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
Wisebell을 마치며.
책상 위엔 몇 달을 방치한 책들이 두서없이 쌓여 있습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중엔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도 보입니다. 가급적 짧은 편지를 쓰리라 마음먹습니다. 퇴사 초범도 아닌데 무슨 놈의 긴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은퇴할 나이에 은퇴도 안 하고 또다시 씨를 뿌리러 가는 마당에 사무치는 정념을 토로하기도 머쓱합니다. 회사란 그냥 좋은 추억이 많이 있을 때까지 머무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더 그리워질 테니까요. 너무 오래 정박해 있는 배는 항해하는 법을 잊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저를 밀어냅니다. 갈매기들 놀이터가 되기 전에 말이지요... 그렇게 다시 떠날 채비를 합니다.삶은 하염없는 항해일 따름입니다. 욕망의 항해고 사유의 항해고 구도의 항해고 이상의 항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