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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ESSAY

먼지 묻은 것들의 아름다움



코코아버터로 얼룩졌던 쇼핑봉투와도

모래언덕 위에서 날리던 연들과도

기름 냄새 절은 햄버거와도

이젠 끝이군요.

서랍 안에는 조가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기 바닷가에서 배구하며 놀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수은주는 점점 가을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젠 이별을 고할 때

싸구려 선글라스에게도

왁자지껄 떠들던 우리들의 선술집 ‘금요일의 우정’에게도

그리고 밤마다

그을린 등에 붙어

불면의 밤을 제공했던 저 모래 알갱이들에게도…

아, 모두 다 떠나갑니다.

한없이 가라앉는 이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요?


새 옷.


휴가를 가든 여행을 가든 다녀오면 남는 건 사진이다. 카메라를 챙기고 코닥이 좋을까. 후지가 좋을까 고민하다 총탄 챙기듯, 필름 몇 통 가방에 집어넣으면 벌써 여행지에 온 기분이다. jpg로 추억을 저장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의 여행은 그랬었다. 그 중에도 제일 설레었던 순간 중의 하나는 필름을 맡기고 일주일쯤 후에 사진관 -좀 그럴듯한 동네에서는 스튜디오라고 불리던- 에서 인화된 사진들을 손에 쥘 때였다. 마침내 여행지의 추억들이 머릿속에서도 오롯이 인화되는 순간이었다. 동행했던 이들은 사진을 놓고 못 나왔네, 잘 나왔네 하며 웃고 떠들고 하는 것도 그때의 재미였다. 그리고 한 참 후에 가끔씩 그 사진들을 앨범 속에서 들쳐 보며 이야기꽃을 나누는 순간은 또한 얼마나 그립고도 맛깔스러운 기억이던가. 인화지 속의 인물들은 살아서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데, 왜 jpg들은 간직이란 단어보다는 저장이라는 단어와 더 친해 보일까.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다 문득 먼지 묻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되새겨본다. 위의 카피는 20여 년 전에 스크랩해 놓은 그 유명한 바니스뉴욕, BARNEYS NEWYORK 백화점의 잡지 광고다. 여행객들이 떠난 고즈넉한 해변 사진 위로 조금은 길지만 위의 카피가 시처럼 놓여 있다. 멋진 가을옷이 준비돼 있으니 빨리 바니스뉴욕으로 오시라는 이야기다. 미소가 머문다. 가끔은 올디스 벗 구디스다. 그런데 저런 광고가 소통될 수 있었던 시절이 진보된 사회일까. 지금이 진보된 사회일까 궁금해진다. 인간의 발전이란 늘 앞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인생은 늘 아이러니한 것인가.

여름은 잘 들 보내셨는지요. 누군가는 여름에게서 짧지만 강렬한 집중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선한 바람에 자꾸 하늘을 보게 되는 지금의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또한 충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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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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