용 역시 점점 충실해지고 있다는 평입니다. 안심할 만하면 다시 생겨나는 집단 감염 사태 덕에 계속 미뤄지고 있지만, 이제 곧 모든 학생이 개학을 맞이해 교실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19가 사라지더라도,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언택트 교육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공식적인 미래 교육 시스템의 한 축이 될 전망입니다.
▲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 교육은 기존 교육과 결합해 미래의 교육으로 다가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갑자기 실시된 온라인 수업을 통해 우리는 언택트 교육의 다양한 장단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언택트 교육을 단순히 재난 상황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실시되던 ‘면대면 수업’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접촉 없이 온라인 인프라 등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언택트 수업’을 적절히 혼합해 활용해 양쪽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인데요. 이러한 교육 방식은 크게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다양한 ICT 콘텐츠를 쉐킷! 블렌디드 러닝
블렌디드(Blended) 러닝은 커피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원두를 블렌딩하듯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 방법을 혼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한국의 사이버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시도되던 방법이죠. 흔히 경험해본 ‘멀티미디어 활용 교육’과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요. 단순히 영상이나 사진 등을 수업의 보충자료로 활용했던 예전과는 달리, ICT 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는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블렌디드 러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VR 온라인 박물관 투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블렌디드 러닝으로 학습의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관)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국사 수업 중 가야/신라 시대의 생활상에 대해 수업할 때, 기존에는 교사의 개괄적인 설명을 기본으로 종종 프리젠테이션 툴을 통해 사진 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ICT 기술이 발달한 현재는 수업 시간 각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컴퓨터로 VR 박물관 투어를 진행하고 토론과 Q&A 시간을 갖는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약한 일정으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전문 해설사를 영상통화로 연결해 설명을 들을 수도 있겠지요.
이 밖에도 과목에 따라 다양한 블렌디드 러닝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홀로그램, AI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ICT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더욱더 흥미로운 방법이 계속 탄생할 것입니다.
학생이 주도하는 플립 러닝
플립 러닝 역시 면대면 교육에 언택트 교육 요소를 더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플립 러닝은 언택트 교육을 가미해 학생들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역할을 뒤집는(Flip) 것을 골자로 하는 방식입니다. 플립 러닝 방식을 활용한 수업에서는 책이나 강의 동영상으로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은 미리 익히게 됩니다. 그 후 궁금증이나 질문 사항을 교사에게 물어보거나, 학생끼리 토론하고 조별 과제 등을 수행하며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심지어 플립 러닝 방식에 ‘Zoom’ 등 ICT 회의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오프라인 공간이 불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학습하고 토론과 실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운 내용을 흡수하는 플립 러닝
코로나 19로 증명된 블렌디드와 플립 러닝의 효과
실제로 여러 학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 등 수업 방식을 진행하면서, 그 효과를 앞으로의 타산지석으로 삼았습니다. 경기도 안양의 대림대학교는 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이 미뤄지자마자 거의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학교인데요. 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학부 문건창 교수는 “몇몇 전공 수업들은 100% 오프라인 수업보다 블라인드 러닝과 플립 러닝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학부 문건창 교수는 원격제어 등을 활용한 블렌디드 러닝/플립 러닝 방식을 활용해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사진 출처: 월간PA 공식 블로그)
음향 전공을 담당하는 문건창 교수는 블렌디드 러닝 방식을 활용해 ‘사운드 믹싱’, ‘방송 음향 소프트웨어 실습’ 등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원격 제어 기능을 활용해 학생들의 컴퓨터를 직접 제어해 1대1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등 오프라인 수업보다 더욱 꼼꼼하게 챙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수업 내용을 모두 녹화해 제공하다 보니, 따라오지 못한 학생들도 수업을 반복해 들을 수 있어 학생 간 격차를 줄이는데도 블라인드 러닝 방식의 수업이 유용했습니다.
또한, 음향 기기 실습 등 수업에서는 플립 러닝 방식으로 미리 강의 영상을 제공해 학생이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실습에 참여하도록 했는데요. 기초적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실습을 진행해 시간이 절약되고 이해도도 높아 오프라인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고 합니다.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인프라 확대
이미 사이버대학이 설립된 대학교는 물론,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는 두 개의 스튜디오를 마련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광주대학교는 2020년 1월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을 전문으로 지원하는 ‘知Well 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 아이스크림에듀의 홈스쿨링 단말기 (제공: 아이스크림에듀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이것들이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닙니다.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 간의 ‘디지털 미디어 격차’가 해소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때도 학생들의 환경 격차로 온라인 수업을 시청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대여하고, 교육업체 ‘아이스크림에듀’가 초등학생용 홈스쿨링 단말기 및 교육 프로그램과 온라인 플랫폼을 배포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사양이 낮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서도 청취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최적화하는 등 격차를 좁히는 방법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코로나 19가 잦아들고 예전과 같은 일상이 찾아오겠지만, 코로나 19 이후는 그 전과는 절대 같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처럼 귀한 결실이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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