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계를 비롯한 문화 전반에서는 레트로 열풍과 함께 레트로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뉴트로’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광고 업계에서도 새로 CM송을 만들지 않고 예전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 ‘광고 속 그 음악’에서는 광고효과를 높여준 리메이크 광고 음악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새로 기억시키기보다 ‘기억을 불러오세요’
광고에서 영상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광고 음악입니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짜라짜라짜짜~’ 처럼 한 소절만 들어도 제품의 TPO가 떠오르는 CM송은 성공한 광고의 중요한 요소인데요. 그런데도 새로 음악을 만들지 않고 원곡을 리메이크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IT업계에는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 것’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할 때 굳이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만들려 하지 말고 마트에서 파는 소금을 구입해 쓰는 게 훨씬 실용적인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광고 음악의 경우에도 상징성이 확실한 브랜드이거나, 제품의 타겟이 명확할 경우 기존 히트곡 중 잘 어울리는 것을 가공해 활용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이기도 한데요. 대표적인 광고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하면 생각나는 그 곡 - 제주삼다수 ‘밴드 고맙삼다×제주도의 푸른 밤’
‘바퀴의 재발명’을 가장 훌륭하게 실천한 광고는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가 생산하고 광동제약이 제주도 외 판매를 전담하는 ‘제주삼다수’입니다. 먼저 영상을 함께 보시죠!
이 영상은 2016년 상반기 제주삼다수 ‘고맙삼다’의 광고입니다. 사실 '제주'하면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한국 1세대 록밴드 들국화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인 최성원이 작사, 작곡한 ‘제주도의 푸른 밤’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한, 이 곡만큼 제주 느낌을 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건 힘들 거예요. 이미 성시경과 소유 등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곡이기도 하죠.
이 영상은 CF인 30초 버전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 영상 속 밴드 고맙삼다의 뮤직비디오 콘셉트로 새로 영상을 추가하고 편집한 ‘제주도의 푸른 밤’입니다. 깨끗한 제주의 자연에서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남기는 콘셉트의 영상에 일렉트로닉 밴드 콘셉트와 태연의 보컬이 잘 어울리는데요. 실제로 2016년 4월 12일 정식 음원이 발매되어 음원 차트 13위에 진입하기도 했답니다.
자체 제작 CM 시도 후 방향을 바꾼 사례 - 토레타 ‘토레타로 촉촉하게 수분 힐링’
한국 코카콜라에서 2016년 출시한 음료 ‘토레타’. 모델로 ‘뽀블리’ 박보영을 내세운 첫 광고는 원래 ‘마시자, 맛있게. 토레타~ 마시자, 가볍게 토레타~’를 후렴구로 한 자체 제작 CM송을 사용했지만 다음 광고부터는 CM송을 바꾸게 되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새로운 광고의 CM송은 데이브레이크가 부른 ‘좋다’의 후렴구를 리메이크했습니다. ‘토레타가 좋다. 맛있어서 좋다~’로 메시지를 간결화하면서, 록밴드인 데이브레이크의 노래를 귀여운 징글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토레타의 새로운 CM송은 박보영의 러블리한 이미지와 잘 어울렸죠. 토레타 제품의 주 타깃인 20~30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데이브레이크와 박보영의 콜라보가 제대로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 모두를 포용하는 리메이크 CM
두 번째는 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탑골공원’과 ‘슈가맨’은 낡은 것, 잊힌 것으로만 취급했던 옛 콘텐츠들이 현대 대중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심지어는 원곡 가수가 리메이크 덕분에 재조명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2013년 가을에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삽입된 성시경의 ‘너에게’는 사실 1993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두 번째 앨범 ‘Seotaiji and Boys 2’ 수록곡이었는데요. 당시 리메이크곡이 인기를 끌면서, 심지어 원곡이 나왔을 즈음 태어난 세대에게 서태지의 음악이 재조명되기도 했답니다. 성공적인 리메이크 CM은 그만큼 다양한 세대를 끌어안을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옛 명곡을 리메이크한 노래는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사례는 바로 LG U+의 광고 음악입니다. LG U+는 지난 2015년 셋톱박스와 4.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 시스템을 결합한 U+tvG woofer를 출시했는데요. 전면에 4개의 스피커, 하단에 2개의 우퍼를 내장한 셋톱박스 tvG woofer는 별도의 서드파티 스피커가 없어도 LG U+의 4K UHD 방송을 4.1채널 서라운드로 감상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뛰어난 사운드를 중점으로 하는 tvG woofer를 강조하기 위해 LG U+는 선배들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뮤지션 듀엣을 메인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꿀보이스로 즐기는 듀스의 음악 - LG U+ tvG woofer ‘곽진언, 김필 리메이크’
첫 번째 아티스트는 슈퍼스타 K6 우승과 준우승에 빛나는 곽진언과 김필입니다. 원래 댄스곡이었던 듀스의 ‘우리는’은 맑게 새겨지는 김필의 보이스와 곽진언의 묵직한 목소리를 만나 어느새 시청자를 열기 후끈한 모던록 콘서트장으로 인도합니다. ‘명곡에 명 리메이크’라는 댓글이 이 광고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죠.
모던록으로 재해석한 솔리드 - LG U+ tvG woofer ‘황치열, 리싸 리메이크’
두 번째 아티스트는 중국에서 너무 핫해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보컬 황치열과 개성 있는 싱어송라이터 리싸(leeSA)의 콜라보입니다. 이 둘의 조합은 애절하고 포근한 솔리드의 R&B 넘버 ‘이 밤의 끝을 잡고’를 어쿠스틱 기타와 밴드 사운드, 스트링이 함께 하는 애절한 록 넘버로 변신시켰습니다. 황치열과 리싸의 애절한 하모니에 시청자인 두 커플의 분위기는 익어만 갑니다.
이러한 리메이크 광고 음악은 듀스와 솔리드의 팬층인 30~50세대와 김필&곽진언, 황치열과 리싸의 주요 팬층인 20~30세대 모두에게 tvG woofer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댓글의 반응 역시 ‘광고인 줄 모르고 끝까지 봤어요’, ‘음원을 발매해 주세요’ 등 긍정적인 답변과 중국 황치열 팬들의 ‘성지순례’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트렌드가 ‘레트로’와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계속 돌고 도는 것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인터넷 기사와 사진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문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며, 과거의 문화는 앞으로도 현재와 계속 교감할 것입니다. 수십 년 전 잊힌 뮤지션 양준일이 지금 또다시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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