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블로킹(Ad blocking)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소비자, 즉 인터넷 사용자가 디지털상에서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하게 되면, 그 사이트는 광고 서버에 HTTP를 요청해서 광고를 다운로드 하게 되는데요. 애드블로킹은 이 요청 과정 자체를 막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광고가 떠야 할 자리에 광고가 뜨지 않고 비어있거나, 혹은 전혀 관계없는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 애드블로커의 작동방식 예 (출처 : Hubspot)
애드블로킹이란?
크게 보면 인터넷 사용자들이 광고를 블록할 수 있는 방식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첫 번째로는 크롬이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브라우저에 기본적으로 장착되어있는 블로킹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애플의 iOS9 버전에서는 모바일 기기에 애드 블로킹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완벽하진 않지만, 광고의 트래킹을 막는 옵트아웃(OPT OUT)입니다. 이 방식은 광고 자체를 보이지 않게 하지는 않지만, 광고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이용하여 타겟팅하는 방식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은 가장 널리 쓰이고 동시에 광고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방식입니다. 추가 소프트웨어를 개인의 디지털 기기 내에 있는 브라우저에 인스톨 하는 방식인데요. 주로 쓰이는 애드블로커로는 'AdBlock Plus, Adarmor, AdShield, Privoxy, AdBlockPro'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브라우저에 장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 스스로 애드블로커를 없애거나 작동을 멈추지 않는 한 광고회사나 콘텐츠 사이트가 애드블로커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광고를 보지 않을 선택권을 주지만, 광고가 주 수익원인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에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드블로커, 왜 화두인가요?
사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애드블로커를 사용한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야 화두가 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최근 미국 디지털 광고의 트랜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경 시작된 Programmatic 광고, 혹은 나아가 최근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이용한 Big-data marketing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사용자(소비자)의 다양한 디지털 행동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인터넷상에서 행한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그들의 다른 데이터(예를 들면 개인 재정 정보, 소매점 구매 데이터 등)와 결합하고 분석하여 각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가장 적합한 광고를 전달하는 방식이죠.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에 빗대어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는 광고회사를 '리틀 브라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현재 디지털 광고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술 기반 회사들은 대부분 소비자 행동 데이터 브로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디지털 흔적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으니까요. 아래 The Economics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보시면 이러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애드블로커는 이렇게 데이터에 기반을 둔 다양한 광고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의 수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광고는 각 개인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뜰 때, Third-party cookie(혹은 제삼자 쿠키 파일)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파일을 개인 브라우저에 심게 되는데요. 향후 사용자 행동 데이터 수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러한 쿠키 파일의 이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광고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사용자 개인의 디지털 행동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 기반 광고(Programmatic이나 Real-time-bidding, retargeting 등)입니다. 하지만, 애드블로커들이 이러한 기술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니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단지 일부 애드블로커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광고가 보이지 않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셈입니다.
우려할 수준인가요? 애드블로킹 현황
디지털마케팅 조사회사인 이마케터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인구가 애드블로킹을 사용 중이며, 그중 미국은 전체 인구의 약 1/4인 7천만 명이 그들의 데스크톱이나 모바일기기에 애드블로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1년 전인 2015년에 비해 무려 34.4%나 증가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증가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데스크톱과 노트북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급격히 일어나고 있으며,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드블로커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일까요? 디지털 광고회사인 HubSpot은 ADBlock Plus라는 애드블로커 회사와 함께 2,011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약 83%의 소비자들은 광고가 그들의 콘텐츠 이용을 방해하고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광고, 특히 로딩에 시간이 걸리는 용량이 큰 광고일수록 그렇다는 결과가 나왔죠.
그다음 이유로 꼽힌 것은 바로 사용자들의 디지털 프라이버시 안전에 관한 관심이었습니다. 약 39%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러한 이유로 애드블로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른 조사에서는 디지털 프라이버시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Young(2016)의 조사에 의하면 나이가 젊을수록, 성별이 남자일수록 애드블로커를 사용하는 성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인터넷 사용량이 많을수록 애드블로커의 사용빈도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통계는 인터넷사이트나 광고회사의 전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유용한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애드블로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출처 : 포브스)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은 유용한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애드블로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위 사진의 포브스 사례처럼 애드블로커를 해제하거나 혹은 광고 트래킹을 받아들여야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광고회사들도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광고 파일에 'ad'라는 말을 생략하거나 가장 많이 쓰이는 '468*60'이 아닌 사이즈로 광고 파일을 만들어서 애드블로커를 피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사용자(혹은 소비자)와 인터넷 회사(광고회사를 포함) 간의 ‘전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드블로커, 인터넷 사용자와 광고회사 간의 전쟁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애드블로커는 사실 소비자와 광고회사 혹은 인터넷 사이트 간의 전쟁입니다. 최근 페이스북은 애드블로커를 블록하는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애드블로커가 페이스북에서 작동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 수익원인 광고효과를 보호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작년에 애플이 발표한 사파리 모바일 브라우저의 애드블로킹과도 닮아있습니다. 애플은 iOS9 버전에서는 모바일 기기들에 애드블로킹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했는데, 이 기능은 다른 회사의 광고는 철저히 차단하면서 애플의 광고는 선택적으로 허용합니다. 즉 자신들의 디지털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죠.
사실 2012년 구글은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사용자들의 행동을 트래킹했다가 FTC의 제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위에서 소개한 애드블로킹을 설치하는 첫 번째 이유인 광고가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이 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 지 며칠 내로 AdBlock Plus는 페이스북의 애드블로킹 블로커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애드 블로커를 곧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는지는 두고 볼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렇듯 애드블로킹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왜 아직도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는 애드블로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을까요?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 인터넷 사용자가 광고 트래킹으로 인해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지 않으리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긍정적 착각(Optimistic Bias)'이라고 일컬어지는 심리학적 효과인데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 속에 살아간다고 합니다.
인터넷 광고의 행동 트래킹으로 인한 피해가 많이 보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란 막연한 긍정적 기대가 있기 때문에 애드블로커의 설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트래킹 광고 때문에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더라도 어떻게 애드블로커를 설치할지 모르고, 애드블로커가 자신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해 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두 번째 이유가 미디어와 마케터들이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AdBlock Plus 등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수록 애드블로커의 설치가 간단해지고, 그 블로킹의 범위와 효과 또한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와의 전쟁 이전에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에 대해 주의 깊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광고 없는 콘텐츠 이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이 Netflix, Hulu 등을 통해 광고 없는 콘텐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구독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미디어는 관계없겠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미디어가 광고 수익에 의존해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디지털 광고시장에서의 애드블로커 이용의 증가현상은 향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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