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엔터테인먼트, 언뜻 들으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단어로 만든 신조어, 리딩테인먼트(Readingtainment)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리딩테인먼트는 맥주, 쇼핑 등 책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문화를 통해 즐기며 ‘책은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는데요.
리딩테인먼트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1㎡당 최고의 5000만 엔(약 5억 원)이 넘어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긴자식스 쇼핑몰 맨 위층에 서점, 츠타야가 들어섰는데요. 이 공간은 전통적인 서점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서점이라 해서 단순히 책만이 아니라 서적 옆으로 인테리어 소품과 옷 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각으로 살지에 대한 총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죠.
▲긴자식스 츠타야 서점 (출처 : ginza_tsutayabooks 인스타그램)
5만 명이 채 안되는 일본 사가현의 작은 도시, 다케오시 역시 책을 키워드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리뉴얼하면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거듭났는데요. 이곳에는 책, CD와 DVD를 빌려주는 공간 외에도 33m 매대에 600권의 잡지가 놓인 ‘매거진 스트리트’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스타벅스까지 자리합니다. 현지 언론은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지역 경제 기여 효과가 연간 200억 원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내는 어떤 상황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94년 86.8%였던 국내 성인 독서율이 2015년 65.3%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이 6분(평일 기준)에 불과하다는 발표도 있는데요.
이처럼 책을 어려워하는 요즘 세대에게 최근 리딩테인먼트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책과 함께 맥주 마시기, 책의 한 구절 필사하기, 독서토론모임 참여하기 등 책과 함께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즐기면서 이를 SNS로 인증하는 과정 덕분에 젊은 세대에게 ‘책’이 놀이 문화의 하나로 새롭게 다가가고 있는 것인데요. 책을 매개로 한 문화 활동과 모임, 리딩테인먼트에는 무엇이 있는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읽고 마시고 논다, 동네 책방의 부활
책을 매개로 한 놀이 중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는 책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책맥’입니다. 국내에 술 마시는 책방은 2011년도부터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2016년부터입니다. 도서정가제로 늘어난 동네 책방이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책방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책맥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죠.
이름부터 술 한잔을 연상시키는 ‘퇴근길 책 한잔’은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서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고 영화도 보고 저자와도 만날 수 있는데요. 대형 서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암동 미디어시티에 위치한 북바이북 역시 ‘책맥’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서점에서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데요. 책맥뿐만 아니라 책꼬리 쓰기, 구매한 책 되팔기, SNS에 사진 올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이 포인트는 책을 구매할 때 등 현금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죠. 이밖에도 북바이북에서는 팝업스토어, 콘서트, 강좌 등 다양한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립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 창비’는 책을 파는 곳이라는 느낌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책 읽고 맥주 마시며 혼자 놀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서점인데요. 이곳에서는 조금 독특한 맥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문학의 거장들이 맥주를 사랑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괴테 헤페바이젠, 셰익스피어 스타우트 등의 ‘문학 맥주’인데요. 방문객들은 나무 나이테처럼 전체적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서가 뒤편에 놓인 바 형태의 테이블에 앉아 책 한 권과 함께 문학 맥주를 먹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자발적 독후감 쓰기 모임, 트레바리
동네 책방만의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책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친해지는 독서 모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 서비스 ‘트레바리’는 약 150개의 주제를 가진 다양한 독서모임을 운영하는데요. 온라인 사이트로 가입해 원하는 모임에서 선정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한 후 오프라인 모임으로 만나는 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입니다. 멤버십 형태로 운영되며 한 시즌 기간은 4개월입니다.
트레바리와 다른 독서 모임의 차별점은 일정 비용을 내고 장기간 참여함으로써 지식과 관계를 쌓아갈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일정 비용을 내야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해야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강제성 덕분에 매 시즌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한 번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꾸준히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회원 수가 창업 초기 80명에서 현재 7300여 명으로 늘어났는데요. 북클럽 주제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리딩테인먼트!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리딩테인먼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커넥츠북이 진행하는 ‘비밀신간’은 책의 줄거리나 저자 소개, 표지 등의 정보 없이 북튜버, 특정 분야 전문가, 동네서점 운영자 등이 소개하는 책 리뷰 영상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서비스인데요. 비밀신간 프로젝트는 한 달에 약 3,000권의 책이 출간되지만 베스트셀러로 분류되는 책은 고작 50여 권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보다 많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책 소개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200만 뷰를 돌파하고, 시즌 트렌드와 사회적 이슈 등을 책과 결합해 보여주는 ‘TOP차트’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죠.
북커넥터 중에서도 대표적인 북튜버, ‘책읽찌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가희 씨는 웹 모바일 서비스 벤처기업 함(hham)을 운영하며 북튜버로도 활동합니다. 국내 대표 북튜버로 손꼽히는 책읽찌라의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는 현재 약 5만 명인데요.
책읽찌라의 콘텐츠는 책 한 권을 요약해 3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전달합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자 하지만 한 권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요점 정리해줘 인기가 높죠.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족집게처럼 줄거리를 요약하는 스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리딩테인먼트. 책을 판매하는 서점뿐 아니라 소비하는 이들에게도 보다 많은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오늘부터 퇴근 후 맥주와 함께 책 한잔하는 나만의 시간 한 번 가져보는 것 어떠세요?
'트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혼자 산다의 일반인 Ver. ‘브이로그’ (0) | 2018.02.01 |
---|---|
광고 속 그 음악#01. 복고 감성이 물씬, 해리 스타일스&안드라 데이 (0) | 2018.01.17 |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O4O 서비스 (0) | 2017.12.21 |
문학, 영화, 방콕, 먹거리까지! 광고인의 #겨울나기 (0) | 2017.12.13 |
길거리 음식의 르네상스를 외친다, 푸드트럭 열풍 (0) | 2017.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