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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제멋대로 갈라지고 구부러지고,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처럼 뒤엉켜 있었던지라, 잘 못 드는 일이 많았는데- 고백컨대 난 어려서나 지금이나 심각한 혹은 타고난 길치다-그러다 보면 집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고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그 길들은 대부분이 어른 한 사람이 다닐락 말락 할 정도의 비좁은 길들이었다. 곤란한 건 잘 다니다가도 갑자기 머리가 휑해지며 일순 갈피를 못 잡고 다른 길로 접어드는 것이었는데… 그것까진 참을 수 있는 불안이었다. 

공포는 바로 그다음에 찾아왔다. 개들의 등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랄 것도 없는 강아지- 그 당시에는 스피츠종이 많았던 것 같다-였지만, 어린 나이에 그들은 그냥 나를 잡아 먹을 것 같은 사나운 개였다. 앙칼지게 짖어대는 스피츠와 골목길에서 일대일로 마주치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내게 없었다. 걸음아 나 살리라고 혼비백산 도망치면, 먹이를 만난 듯 카랑카랑 짖어대며 죽일 듯이 쫓아 오는 스피츠… 어쨌든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스피츠는 개싫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스피츠는 내 나이트메어의 단골이었으며, 이후로도 오랫동안 개와는 담을 쌓게 만든 원인이었다. 어디 개뿐이랴. 개를 키우는 사람들까지도 싸잡아 비난하며 폭언을 일삼는 일에도 적극 동참했다.(본의 아니게 불쾌했을 분들께 깊이 사과 드리는 바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미로 찾기에 실패한, 이른바 길치 유전자에 있었음은 고백했던 대로다. 

또한 지하도에선 어떤가.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곳이 지하도였다. 젊은 시절, 시도 때도 없이 약속에 늦었던 주요 원인이 바로 지하도탈출의 실패였었음을 또한 고백한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시절의 방황은 오히려 낭만적이다. 분명히 제대로 가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나타난 낯선 세상. 물끄러미 쳐다보는 오묘한 눈빛의 사람들. 1Q84의 한 장면처럼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라도 떠 있을 것 같은... 그렇게 낯선 곳을 헤매다-사실 가끔은 즐기기도 했다- 집에 들어오면 걱정이 태산만해진 아내의 핀잔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적은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아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내는 천재다. 한번 간 길은 잊은 적이 없으며 새로운 곳을 찾아갈 때도 귀신같이 찾아낸다. 가끔은 내비게이션에게도 승부욕을 불태우며 기계 속의 그녀를 준열하게 꾸짖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혹시라도 불똥이 나에게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그녀의 디렉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난 오늘도 여전히 헤맨다. 길에서도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늘 시행착오투성이다. “어머 살만큼 사시면서 무슨 그런 말씀을… 오버 아니에요?” 오버 아니다. 남들보다 훨씬 많이 헤매는 것은 팩트다. 무엇을 봐도 무엇을 들어도 나는 대체로 늘 잘 모르겠다. 가끔씩 전율을 느낄 때도 있지만(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다.) 분명하고 명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나의 헤맴이 잘 헤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안 건 광고를 하면서다. 고마운 직업이긴 하다. 헤매는 인간에게도 먹고 살 걸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끝 모를 헤맴을 어쩌랴. 여전히 모든 게 미로 속 같다. 훌륭한 삶이란 지식으로 인도되고 사랑으로 고무되는 삶이라고 말한 러셀의 말을 믿고 싶다가도 이게 도대체 다 뭐란 말인가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 인생이니…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 할까’ 까뮈가 떠오르는 오늘, 나는 헤맨다. 가을을 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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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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