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BGM 선택과 심플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 스마트폰의 폭넓어진 화면 속 드넓은 바다에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 한 마리. LG전자의 스마트폰 G6의 런칭 광고 이야기입니다. 요즘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G6 광고는 기존 16:9에서 18:9 화면비로의 변화와 한 손에 잡히는 그립감을 ‘손안에 폭. 넓은 세상’이라는 카피와 세련된 화면 구성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글로벌 3개 IT 전시회 중 하나인 ‘MWC(Mobile World Congress) 2017’에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무려 31개의 상을 휩쓸었던 LG G6의 국내 광고 캠페인을 담당한 이들에게 G6의 광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폭’으로 화면비와 그립감 모두를 담다
베젤이 벗겨지는 모습을 통해 폭이 넓어진 G6의 화면비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광고 기획 당시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김동현 CD에게 물어봤습니다.
2017년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대화면’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어요. 그중 G6가 가장 먼저 출시되는 상황이라 화면비 이슈에 대해 선점할 필요를 느꼈고, 이를 중점으로 한 런칭편을 먼저 제작하기로 했지요. 이후 본편을 제작해 나머지 기능을 차례대로 보여주기로 했고요.
김동현 CD는 ‘화면비가 커졌음’을 극대화해 달라는 LG의 요청을 받고 기존의 스마트폰에서 스틸 재질이 벗겨지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전체 사이즈가 아닌 화면비만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이디어만큼 재현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벗겨지는 장면이 자칫 캔 벗겨지는 느낌 정도에 멈추겠더라고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제품의 견고함이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들기가 어렵죠. 벗겨지는 속도, 촬영하는 각도와 조명 그리고 사운드까지 정말 많은 테스트를 통해 견고한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려하게 벗겨지는 모습을 재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 G6 런칭편을 특별하게 한 요소는 손안에 폭. 넓은 세상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카피입니다. ‘폭’이라는 중의적인 단어로, 화면비가 넓어져 폭 넓은 세상을 담을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스마트폰의 크기를 그대로 유지해 한 손에 폭 감기는 그립감을 동시에 강조할 수 있었는데요. ‘손안에 폭’과 이어지는 ‘넓은 세상’의 나레이션 간격을 조절해 ‘폭’의 이중적 의미가 잘 살아나도록 했습니다.
광고 성공의 반은 BGM 선정
매력적인 저음에 호소력 있는 목소리, 화면 전환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G6의 런칭편 BGM. G6 런칭편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또 다른 이유는 트렌디하면서 세련된 BGM 때문입니다. 광고 출시 후에는 포털사이트에 광고 BGM 제목을 묻는 질문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올 정도였는데요.
김동현 CD는 G6가 하이파이(Hi-Fi) 쿼드(Quad) DAC로 원음에 가까운 고음질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BGM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오디오 PD와 함께 시안 개발 전부터 제품이 등장할 때 압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다른 광고를 보다가도 귀에 탁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음악 자체가 매력적이고 트렌디한 곡을 찾기 시작했지요.
300여 곡을 들어보며 결정한 한 곡은 랙앤본 맨(Rag ‘N’ Bone Man)이 부른 'Human'이었는데요. 광고 기획은 물론 제작 현장에서도 항상 들으며 음악의 드라마틱한 느낌을 광고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김동현 CD와 기획2팀이 이렇게 BGM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V20 광고 캠페인 진행 경험을 통해 깨달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서지현 부장은 BGM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오디오에 특화된 V20를 광고 기획하면서 BGM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되었어요. 당시 굉장히 심도 있게 알아본 끝에 샘 스미스, 위켄드의 곡을 선정했는데요. 음악 하나로 광고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달라짐을 느꼈어요. G6 역시 오디오 기능이 특화되었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가치에 더해진 한 끗
런칭편에 이어 LG G6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보여주는 본편 광고 3편은 방수&사운드, 광각카메라, 하이파이 레코딩 편입니다. 본편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현욱 대리가 평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느낀 경험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평소에 스마트폰을 쓰면서 가끔 짜증 나는 부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술 마시고 화장실 욕조에 빠뜨렸거나 지도를 보다가 전체를 보려고 화면을 줄였는데 안 보여서 다시 키워야 할 때요. 이런 부분들을 G6의 장점과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욕조에 빠트려도 아무 이상 없는 방수&카메라 편, 지도를 더 넓게 볼 수 있는 광각카메라 편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김동현 CD와 기획2팀이 생활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 광고를 기획, 제작하는 것은 최근 스마트폰 광고 캠페인 트렌드와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동현 CD는 최근 광고의 트렌드가 고객의 생활과 직접 연결된 소재에 초점을 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스마트폰이 6, 7세대까지 넘어오면서 브랜드 가치를 느끼게 하는 추상적인 화법보다 실제 생활 속에서 직접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보여주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하이파이 레코딩 기능을 보여줄 때 제대로 된 음악을 녹음하는 장면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캠핑에서 개구리 소리를 녹음했던 경험을 활용해 반딧불을 녹음하는 장면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동현 CD는 화려하고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일상 속의 장면을 연출하는 대신 광고의 중간중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으로 남다른 한 끗을 주려고 했습니다. 방수&사운드 편의 꽃잎이 환상적인 느낌으로 위로 날아오르는 장면, 광각카메라 편의 자전거를 탄 모습이 빗물에 거꾸로 반사된 장면, 하이파이 레코딩 편의 들판의 반딧불이 도시 불빛으로 전환되는 장면 등이 그 예입니다.
LG라서 다른 무언가를 주고 싶었어요. 몽환적인 장면 연출뿐만 아니라 ‘이대로 너에게 빠져도 되는 걸까?’, ‘시야가 넓어지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등 광고 속 주인공의 이야기인 듯 우리 제품의 이야기인 듯 하는 중의적인 느낌으로 우리 광고만의 코드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LG G6 TVCF - 광각카메라편'(▲출처 : LG모바일 코리아 유투브)
그들의 노력을 하늘도 알아주는 듯 촬영 중 멋진 풍경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행운도 있었는데요. 김현욱 대리는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장면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광각카메라 편을 촬영할 때였는데요. 주인공이 자전거 타는 풍경을 멀리서 찍는데 난데없이 강아지가 뛰어들어오는 거예요. 그런데 들어오는 각도와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 녹음실에서 개 소리를 따로 넣어 최종본에 들어갔죠. 또 하나는 엔딩 장면! 노을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죽이 터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누군가 ‘저거 빨리 찍어!’ 소리쳤고, 재빨리 카메라에 담아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층 더 생생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좋은 제품, 광고, 매체량 삼박자의 조화
김동현 CD와 기획2팀은 G6 광고가 방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tvcf.co.kr 등을 통해 파급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도 뿌듯하지만,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칭찬이 그들을 춤추게 하는데요. 장모님의 특급 칭찬을 받은 정해평 카피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광고 업계 밖에 있는 분들 특히 광고를 잘 모르는 분들이 좋다고 할 때 기분이 더 좋아요. 일주일 전에 장모님께서 집에 오셨어요. 연세도 있고 광고에 대해 잘 알지 못 하시는데도 ‘폭’의 중의적 의미를 바로 캐치하시고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참 뿌듯했죠.
김경원 사원 역시 고생하여 만든 광고를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말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해요.
TV를 틀면 G6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나올 때마다 말씀드려요. ‘엄마 나 저거 했어!’ 하고요. 이렇게 가족들에게 제가 무슨 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가족들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고요.
G6 광고 캠페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제품, 좋은 콘티 그리고 매체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데요. 서지현 부장에게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봤습니다.
광고를 잘 만들어도 매체량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아요. 통상적으로 100개 중의 99개는 묻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번 G6의 경우 매체량은 물론 길지 않은 제작 기간에도 완성도 있게 마무리되어 큰 보람이 느낍니다.
기획, 제작 업무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 되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의견을 공유했던 이번 G6 광고 캠페인. HS애드인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제품부터 광고 기획 그리고 매체량 삼박자 갖춰져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어느 팀보다 끈끈한 팀워크가 돋보였던 HS애드인들의 다음 프로젝트도 응원하며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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