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광고에 의한, 광고를 위한 광고인 - CD열전 #14 김동현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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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불같은 사랑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뉴트로핀(Nutropin)은 3년 이내에 내성이 생겨 연인을 '권태기'로 이끈다고 합니다. 사랑이 이런데 일에서는 오죽할까요? 오랫동안 같은 업종에 종사하다 보면 느슨해지거나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금방 질리는 것이 사람이기에, 초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여기, 벌써 10년 넘게 초심으로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초심으로 만든 수많은 광고를 이미 당신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고 앞에 서면 어린아이가 되는 이 사람, 김동현 CD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지금도 호기심 많은 ‘광고 아이’

자신을 HS애드의 ‘막내 CD’로 소개한 김동현 CD,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광고인입니다. 여기에서 ‘우연치 않게 광고의 길로 접어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예상했지만, 그는 시작부터 이런 추측을 과감하게 깨부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광고대행사를 희망하고 진로를 정했습니다. 당시엔 광고가 하나의 문화였고,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모두 그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처럼 휘발성 강한 광고가 소비되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좋은 광고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나오는 광고 공모전이라는 공모전은 다 도전했어요. 결과는 대부분 입선이었지만요(웃음).”


나름 열정적인 광고 지망생 생활을 하고 있던 김동현 CD. 어느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자 캠프에 참여했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당시 강사로 참여하신 유명 광고 제작자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너희처럼 광고를 준비한 사람과 집안 사정으로 대학 4년 내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사람 중, 누가 진짜 좋은 광고를 만들 것 같니?’ 저는 그 한 마디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거든요. 간접 경험만으로는 ‘진짜 내 것’을 만들 수 없다는, 제 철학은 그때 그곳에서 탄생했습니다.”

장래 희망이던 ‘광고인’의 꿈을 이룬 후에도, 그의 초심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 빠지면 깊이 파고들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즘은 주말에 캠핑이나 자전거, 바이크 등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즐긴다고 하는데요. 움직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하고, 이렇게 기록된 아이디어를 다음 광고의 귀중한 밑거름으로 활용합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딴 짓할 때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아이디어를 빨리 선보이고 싶어서 밤잠을 설칠 정도랍니다. 캠핑장에서 영감을 얻은 G6 반딧불 소리 광고가 그런 아이디어였죠.”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좋은 광고와 아이디어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는 김동현 CD. 광고가 좋아서, 광고를 만들고 싶어서 광고를 하는 그에게도 고난의 시기가 있었을까요? 

“광고는 제조업과 달리 ‘관계’ 속에서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광고회사는 그야말로 감수성 풍부한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만큼 말 한마디에 서로 상처받기도 쉽거든요.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좋은 말로 동기 부여하기, 예나 지금이나 저에게 있어 끝나지 않는 과제입니다.”

이렇듯 호기심도 많고 감수성도 풍부한 그이지만, 막상 김동현 CD가 어떤 광고를 만들고 있는지 상상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광고는 과연 어떤 개성을 지니고 있을까요? 김동현 CD는 대표작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습니다.


확신에서 탄생한 ‘이유있는 광고’

HS애드에 입사한 2007년 이후 수많은 광고 제작에 참여했지만, ‘김동현 CD’라는 이름을 걸고 광고를 만들게 된 것은 불과 최근의 일입니다. 그는 2년 동안의 ACD(Assistant Creative Director)를 거쳐 올해부터 CD로서의 행보를 막 시작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ACD 시절 처음 제작한 V20 광고를 꼽았습니다.


▲샘 스미스의 음악이 깊은 인상을 남긴 LG V20 광고

“막내 ACD로 처음 작업한 샘 스미스와 위켄드의 V20광고가 생각나네요. 당시 여러 CD 분들과 함께 작업했었는데, 운 좋게도 저희 팀 아이디어가 채택되었죠. V20은 4개의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로 사운드에 특화된 스마트폰입니다. 그래서 제품의 특장점에 주목해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자 했어요. 제품과 ‘찰떡’인 명곡으로 먼저 귀를 사로잡고, 어떤 제품인지는 그다음에 노출해 관심을 유도했습니다.”

사실 김동현 CD는 ‘모바일 전문’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많은 모바일 TVC에 참여했습니다. LG V20, V30, V40, G6 등 수많은 LG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그의 손을 거쳤죠. MWC 2017에서 31개의 상을 휩쓸었던 LG G6의 국내 광고 캠페인 역시 김동현 CD의 작품입니다.  

▲LG G6 광고 캠페인의 주역, HS애드인들


▲LG V40 ThinQ 광고 ‘펜타 카메라의 시작’

김동현 CD는 최근 이슈가 된 5개의 카메라, LG V40 ThinQ 광고 캠페인에도 참여했는데요. 뛰어난 성능의 펜타 카메라를 우리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킨 이 광고,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5개의 렌즈를 지닌 스마트폰, 이런 특징을 어떻게 부각시켜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직관적으로 비주얼화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세상에 렌즈를 5개나 지닌 카메라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영상 속 펜타 카메라를 목업으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베사(Bessa)라는 클래식 카메라를 모티브로 목업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진짜처럼 착 붙는 느낌을 주기 위해 자석을 살짝 비틀어 꽂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덧대어졌죠.”

‘사야 할 이유’를 만드는 광고. 김동현 CD는 이번 V40 ThinQ 광고에 확신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광고에 답은 없지만 결국 ‘확신의 게임’이라고 말이죠. 지난 4월 론칭 이후 글로벌 2억 뷰를 돌파한 LG 인버터 캠페인 역시 그런 확신에서 탄생했습니다.

▲2억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LG 인버터 캠페인


▲LG 인버터 글로벌 캠페인 ‘인간 역사의 새로운 공식’

“사실 인버터는 제품 자체가 어려워서 별로 선호되는 광고주가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경쟁 PT에서 ‘단어 공식’이라는 아이디어가 승리해 본격적인 광고 제작에 돌입하게 됐죠. 어떻게 하면 어려운 제품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팀원 모두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인턴사원이 어디선가 ‘이과생의 고백법’이라는 짤을 구해 온 거예요. 저희는 모두 ‘유레카’를 외쳤고, 그 인턴사원은 이제 정식 직원이 되어 일하고 있어요.”

영상 초입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자연스럽게 제품 기술 브랜딩으로 이어진 LG 인버터 캠페인! 이 영상은 지역별로 다른 배우/언어로 론칭하면서 현지화에 성공했는데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LG 인버터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금연캠페인 ‘당신은 오늘 몇번의 흡연갑질을 하셨습니까?’(출처: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공식 유튜브)

한편, 김동현 CD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금연캠페인을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최대의 사회적 이슈였던 ‘갑질’을 흡연과 연결해 국민적인 경각심을 일깨운 것인데요. 이 충격적인 캠페인 영상의 뒷이야기도 들어볼까요?

“3부작으로 기획된 금연캠페인 중 2부가 바로 ‘흡연갑질’입니다. 흡연과의 전쟁 선포로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흡연 이슈를 사회적 문제로 이끌어내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어요. 해외 광고 사례에서 흡연을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했을 때 흡연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실제 이 광고 내용을 프린트해 게시판에 붙여 놓은 아파트도 많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갑질’에 공감했다는 의미죠.”

HS애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후 빠르게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김동현 CD. 그는 현재 금연캠페인의 세 번째 시리즈를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다음 캠페인은 ‘전자담배’를 주제로 일상 속 흡연 문제를 꼬집을 예정인데요. 과연 어떤 스토리가 우리의 마음을 강타할지,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현 CD와 ‘5개의 보석’

하나의 광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역할도 무척 중요합니다. 김동현 CD는 자신의 팀이 모두 다른 매력을 지닌 ‘5개의 보석’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급하거나, 느긋하거나, 카리스마 있거나, 여성스러운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들이라고 말이죠. 


▲(왼쪽부터)최은령 책임AD, 김동현 CD, 정신영 선임CW, 김지영 선임CW, 장정하 선임AD

“팀원들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는 건 저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거든요. 이 개성 있는 아이디어들은 팀 내에서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발전합니다.

한 번은 새벽 2시 40분에 팀원으로부터 ‘유레카!’라는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의미의 메시지였는데요. 아쉽게도 채택되진 않았지만, 저는 이 팀원이 ‘자기 확신을 갖고 재미있게 광고를 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에 매우 기뻤습니다.”

김동현 CD부터가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기에, 팀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팀원들 역시 그의 진심을 아는 만큼 끝까지 믿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아직 성장 중인 막내 CD이지만, 팀원들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광고를 알고 광고인을 알기에, 팀원들에게 존경받는 CD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요?


장점을 발견하는 힘 ‘감탄력’

좋은 광고를 만드는 힘에 대한 질문에 김동현 CD는 주저 없이 ‘감탄력’이라고 답했습니다. 

“광고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꼽으라면 ‘감탄을 잘한다’를 들 수 있습니다. 좋은 것에 감탄할 줄 알고, 칭찬도 잘하는 사람이지요. 어떤 콘텐츠의 단점을 비판하라고 하면 끝이 없지만, 막상 장점을 칭찬하라고 하면 잘 안 나옵니다. 어떤 콘텐츠를 접했을 때 좋은 점을 발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좋은 콘텐츠나 광고를 보면 제작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호기심에 찾아보곤 해요. 만약 아는 사람이면 ‘좋은 광고 잘 봤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죠.”


이날 HS애드가 만난 김동현 CD는 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하는 ‘감탄력’이 풍부한 사람이었습니다. 장점을 잘 찾기에 좋아하는 것도 많고, 그만큼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느껴졌달까요? 마지막으로, 김동현 CD가 후배 광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좋은 광고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메시지’가 있는 광고입니다. 광고를 봤는데 모델밖에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요? 이상한 형식이나 표현만 남는 공허한 광고는 지양해야 합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부터 다양한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세요. 내가 경험한 만큼 콘텐츠를 통한 간접 경험에서도 얻는 게 많아집니다. 깊이 들어가야만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라고 할 수 있죠.”

좋아하는 것을 일로써 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동현 CD는 학창 시절의 꿈을 이룬 진정한 ‘성덕’이 아닐까 싶은데요. 광고가 좋아서 광고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광고를 하고 있을 김동현 CD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