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업에서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면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함시키게 된다. 예를 들면 아이덴티티 전략·포트폴리오 전략·스트럭처링 전략·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굳이 더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단계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점이 중요한가? 아무리 훌륭하고 독특한 아이덴티티 수단을 이용해 만든 브랜드일지라도 소비자에게 잘못 전달된다면, 즉 원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달된다면 그 훌륭한 아이덴티티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반면 아이덴티티 전략이 다소 약할지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이를 만회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한편 심사숙고 끝에 만 든 브랜드 운용 전략인 포트폴리오나 스트럭처링 전략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대부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기인한다. 아무리 브랜드 체계를 잘 세우고 브랜드 구조를 깔끔하게 그려내었다 할지라도 막상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를 효과적으 로 전달하지 못해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상황,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브랜드 접 점의 중요성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점이나 상황을 관리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다른 말로 ‘브랜드 접점 관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점이나 상황이 바로 브랜드 접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접점을 찾아내고, 각 접점별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소비자와 브랜드가 만나는 브랜드 접점에는 어떠한 것이 있나? 여러 접점들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대략 네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1. 실내 생활에서의 접점(Home Contact Point)
이는 전통적인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집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TV·라디오·신문 등과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한 접점이다. 이 경우는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브랜드를 전달 받게 되는 접점의 성격을 지닌다.
2. 외부 생활에서의 접점 (Out of Home Contact Point)
집을 벗어나 외부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접하는 경우로서, 주 5일제 근무 실시와 더불어 향후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레저생활이나 스포츠·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빈도가 늘어남에 따라 외부에서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 스폰서십 홍보물에 노출된다거나 할인매장·백화점·수퍼마켓과 같은 유통점에서 만나게 되는 POP(Point of Purchase),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PPL(Product Placement in Cinema) 등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3. 인터넷 공간에서의 접점(Internet Contact Point)
최근 인터넷이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오프라인 공간보다 더 중요시하고,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 또한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또 다른 중요한 접점이 되고 있다. 한편 이 채널은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브랜드와 만나게 된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매체 접점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4. 사람과의 對面 접점(Face-to-Face Contact Point)
흔히 브랜드 접점이라고 하면 매체를 통한 접점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중요한 접점 중에는 사람을 통한 접점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 예로, 브랜드와 관련된 문의를 하기 위해 상담원과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브랜드를 접하게 되는데, 이 경우 상담원이 바로 그 회사의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An Employee is a Brand). 나아가 배송기사를 통해, 애프터서비스 기사를 통해 소비자는 브랜드를 보다 직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이 경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하면 자칫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사람과 직접 만나는 상황에서 보다 생생한 브랜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개념의 확장
일반적으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로 한정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인식의 폭을 좀더 넓혀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란 한마디로 ‘브랜드를 매개하는 것’이기에 매개에 관여하는 참여자는 그 누구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와 소비자간에도 브랜드 매개가 일어날 수 있으며, 브랜드를 개발한 회사 내부의 직원들간에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확장된 개념에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기업과 소비자간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 소비자와 소비자간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구전(word of mouth)’이나 ‘웹전(word of mouse)’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사람과 사람의 입, 즉 소문을 통해 브랜드가 떠다니는 ‘브랜드 구전’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웹사이트의 게시판이나 클럽·동호회·채팅 등을 통해 브랜드가 흘러 다니는 ‘브랜드 웹전’은 디지털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영화시사회와 같은 사전 체험 커뮤니케이션도 넓은 의미에서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노베이터(innovator), 즉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소비자를 모아놓고 사전 체험을 하게 한 뒤에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에게 구전이나 웹전을 하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3. 기업 내부에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시 흔히 소홀하게 대하는 것이 바로 사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 앞서 그 브랜드의 주인인 직원들이 통일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습도 제각각일 것이며, 따라서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전달하는 주체인 회사 내 직원들 사이에 브랜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소비자에게 진정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팬시업체인 홀마크(Hallmark)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사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 받는 기초를 다진 것은 주목해 볼 만하다.
- 사내 브랜드 활동 지침 (brand dos & don’ts) 전달
- 브랜드별 인트라넷 사이트(brand-based intranet site) 구축
- 사내 브랜드 잡지(internal brand publications) 발행
- 컴퓨터 부팅 화면에 브랜드 약속 (Brand promise reminders on the
start-up screens) 상기
- 내부 직원 대상의 브랜드 인식 조사(Internal assessment of employees
perceptions of the brand) 정기적 실시
성공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제언
마지막으로 최근의 소비자 행동 연구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라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후회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해당 브랜드를 더 많이 떠올리고 더 많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 브랜드를 사용함에 따른 잘못된 결과를 보여주고 왜 그때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후회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줄 경우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즉, 자사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다가 느끼는 후회, 자사 브랜드를 쓰다가 다른 브랜드로 스위칭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후회효과(counterfactual thinking effects)’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2. 방어적 심리를 이용하라
몇몇 연구들을 보면 서양 사람들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이익(promotion)을 얻는 데에 집중하고 , 이상(ideal)이나 가치를 추구하며 진취적 성향을 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 사람의 경우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해 손해를 방어하는(prevention) 측면에 집중하며 손해 본 것에 민감하고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소극적 성향을 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이상 추구나 가치 추구와 같은 ‘먼 얘기’보다는 ‘손해를 덜 본다’는 식의 방어적 컨셉트나 현실지향적 메시지를 커 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3. 타인의 경험을 부각시켜라
브랜드를 소비함으로써 소비자가 얻는 효익은 기능적 효익·감성적 효익·경험적 효익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몇몇 연구에서 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경우 기능적 측면, 감성적 측면의 어느 한 요소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두 요소를 다 반영하고 있는 경험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 브랜드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 등 소비과정에서의 경험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타인 정보를 통해 자기 구매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하려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 소비자들 에게는 타인의 경험 정보, 즉 “누가 써보니 좋다더라”라는 식의 커뮤니케이션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4. 타깃에 따라 메시지를 달리 하라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위 전문가 집단, 즉 오피니언 리더 집단, 이노베이터 집단의 경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을 접할 때 기능에 따른 이익(benefit) 측면보 다는 새로운 학습에 대한 노력 비용(learning cost)에 민감하다고 한다. 반면 제품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집단의 경우 학습비용보다는 새로운 기능 추가에 따른 이익에 민감하다고 한다.
이는 곧 커뮤니케 이션의 목표가 무엇인가, 그에 따른 타깃이 누구인가에 따라 메시지 전달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의미하 는 것이다.
5. 기대 수준을 적절히 관리하라
지나친 과장 등은 당장은 시선을 끌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는 피해로 다가올 수 있다. 즉, 광고를 보고 높은 기대치를 가졌으나 실제의 결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소비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의 경우 한 가지 현상에 대해 순식간에 빠져들고 그 결과 과도한 기대를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사례를 감안한다면 기대 수준의 적절한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6. 음향 효과를 적극 이용하라
한 연구 결과 한글이나 영어 같은 알파베틱(alphabetic) 문자의 경우 로고나 그래픽 등의 이미지보다는 징글(jingle)과 같은 음향이 함께 노출될 때 더 잘 기억되고 쉽게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로고나 심벌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으로 하되, 징글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이라면 커뮤니케이션시 징글을 이용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