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명품을 만나다 – 까르띠에 하이라이트, 레이 가와쿠보 Art of the In-Between 外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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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브랜드의 무대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압구정, 청담동 등 명품거리에서 벗어나 예술품의 공간인 미술관으로 활동 영역의 범위가 넓어진 것인데요. 현대예술 지원을 위한 까르띠에 하이라이트 전,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묻는 알렉산더 맥퀸의 회고전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2017 메트 갈라에 선정된 레이 가와쿠보의 전시를 소개합니다.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전시 ‘까르띠에, 하이라이트’

최근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에 자주 보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침대에 누운 거대한 여성의 조각인데요. 침대에 누운 여성은 피부와 잔주름, 모공 그리고 뒤엉킨 잔머리 털까지 실제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이 작품이 신선한 이유는 사실적인 표정과 디테일뿐만 아니라 6m에 이르는 놀라운 크기 때문인데요. 거대한 여성 앞에 서면 크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 전시의 포토존이 되었습니다.


▲ 론 뮤익, '침대에서'

이 작품은 극사실주의 작가 론 뮤익의 작품인데요. 이색적인 건 이 작품이 명품 브랜드이자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기획한 전시, ‘하이라이트’에 놓였다는 점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론 뮤익 외에도 사라 지, 레이몽 드파르동, 쉐리 삼바 등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 반가운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도 눈에 띄는데요. ‘파킹 찬스(PARKing CHANc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박찬욱과 작가 박찬경 형제의 공동 작품과 이불, 선우훈 등입니다. 그중에서 웹툰 작가 선우훈의 ‘가장 평면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는 청와대에서 강남역까지 간략하지만 긴 지도로 표현해 탄핵 등 최근 벌어졌던 정치 이슈를 작품으로 옮겨 눈길을 끕니다.

이외에도 생물음향학자 버니 크라우스의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는 1968년부터 동물의 소리를 수집해 1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동물의 작은 동물 소리, 포효하는 소리, 물소리 등을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이불, '스턴바우 No. 16'

관람객들은 까르띠에가 기획한 전시회에서 까르띠에의 제품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데요. 이는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도 도움을 줍니다. 실제 1984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활동인 메세나(Mecenat)의 혁신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전시를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예술이 된 패션 ‘알렉산더 맥퀸, Savage Beauty’

하나의 물건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설 때 우리는 작품 같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작업은 작품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렉산더 맥퀸은 독특한 미감과 천재적인 테일러링 능력으로 영국패션협회의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4번, 2003년에는 미국 패션협회상까지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40세에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했죠.


▲ 출처 : V&A Museum

이러한 알렉산더 맥퀸의 짧지만 강렬했던 19년 패션 커리어를 기리며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알렉산더 맥퀸 : 맹렬한 아름다움 Savage Beauty’ 전이 열렸습니다. 의료용 와이어 또는 조개껍데기를 사용한 드레스, 오리가미 프록코트 등 1992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과정 졸업 작품전부터 2010년 마지막 컬렉션까지의 의상 100여 벌과 액세서리 70여 점이 소개됐습니다.

전시는 알렉산더 맥퀸을 이해하기 위한 5개의 키워드인 ‘고딕, 민족주의, 이국적 취향, 원시주의, 자연주의’를 사용해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영국의 모자 디자이너 필립 트레이시와 함께 만든 작품과 소품들 그리고 영국판 보그 전 편집장 이사벨 블로이를 위해 알렉산더 맥퀸이 칠면조 털을 하나하나 빨간색으로 염색한 뒤 나비 모양으로 만든 모자 등은 관람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 Alexander McQueen: Savage Beauty - Gallery Views (출처 : The MET)

66만 명이 다녀갔을 만큼 인기가 높았던 이 전시는, 단순히 알렉산더 맥퀸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것을 넘어서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특별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세심하고 치밀하게 기획된 전시를 통해 의복이 단순한 기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정치, 정체성이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시대의 천재 예술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최초 메트 갈라 주인공 ‘레이 가와쿠보, Art of the In-Between’

▲ 출처 : The MET (http://www.metmuseum.org)

2011년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가 열렸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는 지금 일본 아방가르드 패션 디자이너이자 꼼데가르송의 창업주인 레이 가와쿠보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레이 가와쿠보/꼼데가르송: 아트 오브 더 인-비트윈(Rei Kawakubo/Comme des Garcons: Art of the In-Between)이라는 전시인데요. 주목할 점은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살아있는 디자이너의 전시회를 마련하는 것은 1982년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 이후로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 Rei Kawakubo/Comme des Garçons: Art of the In-Between—Gallery Views (출처 : The MET 유튜브)

1969년 파리에서 꼼데가르송을 론칭한 레이 가와쿠보는 전위적인 컬렉션으로 패션계를 경악시키며 자기 변신과 진화를 거듭해왔는데요. 이번 전시는 ‘패션/안티-패션, 디자인/낫-디자인, 모델/멀티플, 자신/기타’ 등 아홉 개의 테마 아래 레이 가와쿠보의 의상 150여 벌을 소개합니다. 150여 벌 속에는 레이 가와쿠보가 처음 파리에 진출한 1981년 선보인 의상부터 지난 2월 무대에 올린 작품 그리고 1997년, 2012년 컬렉션을 비롯한 명작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시회 오프닝 행사라 할 수 있는 메트 갈라(MET Costume Institute Gala)로 전 세계 패션 피플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요. 메트 갈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Costume Institute)가 미술관 기금 조성을 위해 개최하는 자선 파티입니다. 패션 전시회에 걸맞은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레드카펫으로 패션계의 오스카로 불릴 만큼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방문하며 하룻밤에 수천억 원의 기부금이 모이는 의미 깊은 행사죠.


▲ Met Gala 2017 Red Carpet Arrivals (출처 : Average Socialite 유튜브)

2017년 멧 갈라의 주제는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레이 가와쿠보 그 자체였는데요. 가수 리한나를 비롯해 모델 벨라 하디드, 배우 다이앤 크루거, 가수 셀린 디온 등이 주제에 맞는 의상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에 참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트 갈라 전시회인 만큼 연일 방문객들로 북적인다고 하는데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레이 가와쿠보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또 한 번의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앞으로도 패션과 예술 그 경계를 넘나드는 레이 가와쿠보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까르띠에, 알렉산더 맥퀸 그리고 꼼데가르송의 전시 어떻게 보셨나요? ‘프리미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럭셔리 브랜드를 미술관에서 만나는 일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신선한 방법으로 미술관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마주치는 경험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