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대표적 오피스 타운 지역인 궈마오(国贸)에 새로운 햄버거 가게 하나가 오픈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따동야(大董鸭)'. 겉으로는 평범한 햄버거 가게처럼 보이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숨기고 있죠. 힌트는 바로 가게 이름인 야(鸭, 중국어로 '오리'라는 뜻)에 있습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따동야의 햄버거는 빵 사이에 고기 패티를 닭고기나, 소고기 대신 구운 오리고기를 사용합니다. 그것도 베이징을 대표하는 황실 요리인 '베이징덕'을 재료로 쓰고 있습니다.
1000년 콘텐츠, 햄버거 재료가 되다
오리라는 재료만을 내세운다면, 따동야 햄버거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햄버거 패티 재료의 놀라움으로 따진다면야, 2007년 한국에서는 김치버거도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따동야의 특별함이란, 앞서 말한 '황실 요리'라는 콘텐츠가 햄버거 '재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콘텐츠로써 '베이징카오야'에 대해 먼저 소개하자면, 원나라에서 명나라 황실로 그리고 지금까지 약 1000년이라는 시간을 이어 온 이른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요리입니다. 그만큼 조리법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먼저 잘 손질한 오리를 긴 빨대를 이용해 공기를 불어 넣어 오리의 살과 껍질이 분리되도록 합니다. 그 모양은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하죠. 그 뒤 오리의 겉면을 끓는 맥아당 물로 샤워시키듯 반복적으로 씻겨 내려 천천히 코팅 처리합니다. 이렇게 1차 가공된 오리는 갈고리에 걸려 긴 시간 건조된 뒤 마지막으로 화덕이나 직화로 익혀줍니다.
식탁에 올릴 때도 전통적인 방법을 따릅니다. 요리사가 직접 손님의 식탁 앞까지 요리를 가져와 껍질과 살코기를 분리해 한 겹 한 겹 먹기 좋게끔 접시 위에 올려 주어야 비로소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전 과정이 완벽한 맛의 타이밍을 잡아내기 위한 계산된 세심한 작업인 셈입니다.
결론은 결코 서민적이지 않은 이 사치스러운 황실 요리가 가장 서민적인 음식인 햄버거 패티가 되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1000년 요리라는 명칭에 걸맞게 시장에서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시간, 곧 역사의 유구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베이징카오야 전문 레스토랑 시장 1위는 '췌엔쥐더(全聚德)'가 확실했습니다. 1864년(청나라)에 창업, 올해로 1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시장 개방화 이후 해외 정상들이 중국 방문 때 꼭 들러 식사를 할 정도로 그 유명세 또한 대단한데요. 한국 대통령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 그 기록이 음식점의 복도에 사진으로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1985년에 문을 연, 신생 브랜드 '따동카오야(大董烤鸭)'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그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시장 경쟁 프레임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전통을 뛰어넘는 최초가 되겠다는 전략
오래되었다는 것이, 모든 것에서 '최초'라는 뜻은 아닙니다. 따동카오야는 3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브랜드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베이징카오야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창업자 동진상(董振祥) 사장이 기존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경쟁 프레임을 '최초'라는 가치 프레임으로 바꾼 것이 무엇보다 주효했습니다.
우선 그는 기존의 정통 베이징카오야 조리 방법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회적인 변화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덜 기름지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원하고 있었고, 이는 아무리 정통을 강조하는 베이징카오야 요리라도 해도 비켜 갈 수 없었습니다.
따동카오야는 '느끼하지 않고, 바삭바삭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변화된 카오야 요리를 시장에 최초로 내놓았습니다. 건강도 잡고 맛도 지키기 위해 원재료인 오리 사육 방법부터 바꾸었죠.
그렇다고 정통적인 이미지마저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베이징카오야에 대한 역사와 조리법, 시식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 소책자를 비치해 두어 소비자 스스로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하나의 전통문화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인 '췌엔쥐더에 비해 80%나 덜 기름지다'라는 구체적인 소문이 생길 정도로 소비자의 인식을 확실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다양한 소비층 확보를 위한 브랜드 혁신
따동카오야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따동(大董) 브랜드와 가격 부담이 적고, 양도 적당한 쌰오따동(小大董: 작은 따동) 브랜드를 잇달아 런칭,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 층과 직장인들의 점심을 공략하는 간편 베이징카오야 햄버거 브랜디인 따동야(大董鸭)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죠.
따동야(大董鸭)의 하드웨어는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와 닮았습니다. 음식 조리 시스템이나 판매원의 주문 응대 방식도 똑같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쉽게 제거했고, 구매에 대한 별도의 학습도 필요가 없었는데요. 이는 따동야가 빠르게 시장을 확장한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이스크림, 커피와 같은 젊은 층의 디저트 문화까지 흡수한 따동야. 이제 베이징카오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맛보는 요리가 아닌,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커피와 곁들일 수 있는 간편한 요리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 브랜드 전략을 읽는 본보기
우리가 아는 중국의 혁신과 융합은 샤오미(小米)와 위챗(Wechat) 등 IT 영역에서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따동야(大董鸭)의 출현을 통해 직접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저렴한 가격과 민망할 정도의 모방을 통해 지적을 받는 것은 오늘날 중국 브랜드와 제품의 실체이기도 한데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미 검증된 효율 높은 하드웨어는 외부에서 과감히 도입하고, 본질인 소프트웨어는 자신의 것을 지키며 소비자를 공략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오늘날 중국 브랜드의 성장 전략의 기본 전략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불필요한 것은 건너뛰고, 효율적인 것은 받아들여 빠르게 성장한 중국. 이번 따동야 사례를 통해 세계를 따라잡는 중국식 마케팅 방법에 대해 이해하고, 혁신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광고&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을 발명하다 (0) | 2017.07.28 |
---|---|
애드블로킹(Ad Blocking), 미래 광고산업의 걸림돌인가 혹은 소비자의 권리인가? (0) | 2017.07.27 |
미술관에서 명품을 만나다 – 까르띠에 하이라이트, 레이 가와쿠보 Art of the In-Between 外 (0) | 2017.07.19 |
광고 X 애니메이션 콜라보레이션 사례 – 아우디, 나이키 광고 캠페인 外 (0) | 2017.07.05 |
너무나 인간적인 사자 (0) | 2017.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