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사자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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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LGBT(성 소수자들), 난민, 저소득층… 주류로부터 소외되거나 편견에 맞서야 하며, 권리를 누리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2017년 칸에 모인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주목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고민했고, 권리를 찾는 데 조력했습니다.

기발한 상품을 발명하기도 했으며, 작은 조각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가 하면, 새로운 국가를 만들거나 늘 힘들게 표현되는 그들의 모습을 즐거운 영상으로 완성도 높게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광고회사가 해낼 수 있는 일이었나,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칸의 사자는 인간적이 돼가는 데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2017년도도 역시 소수를 돕는 아이디어에 많은 찬사를 보냈으니까요.


두려움 없는 소녀상은 수많은 사자를 얻었습니다

▲ Fearless Girl (출처 : Dagbladet 유튜브)

이미 우리나라에도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두려움 없는 소녀상.' 그녀는 2017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뉴욕 볼링 그린 광장에 세워진 작은 동상입니다. 3.4m에 달하는 거대한 황소상에 맞서 용감하게 세워진 그녀는 불과 130cm입니다. 월스트리트의 랜드마크인 황소상에 맞서는 소녀는 금융 회사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에게 평등하게 여성을 고용할 것을 주장하며, '리더로서의 여성의 힘을 깨우쳐라. 그녀는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라는 문구도 전하고 있습니다. 소녀의 자세와 표정은 매우 용감하고, 자랑스러우며, 부드러운가 하면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당초 소녀상은 1주일을 약속하고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방문해 사진을 찍고 SNS로 공유하고 화제가 되면서, 전시는 한 달로 연장됐고 결국 뉴욕시는 일 년간 소녀상을 설치해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여성 평등의 아이콘이 된 거지요.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라는 투자컨설팅 회사가 설치한 소녀상은 무려 700만 달러가 넘는 광고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각종 그랑프리와 골드를 수상했으며 칸의 가장 하이라이트 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티타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상업 페미니즘'이라고 혹평하기도 합니다. 결국은 기업 이미지를 광고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아이들에게 잘못된 여성관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이유입니다. 황소상을 조각한 예술가는 마치 황소가 소녀상이 주장하는 성 평등에 반대하는 이미지로 설정된 듯하여 불쾌하다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 다양성'을 응원하는 기업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의와 공감을 얻어냈고, 또 누군가에겐 응원의 메시지가 돼 준건 사실인 듯합니다. 근래 이렇게 큰 화제를 모은 조각상은 없었으니까요.


난민들의 국가가 세워졌습니다

▲ The Refugee Nation (출처 : The Refugee Nation 유튜브)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국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적이 없어서 출전할 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러 분쟁국가나 위험국가를 탈출한 난민들입니다. 그들에겐 공식적인 국가가 없습니다. 세상은 필사적으로 새로운 땅을 찾아온 그들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제 인권기구인 앰네스티와 오길비앤매더 뉴욕은 그들에게 큰 희망을 안겼습니다. 실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주었으니까요.

올림픽에 출전을 위해 앰네스티와 오길비는 먼저 국기를 만들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난민 출신 디자이너는 그들이 구조될 때 입었던 구명조끼에서 착안, 블랙과 오렌지를 섞어 국기를 디자인했습니다. 그 색은 용감한 난민들의 결속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올림픽에서 연주될 국가 또한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작곡가에게 맡겨졌고, 그는 웅장한 느낌의 국가를 작곡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국가와 함께 10명의 선수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난민들이 게임에 출전한 건, 올림픽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끝까지 완주를 포기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들의 출전은 단순한 게임이기보다 난민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난민, 6천5백만을 대표하는 나라였습니다.

칸은 앰네스티와 오길비앤매더 뉴욕이 만든 새로운 국가에게 역시 그랑프리와 여러 개의 골드 라이언을 안겼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부동산 개발회사와 통신 회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이들 기업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아이디어를 냈고 각각 디자인 그랑프리, 프로덕트 디자인 그랑프리, 통합 캠페인 그랑프리, 프로모션 그랑프리 등을 수상했습니다.


▲ The Unusual Football Field (출처 : Brand Buffet 유튜브)

태국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AP 타일랜드는 빈민가에 주목했습니다. 작은 집이 다닥다닥 밀집된 지역엔 아이들이 제대로 뛰어놀만한 공간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은 쉽게 갱단에 어울리거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도 하죠. AP 타일랜드는 그들의 에너지를 건강하게 쏟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곳곳에 축구장을 지어주는 거죠. 하지만 빈민가의 자투리 땅들은 축구장을 지을 만한 정사각형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집과 집 사이에 버려진 비효율적인 모양의 공터일 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버리는 대신 선입견을 버렸습니다. 공터의 모양에 맞춰 L자 모양의 축구장을 짓기도 하고, 사다리꼴 모양 혹은 옆으로 꺾어진 모양의 축구장도 지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직사각형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뛰어노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곳에서 뛰고 땀 흘리고 응원하며 몸과 마음까지 건강해졌습니다. 축구장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디자인'하면 보통 세련되거나 앞서가는 디자인을 생각하지만,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상한 모양의 축구장에 그랑프리를 준 칸.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거죠.


▲ Payphone Bank (출처 : #LatinosEnCannes 유튜브)

콜롬비아의 통신 회사 Tigo-Une는 쓸모없어진 13,000개의 공중전화에 주목했습니다. 콜롬비아의 빈민은 8백만에 달하며 그들은 하루 평균 3.5달러의 수입을 얻을 뿐입니다. 그러니 은행 계좌를 개설한 적도 없으며 금융 서비스를 누린 적도 없습니다. Une는 그들을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동전을 저축하는 은행으로 바꾼 거죠. 가까운 Une 스토어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면, 공중전화로 동전을 저축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을 만든 겁니다.

저축한 동전으로 교통카드를 살 수도 있고, 물건값을 지불할 수도 있으며, 에어컨이나 냉장고를 사기 위한 소액융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소득층에게도 유용한 금융 서비스가 생긴 거죠. 동전을 저축하는 일은 매우 작은 일인 듯하나, 그들에겐 큰 변화가 된 겁니다. 이 아이디어는 프로덕트 디자인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통신사와 그레이 콜롬비아가 같이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 Boost Your Voice (출처 : Boost Mobile 유튜브)

Boost mobile은 제대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시선을 돌렸습니다.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사용 가능한 선불 이동 통신 서비스를 판매하는 부스트 모바일. 그들의 매장은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 주로 분포돼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죠.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엔 투표소가 적어 저소득층 투표율이 낮아지거나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죠. 2012년엔 투표하기 위해 5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도 줄을 서야 했습니다.

Boost mobile은 그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주고 싶었습니다. 가까이 있는 부스트 모바일 매장을 투표소로 활용하기로 한 겁니다. 가깝고 접근성이 용이하니 줄 서는 시간도 줄어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진 거지요. 직원들은 투표소를 관리하는 자원봉사자가 됐습니다. Boost your voice라는 테마로 진행된 이 캠페인은 단순한 매장 활용을 벗어나 제대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었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평등'이라는 가치를 찾아준 것입니다. 칸은 그들에게 통합캠페인과 프로모션 부문 두 개의 그랑프리를 안겼습니다. 통신사와 180LA가 함께 진행한 아이디어입니다.


사람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이가 '슈퍼휴먼'입니다

광고와는 전혀 맥이 다른 아이디어들입니다. 오히려 공공단체나 국가가 해야 할 일로도 보이죠. 하지만 수많은 광고대행사들과 기업이 사람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아이디어를 썼습니다. 칸은 그들의 위대한 아이디어에 주목했고 그랑프리와 수많은 골드를 안겼지요.

상품보다는 '공감'을 파는 겁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좋은 상품보다는 나와 생각이 같은 기업에 호의를 보이고 관심을 줍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통신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부동산 개발회사는 그들의 방식대로, 투자컨설팅 회사는 남성 위주의 금융가에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력한 거죠. '구매'보다는 '태도'를 나누는 데 더 많은 아이디어를 쓰고 있는 겁니다.


▲ We're The Superhumans | Rio Paralympics 2016 Trailer (출처 : Channel 4 유튜브)

영국의 지상파 방송국 채널4는 "우리는 모두 슈퍼휴먼"이라는 캠페인을 만들었습니다. 패럴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뮤지컬 음악 형태를 띠는 영상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힘들어하는 장애인은 없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고 경기를 합니다. 하나같이 건강하고 즐거운 모습입니다.

한계를 극복하고 땀 흘려야 하는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웃는 모습을 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멋진 연주자가 되고 댄서가 되고 선수가 되었지만요. 그 어떤 영상보다 장애인을 멋지고 유쾌하게 담은 영상으로 보입니다. 2017년 칸 필름 부문 그랑프리 영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행복하고 유쾌한 슈퍼휴먼, 사람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멋지게 실행할 줄 아는 크리에이터야말로 칸의 슈퍼휴먼이 됐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사자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