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열전 #02. 방은하 ECD-다시 보고 싶은 콘텐츠 만들려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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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광고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카피, 음악, 비주얼워크 등 어느 한구석이 보는 이의 감정 어딘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방은하 ECD는 누군가의 감정이 움직이는 그 순간을 위해 지금껏 영화를, 책을,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관찰해 왔는데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스페셜리스트이자 멀티플레이어로 광고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방은하 ECD에게 아이디어와 좋은 광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광고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대한항공 ‘유럽’’프랑스’’스페인’ 시리즈, 배달의민족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그리고 최근의 다이나핏 광고 캠페인 등 방은하 ECD가 기획, 제작한 광고 캠페인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나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방은하 ECD는 광고를 이야기할 때 ‘광고’ 대신 ‘매력적인 이야기’ 혹은 ‘콘텐츠’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캠페인을 기획, 제작할 때도 ‘광고가 꼭 광고 같아야 할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하는데요. 

그런 생각은 방은하 ECD가 제작한 다른 광고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대한한공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기존의 광고 캠페인 형식을 탈피해 33만 명이 최고의 해외 여행지를 투표해 랭킹 쇼 형태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배달의민족, '우리가 어떤 민족이랬지' (출처 :배달의민족 공식 유튜브)

배달의민족 역시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접근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4년 집행됐지만 지금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질문을 들으면 ‘배달의민족’이라는 대답과 함께 철가방이 떠오르는 임팩트가 강한 광고 캠페인입니다.

“런칭 하루 전날 배달의민족 대표님이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는데요. 하루 사이에 댓글이 5,000개가 달렸습니다. 정말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너무 자주 보이니까 간혹 매체비를 많이 사용한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경쟁 광고 캠페인에 비해 1/3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어요. 공유를 통해 SNS에 많이 회자되다 보니 나타난 효과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관찰하는 일이 바로 ‘광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누구나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은하 CD는 그 답을 ‘관찰’에서 찾는데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놓칠까 두려워 침대 베개 옆에는 노트와 펜이, 손에는 항상 핸드폰이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랑 이야기할 때, 영화와 책을 볼 때,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도 끊임없이 관찰하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왜 나는 이 영화가 재미있다고 느낄까?’ 묻죠.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배워요. ‘저런 자막에, 저런 폰트를 사용해서 나에게 이런 감정을 주는구나!’ 하고요. 댓글에도 영감을 받습니다. 베스트 댓글의 센스에 감탄하고, 왜 베스트가 되었을까 생각하며 공감 포인트를 찾죠.”

그래서 방은하 ECD는 ‘노는’ 시간에도 바쁩니다. 모든 현상이 영감의 원천이 되기 때문인데요. 어느 날은 평소 팬인 연예인에 대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제목이 ‘A와 B에 대한 고찰’ 이었는데요. 반응이 별로 없어 ‘남편감으로 본 A와 B’로 같은 내용을 재구성해 다시 올렸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수십 개 사이트에 공유되었죠.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콘텐츠가 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나도, 세상도 관찰해요. 무엇을 보고 ‘이걸 당장 어디다 써야지’가 아니라 경험을 차곡차곡 내 안에 쌓아요. 그러면 아이디어를 고심할 때 어디선가 튀어나옵니다. 언젠가 배우고 느꼈던 것들이요.”

관찰이 광고에 적용된 예가 있는데요, 배달의민족 광고 캠페인입니다. 방은하 ECD가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려고 작은 섬으로 다시 통통배를 타고 떠나기 직전 일입니다, 한 아저씨가 불쑥 ‘짜장면 먹을래요, 짬뽕 먹을래요?’ 물어, 얼떨결에 주문했더니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이 끝나고, 바다를 보는 데 저기 멀리서 통통배를 타고 짜장면 배달 기사가 오고 있는 거예요. 너무 재미있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배달의민족을 만났고, 이거다 싶어 접목했죠.”


아이디어가 ‘꼬집히는’ 순간이 주는 희열

방은하 ECD는 그 접목의 과정을 ‘이종교배’라고 표현합니다. 각 소재를 봤을 때는 특별할 것이 없지만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변형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창조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흔한 양식, 광고에서 흔한 양식을 잘접목하면 쉽지만 재미있는 변형이 나오죠. 현상을 보는 데 그치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해요. 촉수가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내가 이걸 흡수해야겠다’고 생각해야 흡수할 수 있으니까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것이 될 수 있는 ‘모멘트’를 찾는 게 필요하죠.”

그리고 방은하 ECD가 희열을 느끼는 순간 역시 자신 안에 켜켜이 싸인 경험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이어졌을 때입니다. 이 순간이 바로 광고를 하면서 힘들면서도 가장 큰 즐거움 주는 순간이라 말하는데요.


“저는 그걸 ‘꼬집힌다’고 표현해요. 처음 제품을 받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2~3일간 마구 쏟아내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10페이지가 넘어갈 만큼 많은 내용이 적히지만, 막상 보면 쓰레기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보이죠. ‘꼬집히듯이’, ‘이거다!’ 하고 잡히는 그 순간, 희열을 느낍니다.”

무수히 많은 생각 중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잡으면 길이 보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그 뒤 과정은 술술 풀어지죠. 방은하 ECD는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순간 다시 한번 희열을 느낍니다.

“대한항공 아프리카 런칭편을 촬영할 때 새끼 치타와 인형 치타, 사자가 만나는 장면이 있었어요. 우리 팀이 공덕동 사무실에서 앉아 아이디어를 내고 콘티로 만든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도착한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사자와 치타를 몇백 미터 앞에 두고 백여 명의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흥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창작자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경험 아닐까 싶어요.”


좋은 광고는 다시 보고 싶은 광고

그렇다면 방은하 ECD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란 무엇일까요? 방은하 ECD가 광고 제작을 위해 관찰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처럼 좋은 광고 역시 그 사람의 마음에 답이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나 욕망을 불러일으켜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정의하는데요.

“감정이든 공감이든 욕망이든 뭔가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듣기 싫은 선전이 됩니다. 다시 보고 싶다는 의미는 마음에 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카피, 이야기, 캐릭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소비자의 감정을 핀셋처럼 끄집어내야 합니다.”

대한항공 광고 캠페인이 오랜 기간 많은 사람에 사랑받고 있는 이유도 단순히 보고 재미있는 광고를 넘어 보는 사람들 각각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인데요. 감정을 끄집어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냈습니다.

 

▲대한항공, '나의 스페인행 티켓'

“대한항공의 광고 캠페인 성공 비결은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고, 단편이 아닌 장기적인 시리즈로 구성할 수 있다는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희는 어떻게 하면 크리에이티브하게 소비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는데요. 

예로, 게스트하우스 프랑스 편에서는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이 손님을 직접 모집한다는 콘셉트를 잡아 손님으로 당첨된 분들을 프랑스 대사가 실제 열쇠를 쥐여주며 현지에 보냈고요. 스페인 편에서는 광고를 볼 때마다 ‘티켓’을 얻을 수 있도록 했죠.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캠페인 하나하나가 나와 가까운 이야기가 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방은하 ECD는 모두의 마음에 닿는 광고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정직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방은하 CD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내가 만든 광고가 나에게는 ALL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수 백편 중 하나입니다. 광고를 만드는 창작자의 마음과 광고를 즐길 소비자로서의 마음이 기획부터 끝까지 함께 있어야 해요. 어려운 이야기 같지만 자기 감정에 솔직하면 쉽습니다.”


방은하 ECD 인터뷰를 하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광고를 제작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감정을 끄집어내는 일이기 때문인데요. 사물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마음속에 켜켜이 저장해 이종교배를 시도하는 방은하 ECD. ‘가보家寶’가 될 그의 다음 광고 캠페인이 궁금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