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 민간 기업 과학관 LG사이언스홀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572만 명의 사람들이 LG사이언스홀을 다녀갔다고 하는데요. 과학이라는 어려운 두 글자를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공간, 오늘은 LG사이언스홀 운영을 대행하고 있는 HS애드 이승진 관장과 성기영 차장 그리고 과학 해설사 및 기술 요원, 과학 공연 배우 등을 만나 30주년의 의미와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서울 한복판의 과학놀이터
여의도 한복판, LG트윈타워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입니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친구들과 재잘재잘,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기는 어디인지', '오늘 구경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는데요. 아이들을 보는 어른들의 얼굴에도 금세 웃음이 번집니다.
아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LG사이언스홀인데요. LG사이언스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LG가 운영하는 과학관으로 1987년 7월 28일 LG트윈타워 준공과 함께 개관했습니다. 이승진 관장은 LG사이언스홀을 한마디로 '신나는 과학놀이터'로 정의합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이 아닌 재미있고 즐거운 과학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과학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열심히 '놀면서' 알려주는 공간이죠."
전시 공간은 취지에 맞게 '체험'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요. '청소년들에게는 특히 과학은 어렸을 때부터 체험을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설립 이념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승진 관장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가능하면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또, 설명은 줄이고 설명을 하더라도 딱딱하지 않게,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꿨죠. 특히 무조건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이 궁금했을 때 답을 해 흥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학 해설사가 알려주는 일상 속 과학
신나는 과학놀이터, LG사이언스홀은 유치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프로그램은 크게 관람 소개, 생활 속 과학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하는 Body, House, City, Earth 등 4개의 스토리존, 그리고 드라마와 3D 영상관까지 세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요. 먼저 관람 소개는 영화관 관람 안내처럼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중 원더큐브는 파노라마로 펼쳐진 47인치 LED 영상관으로 아이들의 주목도가 높습니다.
두 번째 파트는 생활 속 과학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로봇청소기로 진행하는 월드컵 경기, 전기자동차 카트라이더 게임, 화가 로봇이 그리는 초상화 등 아이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죠.
마지막은 전문 연극배우들이 펼치는 과학 연극 '사이언스 드라마'와 안경을 쓰면 화면 속 주인공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3D 영상관! 특히 3D 영상관은 국내에서 상영하는 3D 상영관 중 가장 화질이 뛰어나 아이들의 호응이 뜨겁습니다.
체험형 전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도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과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 해설사'입니다. LG사이언스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관람을 과학 해설사와 함께 운영하는 과학관인데요. 과학 해설사들은 1개월의 시나리오 연수를 마친 다음, 리허설, 관련 기관 벤치마킹, 위급 상황 교육, 내부 선후배 간 자체 교육 등을 통해 집중 훈련을 받습니다.
과학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은비 사원은 평소 벤치마킹을 통해 과학 해설사로서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등 스토리텔링 형식부터 시설 부분까지 LG사이언스홀에 적용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실용성이 높은 LG사이언스홀 화장실 미끄럼 방지판은 김은비 사원이 벤치마킹을 통해 적용한 부분이랍니다.
1998년 개관한 LG사이언스홀 부산 역시 체험 위주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전시장 체험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다니며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LG사이언스홀 부산은 전시관 외에도 학생들이 과학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연계한 과학 영재 육성 프로그램 'LG초등과학교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와 함께 매월 2, 4주 토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로 실험과 놀이, 만들기를 하는 'LG Fun&Fun과학교실' 외에도 '모르면 마술, 알면 과학, LG종이접기 연구소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넘버원 아닌 온리원을 꿈꾸다
체험 위주의 전시 구성 그리고 국내 유일의 과학 해설사 외에도 LG사이언스홀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화려합니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 아래 민간 과학관, 3D 영상관 상영, 스토리텔링 기법 도입, 과학 연극 '사이언스 드라마' 등을 선보였는데요. 수많은 '최초'를 만든 아이디어의 근간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 이승진 관장에게 물어봤습니다.
"넘버원보다 온리원(Only One)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온리원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저희가 차별화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이 있는지 늘 고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한 든든한 베이스는 30년간 축적된 노하우입니다. 이승진 관장을 비롯한 LG사이언스홀 직원들은 과학교사, 대학교수, 유관기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소스를 얻고 있습니다. LG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는데요. 성기영 차장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LG사이언스홀의 취지를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세요. 과학관과 그룹의 관계가 1, 2년이 아니라 30년 동안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들도 쌓이게 되었고요."
켜켜이 쌓인 노하우 그리고 LG의 든든한 지지로 LG사이언스홀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과학관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새로운 어린이 과학관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30년을 지속시킨 힘
하지만 1, 2년도 아닌 30년을 한마음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LG사이언스홀 역시 IMF부터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어려운 시기를 여러 차례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승진 관장은 그 해답을 진정성과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기, 그리고 아이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에서 찾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인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건 LG사이언스홀의 행사 중 1회로 끝나는 행사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LG생활과학아이디어공모전은 올해로 19회째를, LG영어과학캠프 역시 올해로 9회를 맞았습니다. 상황이 변해도 본래 취지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승진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 부분은 저희 장점이자 자부심이라 생각해요. LG사이언스홀이 진행하고 있는 모든 행사가 보여 주기용이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진정성이 담긴 과학행사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안전을 최우선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승진 관장의 생각입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는 사고 등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죠.
"아이템을 짜고 운영할 때 가능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시설이나 안전 운영 그리고 지진이나 메르스 등 예고 없이 닥치는 재난에 대해서도 LG의 지원을 받아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전시 기술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배호연 과장 역시 안전과 함께 사전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데요. 아이들이라 고장 나지 않을 거라 장담했던 아이템들도 부러져 있어 놀라기도 하고 동시다발적 사고가 터져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며 안전, 또 안전을 강조하고 있답니다.
가치 있는 일에 가치를 다하다
이처럼 LG사이언스홀은 아이들을 상대로 하기에 안전은 물론 교육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직원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건 역시 아이들인데요. 과학 연극 '사이언스 드라마'의 배우로 열연 중인 현예은 사원은 아직도 눈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이가 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힘들어 공연장에 앉아 있는데 어떤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직원을 따라 찾아왔더라고요. 저를 너무 보고 싶다고 하면서요. 막상 직원을 따라와서는 아무 말도 못 해요. 부끄러운 거죠. '공연이 좋았구나' 싶어서 기분이 참 좋았어요. 아이들이 호감을 표시할 때, 공연에서 알려준 것들을 기억할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어느 날은 LG사이언스홀에 아이스박스가 도착한 적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제대로 도착한 게 맞나 싶어 열어봤더니 장어가 들어있었는데요. 아이들에게 정성껏 알려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 표시로 전라도에서 보내온 선물입니다. 장어 선물 외에도 LG사이언스홀 직원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감사 쪽지를 받곤 하죠. 이름에 귀여운 오타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꿈을 찾는 데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내용에 울컥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뿌듯했던 경험은 LG사이언스홀 부산 박정한 관장에게도 있습니다. 바로 최근 LG사이언스홀 부산에 체험하러 왔던 장애 학교 학생들입니다. 매해 많은 장애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하지만, 그날의 학생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보다 더 긴장했지만, 그만큼 더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던 박정한 관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첫 번째 친환경 에너지 코너인 지열 에너지 체험은 두 손으로 지열 에너지를 만들어 지구 속 물이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체험이에요. 지열 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변화를 눈이 아닌 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끓는 소리에 집중하며 따뜻한 땅의 열로 온천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손과 귀로 체험하고 알아가는 모습을 봤어요. 아이들의 신나는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장애인단체 인솔교사 또는 사회복지사들 말에 따르면 장애 학생들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경험이 된다고 합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돌아가는 모습에 박정한 관장은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보람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볼멘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는데요. 예약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치열한 예약 경쟁 때문입니다. 과학 해설사 송성완 리더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예약 때문에 컴플레인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막상 돌아갈 때는 확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무 만족한다면서 다음에 또 오겠다고 충성 고객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때 특히 보람을 느끼죠."
성기영 차장 역시 매해 새록새록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업무 특성상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는 것은 힘들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기업의 진정성과 진솔함을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이죠.
"미래를 위해서 30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기업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아이들 웃는 얼굴, 웃음소리에 지치다가도 힘이 나고요. LG사이언스홀은 옳은 미래라고 표현해도 될 거 같아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 대한 투자이니까요. 이보다 더 좋은 옳은 미래가 어디 있겠어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습니다. LG사이언스홀 30년의 역사가 울림을 주는 이유도 같습니다. 말이 아닌 진정성으로 한결같은 30년을 걸어온 LG사이언스홀. 이승진 관장의 바람처럼 LG사이언스홀이 50주년, 100주년이 될 때까지 지금처럼 설립 이념과 운영 취지를 잘 유지하며 빛을 발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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