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동네 중 하나가 익선동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들은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얼마 전에 익선동을 방문해보았는데요. 이런 곳을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동네였습니다. 낮은 돌담길과 좁은 골목 사이로 작은 한옥들이 보이고, 그 안에는 세련 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의 예쁜 카페와 식당들이 자리 잡은 익선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었죠.
익선동 거리의 카페 & 레스토랑, 익선동은 과거 재개발지구로 선정되어 없어질 위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곳 주민들의 노력으로 재개발은 무산되었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어찌 보면 또 다른 핫한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익선동은 과거 양반들이 살았던 북촌과는 달리 전통적인 서민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널찍한 규모의 북촌과는 다르게 작은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고 그 속에서 아기자기한 흐름과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산업화가 분주히 진행되던 근현대에서는 오래되고 낡은 것을 무조건 바꾸려만 하고 전통적인 요소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전통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은근 우리 주변에는 전통 디자인 요소를 활용한 공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게 전통적인 디자인 코드를 활용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공간들에 대해, 일명 '한옥 인테리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는 크게 공간 자체를 구성하는 구조 (레이아웃), 내부 디자인을 이루는 개별 디자인 요소, 그리고 구성된 공간에 색과 생기를 넣는 코디네이션 작업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한옥 인테리어 및 전통 요소의 활용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소재(Materials)의 재해석과 활용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을 잘 보면,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 가능한 많은 요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고유의 형태뿐만 아니라, 색감, 소재, 소품 등 부분마다 찾아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요소들이 많아 그 자체로도 좋은 디자인 교재가 될 수 있는데요. 최근 이런 한옥 인테리어의 요소들을 크게는 일부분을 그대로 차용해서, 작게는 소품의 형태를 재해석해서 새로운 공간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통 기와지붕을 활용한 Façade
처마를 이루는 서까래와 기와지붕을 이용한 Façade가 돋보이는 스타벅스 소공점, 내부 인테리어도 전통적인 코드를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는 약 7~8년 전부터 문화재 인근 매장에 기와, 서까래, 전통 창호 등 국내 전통 요소들을 내 외부 인테리어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특히 일부 매장에는 한글 간판을 걸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죠. 외국 자본의 대형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진 국내 고객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전통적인 한식 요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한옥'이라는 우리 전통의 공간을 활용한 현지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와를 활용한 Wall Design
익선동 '식물', 한옥에 사용했던 기와를 시멘트로 조적하여 기와의 곡선을 살린 벽면을 내외부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였습니다.
한옥의 지붕을 구성하는 기와는 굳이 지붕 마감이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좋은 한옥 인테리어 소재로써 활용됩니다. 오래된 기와를 구해 쌓아서 만든 벽은 그 패턴만으로도 독특한 느낌이 있고,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대청마루에서 착안한 바닥 패턴
헤링본 마루가 유행하면서 일자 시공이 주를 이루던 홈 인테리어 시장에도 여러 가지 패턴을 활용한 바닥 마감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바닥 패턴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 오크, 월넛, 티크 등 어떤 수종의 나무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인테리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데요. 그중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물마루는 한옥 인테리어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되는 패턴입니다.
마루의 형식이 우물 정(井)자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우물마루라고 지칭하는 이 패턴은 중국, 일본에서도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특징적인 마루형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옥 인테리어를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인테리어 자재 회사에서는 우물마루 패턴을 이용한 제품라인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전통 문양과 형태를 모티브로 한 가구
전통 공예품이나 문양에서 모티프를 따와 재해석한 디자인 가구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 공간에서 전통 디자인 요소를 살리고자 할 때는 스타일을 재해석한 디자인 가구들을 찾게 됩니다.
하지훈 작가의 나주 소반에서 모티프를 딴 의자가 돋보이는 디저트 전문점 백미당 공방. 백미당공방에는 이외에도 한옥 인테리어의 들보와 전통 이음 방식을 활용한 전면 월, 한지와 창호 방식을 응용한 천장 조명 등 전통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요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오픈한 디저트 전문점 백미당의 플래그쉽 스토어는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 한국적 모티브의 공간을 추구하였고, 그에 걸맞게 한국 특유의 미학을 가구에 담아내기로 유명한 하지훈 작가의 의자를 코디네이션 하고 있습니다.
구조의 활용 '한옥 Renovation'
세부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경우와는 달리, 전통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활용한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실제 한옥을 리노베이션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요. 한옥 구조는 그대로 살리되 내부 요소를 현대식으로 바꾼 경우로, 가장 전통적인 방식을 많이 드러내면서도 어려운 공간 활용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장소 '마당'
한옥 구조를 살려 카페로 만든 익선동 카페엘리, 글래스 천장을 이용하여 마당을 실내 공간화하였으며, 동시에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붕과 처마 및 서까래만 남기고 한옥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중정에 글래스 박스를 끼워놓는 형태로 설계한 염리동 레스토랑 라꾸르 1912. 글래스 박스가 한옥의 처마 선을 잘 보이게 하여 디자인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라꾸르 1912는 기본이 된 한옥의 행정상 최초의 기록 1912년을 상호 뒤에 붙여 이 공간의 역사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당을 글래스 천장을 이용하여 연결한 공간은 날이 좋은 밤에 더 빛을 발하게 됩니다.
서양 건축의 중정, courtyard와 비슷한 우리의 마당은 한옥 구조가 가지는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인데요. 최근 상업 시설, 특히 F&B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경우를 보면 마당을 글래스 박스로 막아, 내부 공간도 활용하면서 한옥 디자인의 특징 (처마, 마당 등)을 살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옥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독창성이 뛰어난 수많은 디자인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잘 찾아보면 전통을 응용한 디자인 요소가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우리에게는 익숙해서 쉽게 지나치는 전통 요소들이 얼마든지 훌륭한 한옥 인테리어 컨셉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예술품 경매시장에서 한국 고가구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에 포인트로 놓이는 고가구의 매력! 현대 작가의 깔끔한 디자인 제품도 좋지만,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한 전통 공예품도 그 나름의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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