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잊고 있던 사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2월 초의 가장 큰 화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습니다.

한국 최초로 수상하는 쾌거를 누릴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죠. 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어 4개 부문 수상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적인 시상식에 나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봉준호 감독의 모습은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는데요. 아카데미는 그간 많은 보이콧을 받았습니다. 유색인종 감독들의 소외, 외국어권 작품들에 대한 소외.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는 ‘로컬 시상식’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2월 9일 아시안인 한국 감독이 온통 한국어와 한국 배우로 만들어진 영화로 네 개 부문 트로피를 받은 거죠. 아카데미의 시선이 폭넓게 전환된 것입니다. 하지만 큰 감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카데미는 편향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잊고 있는 존재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아카데미가 소수 층을 잊었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 새로운 세상의 출발이자 세상의 변화가 될 겁니다.


아카데미가 잊고 있는 사람들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Give her a Break’(출처:‘Give her a Break’ 공식 홈페이지)

아카데미에서 드디어 좀 더 공정한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안일지라도,’ ‘한국어 영화일지라도’ 네 개의 트로피를 안겨주었으니까요. 하지만 비영리 단체인 ‘Give her a Break’는 여전히 불편했습니다. 아직도 아카데미에서 잊힌 존재가 있기 때문이죠.

92회의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은 단 5명이었습니다. 이중 실제로 수상한 여성 감독은 단 한 명이었는데요. 82회, 허트 로커로 감독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우가 그 유일한 주인공입니다. 올해 또한 훌륭한 여성 감독의 작품은 많았습니다.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의 ‘허슬러’, 멜리나 멧소카스 감독의 ‘퀸 앤 슬림’,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 올리비아 와일드 감독의 ‘북스마트’까지. 단체는 이 영화를 감독한 그들의 능력이 오스카에 오른 후보 감독들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스카 시상식을 보는 사람들이 소외된 감독들의 훌륭한 작품도 봐주길 원했죠. 오스카가 광고를 내보내는 동안 그들은 이 감독들의 영화 트레일러를 내보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온라인 포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포털을 통해 ABC나 여러 케이블 방송에 로그온하면 광고가 나가는 동안 여성 감독들의 영화 트레일러를 보게 되는 겁니다. 광고가 끝나고 시상식이 시작되면 역시 트레일러가 끊기고 다시 시상식을 중계하는 방식입니다. ‘아카데미는 그녀들의 오스카를 훔쳤으니, 그들은 아카데미의 광고를 훔친다’는 생각이죠.

우리가 봉준호 감독의 수상에 감동하고 있는 동안, 소외되는 존재는 여전히 있었습니다. 92회가 진행되는 긴 시간 동안 이제야 세상의 다양한 재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아카데미. 앞으로는 여성의 능력 또한 포용할 수 있는 시상식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달 착륙 장면에서 당신이 잊고 있던 존재

▲ 달착륙에 숨겨진 주역을 상기시킨 Indeed(출처: Indeed 공식 유튜브 채널)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순간. 사람들은 모두 닐 암스트롱에 집중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고 전설 혹은 신비의 대상이었던 달이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전 세계 사람들이 TV를 통해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도약’에 이르게 한 우주비행사를 비롯해 과학자와 엔지니어와 수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죠.

리크루팅 검색 엔진인 ‘Indeed’는 그들이 잊고 있는 존재가 있음을 얘기합니다. 처음으로 오스카 광고를 만든 Indeed. 닐 암스트롱이 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달을 밟을 수 있었던 건, 그 뒤에 그를 안전하게 가이드한 과학자가 있었고, 또 그 뒤엔 수학자의 정확한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미션을 수행한 사람. 더러운 나사가 아닌 깨끗한 나사를 만드는 데 일조한 청소미화원. 그 한 사람의 역할까지 모두 있었기에 비로소 달착륙이 가능했다고 말이죠.

“모든 위대한 순간은 많은 사람의 업적으로 이뤄집니다.”

Indeed는 모든 직업이 위대한 순간을 만들고 있음을 얘기하고 싶어 합니다. Indeed에서 찾는 모든 일이 각각의 누군가에게 위대한 직업임을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잊힌 존재. 청소하는 데 집중한 그 한 사람을 부각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흑인을 잊어버린 사회

사람들은 때때로 ‘다름’을 ‘틀렸다’로 인식하곤 합니다. 인종, 문화, 언어가 다르면 다른 걸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맞고 틀리고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죠. 미국 사회에서 흑인은 가장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 인종 차별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Not A Gun’ 캠페인(출처: Not A Gun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은 작은 마트에서 시작합니다. 가게에 들어온 사람들은 캔디바를 사고 있습니다. 가게 주인도 1달러를 받고 같은 캔디바를 내주죠. 백인 여성에게도 백인 남성에게도. 하지만 흑인 남성이 들어오자 캔디바를 달라는 사람에게 캔디바 대신 총을 내줍니다. 총을 주머니에 넣고 걷던 흑인은 때아닌 경찰과 맞닥뜨립니다.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긴박하게 좇아온 경찰. 그들은 흉악범을 만난 듯 손을 머리 위로 들라고 소리칩니다. 경찰의 명령대로 손을 머리 위로 든 흑인 남성의 손, 하지만 거기엔 단순한 캔디바가 들려 있을 뿐입니다.

1999년, 경찰은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가려던 남성에게 41발의 총을 쐈습니다. 그중 19발이 명중했고 결국 남성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경찰은 그가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줄 착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쥐고 있었던 건 그저 지갑뿐이었죠. 2012년에는 한 남성이 스키틀즈 박스를 들고 가다 자경단에게 살해됐습니다. 2018년엔 할머니의 뒷마당에서 한 흑인 남성이 경찰로부터 20발의 총을 맞고 죽은 적도 있죠. 그의 손에 들린 건 오직 아이폰뿐이었는데 말입니다. 수많은 흑인들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을 들고 있다고 오해를 받고 살해당한 것입니다. 그것도 그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에게.

세계 재단인 “Courageous Conversation Global Foundation”은 "총이 아닙니다"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흑인은 경찰들에게 죽임을 당할 확률이 세배나 더 높기에. 우리가 모두 집에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찰과 지역 사회가 같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권한 것인데요. 이 캠페인은 방송뿐 아니라 아웃도어, 프린트, 디지털 광고로 만들어져 텍사스주의 오스틴 전역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스틴은 전 경찰 차장이 인종 비방으로 고발당한 적이 있는 지역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사람을 본다면 사실 사회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편견이, 선입견이 사람으로서의 누군가를 잊게 하고 편견 속의 사람만 보게 합니다. 모든 흑인이 손에 총을 들고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것을 잊어가는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가 잊어가는 것은 많습니다. 지구의 존재를 잊고, 이웃의 존재를 잊고, 종종 가족의 존재도 잊죠. 그래서 환경문제에도 둔감해지고, 이웃의 아픔에도 공감 못 하는 일이 생깁니다.


▲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오스카 상을 받은 작품 ‘Hair love’(출처: Sony Pictures Animation 공식 유튜브 채널)

미국의 전직 NFL 선수이자 감독인 매튜 에이 체리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오스카 상을 받았습니다. 제목은 ‘Hair Love’. 흑인 아빠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미디어에서 늘 보이는 흑인 아빠에 대한 좋지 못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가족에게 무관심하거나 게으르거나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흑인 아빠들. 하지만 그의 주변엔 딸에게 매우 다정한 흑인 아빠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는 딸의 머리를 만져주는 흑인 아빠의 바이럴 비디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영화 시나리오를 구상했습니다. 스폰서인 도브는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머리를 예쁘게 만지고 싶지만 솜씨가 부족한 딸, 딸의 머리를 만지기엔 노하우가 부족한 아빠. 그들은 예전에 엄마가 촬영해놓은 영상을 토대로 딸의 머리를 예쁘게 만들어 갑니다. 그리곤 병원으로 향하죠. 투병으로 머리카락을 잃어버린 엄마가 기다리는 곳으로.

이는 가족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스테레오타입인 성역할의 변화를 담았고, 흑인 아빠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좋은 사람은 늘 주변에 있습니다.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없다’는 이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사정을 알고 보면, 누군가의 속 얘기를 알고 보면, 누군가의 전후 사정을 알고 보면 거의 모두가 이해가 가능한 존재들이니까요. 이제 우리는 그 존재들을 알아보고 기억해내야 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