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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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일본의 건축 학자이자 아키하바라 연구가이면서 오타쿠 문화에도 조예가 높은 모리카와 가이치로는 2003년 출간한 그의 저서 『취미의 메카 탄생 - 번성하는 도시 아키하바라』에서 도쿄의 진화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그는 신주쿠는 국가가, 시부야는 도큐 그룹과 세존 그룹이라는 민간 자본이 그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면, 아키하바라는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가게, 그리고 메이드 카페가 많이 존재하는 오타쿠의 거리임에도 이를 이끄는 명확한 프로듀서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신주쿠, 시부야, 그리고 아키하바라

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그의 말대로 1970년대 정부 부도심 계획으로 등장한 신주쿠는 일본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가장 많은 도시이며, 당시에 세워진 일본 제일의 고층 빌딩은 지금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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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는 젊은이와 길거리 문화의 발신지인데요. 요코하마와 연결된 도큐 전철의 종착역으로 도큐 그룹이 백화점을 세워 거점으로 삼아온 곳이죠. 그래서 시부야에는 전국의 중고생이 도쿄에 가면 반드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랜드마크인 “109”와 DIY 문화를 일본 전역에 확산시킨 “도큐 핸즈”, 그리고 진정한 예술을 소개하는 “Bumkamura(문화마을)” 등, 도큐 그룹의 거점이 다수 존재합니다.

1970년대부터는 후발 주자인 세존 그룹이 개발에 뛰어들며 패션 빌딩 “PARCO”과 “세이부 백화점” 등을 시부야에 세웠습니다. 현재 세존 그룹은 해산되었고, 세존 그룹의 “PARCO”는 J 프런트 리테일링에 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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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키하바라는 휴일에 가족들이 자주 방문하는 가전 거리였는데요.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한 1990년 이후에는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에 그의 대안으로 컴퓨터를 판매했습니다.

1995~1996년까지는 유명 애니메이션인 에반게리온이 방영되면서 피규어 열풍이 거세게 불었고, 많은 개러지 키트(garage kit,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정교한 등장인물 모형. 일반적인 시판 제품보다는 비싸며, 수만 엔을 호가하는 제품도 많음)를 제작하는 업체가 아키하바라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정교한 피규어를 제작하기로 정평이 난 '가이요도'가 1997년에 아키하바라로 이전한 후에는 아키하바라에 더 많은 피규어 가게가 생겨났죠.

이러한 이유로 아키하바라에 몰려든 사람들은 컴퓨터와 피규어를 좋아하는 오타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의 취미와 취향에 맞는 가게가 이곳에 집약되었기 때문에, 아키하바라는 가전 거리에서 오타쿠들의 취미를 즐기기 위한 거리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에 모리카와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거리의 변화를 통해 시대를 움직이는 주도권을 잡는 주체가 '관→민→개인'으로 바뀌어 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광고회사와 도시 개발

1980년대에는 광고가 도쿄의 이러한 변화에 힘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세존 그룹의 세이부 백화점 광고는 최고의 크리에이터였던 '이토이 시게사토'가 맡았는데, '신기한 게 제일 좋아', '맛있는 생활' 등의 광고 카피로 매년 화제가 되었죠. 그의 광고카피는 백화점의 정체성을 한눈에 인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부야에 트렌디한 젊은 층이 모이게 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도시 관련 정보지의 인기도 많아져, 특히 1988년 창간된 잡지 'HANAKO'는 도시를 즐기려는 사람에겐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HANAKO에 거론된 가게에 누구보다 먼저 방문하여 그 경험을 자랑했고, 이러한 모습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는데요. 패션과 취미에 아낌없이 소비하던 그 당시 20대를(현재의 50대) 이 잡지의 이름을 따 'HANAKO세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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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HANAKO 세대'에게 받아들여진 제품은 전국 중산층 소비자에게까지 확산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러한 소비자층을 로저스의 『확산 이론』에서 소개된 이노베이션 이론에서는 2.5%의 '이노베이터'로 부릅니다. '이노베이터'는 젊은 사람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광고회사 마케터는 이들의 트렌드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버블 경제기가 시작되며 이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새로운 것이라면 먼저 구매하던 소비성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죠. 기호와 감성의 다양화, 세분화라는 소비층의 변화는, 예를 들어 '자동차에 정통한 사람', '패션 리더', '잡화에 관심 있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이와 함께 광고회사의 마케팅과 미디어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반적인 소비자층은 광고회사가 커버할 수 있었지만, 매우 특화된 취미와 소비성향을 가진 오타쿠들에게는 매스 마케팅을 앞세우는 광고 회사의 마케팅과, 미디어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키하바라처럼 오타쿠에 의해 도시가 변화하는 경우, 광고회사가 끼어들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오타쿠의 축제이자, 여름과 연말에 도쿄 국제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코믹 마켓. 2천 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상업 자본과 이를 기회로 돈을 벌려는 기업은 참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비즈니스가 아닌, 그 문화를 좋아하는 입장으로 참가하는 것 외엔 따로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의 도시 개발

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2013년 말,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오랫동안 하락해 온 일본의 땅값은 도쿄권을 필두로 마침내 상승세로 돌아서는 곳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도쿄 올림픽(1964년 개최) 이후 약 50년 만에 도쿄 재개발 계획이 각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죠. 더불어 2013년 9월에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장애인 올림픽 유치가 결정돼, 도쿄의 각 지역에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50년 전에는 소비자를 결집시키기 위해 백화점을 비롯해 도큐 핸즈나 PARCO와 같은 전문점 등의 특색 있는 상업 시설을 확충하는 것에서 도시 개발이 시작됐는데요. 과거와 같은 왕성한 소비력이 사라지고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방문자를 메인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체류하는 거주자를 메인 타깃으로 하겠다는 목표로 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발상이라면 역 주변을 상업 시설이 주로 차지했겠지만, 지금은 역 주변에 인원수가 많은 IT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중소 IT 기업이 지역의 주변에 산재하는 구조를 디자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임직원들은 과거 대기업의 샐러리맨들처럼 장시간에 걸쳐 회사에 통근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일의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에 회사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직주근접'의 라이프 스타일을 취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는데요. 일본에서는 이를 '직주근접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울트라 퍼블릭 프로젝트 사이트 캡쳐 (http://ultrapublic.jp)

이러한 도시 개발의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 것은 '울트라 퍼블릭 프로젝트'입니다. 울트라 퍼블릭 프로젝트는 라이조매틱(Rhizomatiks Architecture), T·Y·O, 덴츠 라이브 3사의 멤버로 구성된 유닛입니다. 'We are the city.'라는 모토 아래, 하드웨어 부문의 개발 아이디어가 아닌 여러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지역 구성을 제안하는 것이죠. 지역 구성을 시민의 시점으로 그리고, IT와 엔터테인먼트적인 발상을 통해 거리를 좀 더 즐겁게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참고: 월간 덴츠보 2017년 4월호)

아직은 출범 이전 단계로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AI를 도시 아트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합니다. 드론이 도시를 안내하고, 인터넷과 연결된 야외 벤치가 아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등의 아이디어 말이죠. 여기서 독특한 건 '시민으로서 공적인 요소를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를 통해 모리카와의 도시 개발 흐름을 연장한다면, 도시를 만드는 주도권은 '관→민→개인→시민'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하기 위한 거리

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긴자 6초메에 위치한' GINZA SIX'

2017년 4월에는 긴자의 옛 마츠자카야 백화점 부지에 긴자 지역 최대 매장 면적의 상업 시설인 'GINZA SIX(긴자 식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탈(脱) 백화점'을 표방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매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무엇이 '탈 백화점'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탈 백화점'은 젊은이들이 사지 않을 법한 기존 브랜드는 배제하고, 서구의 고급 브랜드 제품을 본격적으로 구비하며, 임대 계약 방식을 변경하고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죠.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보니 기존 백화점보다 훨씬 고가의 상품이 많아졌습니다. 너무 비싼 제품이라면 대부분 살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저렴한 것만 찾지 않습니다. 'GINZA SIX'는 바로 이점에 주목했습니다.

최근 오프라인에서 인터넷 점포로 소비자가 이동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더 싸고 다양한 종류의 제품 라인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상품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인터넷에서는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비싼 물건은 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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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고가의 물건이나 한정품을 직접 보고 만져본 후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물을 직접 보고 만져봤을 때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제품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직접 매장으로 쇼핑하러 가는 건 꼭 살 물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는 왠지 사고 싶어지는 제품을 보기 위해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어지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하러 간다'라는 컨셉은 1988년 이토이 시게사토가 진행한 세이부 백화점 광고 포스터 '원하는 것을 사고 싶어'에 이미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카피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죠.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있지만 없다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없지만 있다
그것만은 꼭 갖고 싶다고 느낄 만한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는 생활에서 충족감을 얻기 위해서 무엇인가 사고 싶은 것을 찾겠다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광고회사가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의 확산

진화하는 도쿄, 광고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도시 개발'

과거의 마케터에게 '거리'는 트렌드를 읽는 교과서였지만, 현재는 이와 동시에 캔버스이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직주근접'과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장소'를 원하고 있는 상황은 광고 회사에도 좋은 기회이죠.

소비자의 수요를 해석하는 기술은 거주자의 니즈를 읽어 파악하는 기술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IT와 엔터테인먼트를 조합해 거리를 즐겁게 만들자는 '울트라 퍼블릭 프로젝트'의 목표 영역은 아직 확실한 메인 플레이어가 없는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합니다.

광고 회사의 비즈니스 영역은 상품 개발에서 점포 내 진열 프로모션, 쇼핑센터에서의 프로모션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금은 거리 디자인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각 영역에서 일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회사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거리의 변화와 이를 구현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업무 방식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생활 혁명입니다. 광고 비즈니스가 새로운 생활혁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새로운 도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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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