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침저녁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곤 하지만, 점심시간 무렵 사무실 밖을 나서면 코 끝으로 스쳐가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어쩐지 봄 내음이 나는 것 같아!”라는 외침에 “봄 내음이 아니라 미세먼지 냄새겠지~” 핀잔을 듣기 일쑤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걸요.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 따스한 공기의 냄새 말예요.
이렇듯 향기로 먼저 다가오는 봄을 감각적 영상으로 구현한 광고가 있습니다. 겐조의 향수 광고 ‘KENZO WORLD’, 캐롤리나 헤라라의 향수 광고 ‘Good Girl’, 그리고 YSL(이브 생 로랑)의 향수 광고 ‘Black Opium’! 시각으로 전해지는 봄의 내음이 오감을 향기롭게 물들이는 듯한 향수 광고 사례를 함께 만나 보시죠.
지루한 세계에서 탈출하라, ‘겐조 : KENZO WORLD’
프랑스 LVMH 그룹에 소속된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 림과 움베르토 레온이 첫 번째로 만들어 낸 겐조의 새로운 향수 ‘월드’는 천재 조향사 프랜시스 커정의 조향으로 겐조 특유의 야생적 아름다움을 향기로 전하고 있습니다.
엄숙하고 지루한 파티에서 조용히 빠져나온 여인. 무표정하게 홀로 선 녹색 드레스의 그녀의 귓가에 서서히 들려오는 아프리칸 비트의 강렬한 EDM! 이게 무슨 일이죠? 이 여인, 갑자기 ‘신내림’을 받았나 봅니다. 녹색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얼굴을 비롯한 온 몸의 근육을 열정적으로 흔들고 비틀며 혼신의 댄스를 춥니다. 고요한 행사장은 그녀만의 거침없는 정글이 되고, 이윽고 겐조 월드 향수의 아이코닉한 보틀을 형상화한 눈 모양의 ‘관문’을 뚫고 지루한 세계를 탈출하는 여인!
이토록 강렬한 겐조 월드 광고 캠페인의 이름은 ‘마이 뮤턴트 브레인(My Mutant Brain)’으로 ‘존 말코비치 되기’, ‘Her’ 등의 영화를 만든 미국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의 작품입니다. 존즈 감독 특유의 공감각적 영상미가 돋보이는 겐조 월드 ‘마이 뮤턴트 브레인’ 캠페인은 2017년 제 64회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국제 광고제에서 티타늄 라이언 상과 금상 2개, 은상 2개, 동상 3개 등 총 8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착한 여자의 치명적 향기, ‘캐롤리나 헤레라 : Good Girl’
뉴욕을 무대로 활약하는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패션계의 영부인’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캐롤리나 헤레라만의 클래식하고 페미닌한 룩은 뉴욕이라는 도시가 만약 여성이라면 이런 스타일의 여성일 것이라는 ‘정답’을 보여 주는 듯 합니다.
런웨이와 커머셜 양쪽에서 공히 성공을 거둔 미국의 대중적 슈퍼 모델 칼리 클로스가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밤거리로 나섭니다. 여인의 걸음걸이마다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은데요. 그 향기, 꽤나 위험합니다. 그녀의 검은 색 드레스 자락이 스치는 곳마다 돌풍이 불고, 그녀가 지나간 거리엔 교통사고가 일어납니다. 천둥과 번개, 비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걸어간 그녀가 도착한 한 호텔,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순간 천장의 샹들리에가 떨어져 폭발하듯 부서지죠.
‘Gool girl to be bad’라는 섹시한 속삭임과 함께 캐롤리나 헤레라의 ‘굿 걸’ 향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금빛 굽이 인상적인 하이힐 형태의 보틀은 ‘굿 걸’이라는 이름이 가진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착한 여자의 치명적 향기를 전합니다.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다, ‘YSL : Black Opium’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가장 여성적이고 고혹적인 스타일을 고수한 패션계의 거장입니다. 1960년대 발표한 이브 생 로랑의 ‘스모킹 룩’은 매니시한 수트와 테일러드 재킷이 얼마나 여성스럽고 섹시할 수 있는지 보여 준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브 생 로랑의 코스메틱 라인 YSL 뷰티의 향수 ‘오피움(Opium)’은 특유의 중성적이면서도 섹시한 향기로 탄생 4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블랙 오피움’ 광고는 프렌치 시크의 어둡고 드라이한 분위기가 캠페인 전반을 이끌고 갑니다. 아편이라는 뜻의 ‘오피움’은 1970년대 첫 선을 보인 이래 향수 이름이 의미하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느낌 때문에 많은 오해에 시달리기도 했는데요. YSL은 ‘블랙 오피움’을 통해 퇴폐와 관능도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다크한 영상 위로 호주 싱어송라이터 엠마 루이스의 ‘정글(Jungle)’이 BGM으로 흐릅니다. 네온사인이 별처럼 빛나는 차이나타운을 달려가는 여인의 모습은 ‘오피움’ 향수의 변치 않는 테마인 오리엔탈 무드를 자아내며, 클래식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블랙 오피움’의 존재 의의를 전합니다.
100명이면 100명마다 모두 다른 향기로 기억되는 봄의 내음, 하지만 그 향기들은 ‘변화’, ‘유혹’, ‘설렘’과 같은 지점에서 한데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 HS 애드 블로그에서 함께한 겐조, 캐롤리나 헤레라, YSL의 향수 광고 또한 향기가 가져다 주는 변화와 탈출의 느낌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요. 긴 겨울의 무거움을 벗어 던진 새 봄, 향기를 통해 또 다른 나 자신으로의 변화를 꿈꿔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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