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냉장고 속을 정리하였습니다.

온전한 형태로 곰팡이 피거나 무른 식자재가 3L 봉투 하나론 모자랄 정도로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고구마부터 스파게티에 넣었던 명태 알, 그리고 공들여 숙성시켰던 피자 반죽까지. 바지런히 먹었으면 양분이 되었을 재료가 냉장고 안에서 쓰레기로 변하였습니다. 어머니와 세상에 미안한 마음 가득입니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요즘 들어 장을 본 후 비닐 포장 그대로 재료를 버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재료에 대한 욕심이 요리해 먹는 욕심보다 과했던 모양입니다. 장 보는 양을 줄이거나, 더 자주 집밥을 해 먹어야 냉장고를 쓰레기 저장고로 사용하지 않을 텐데 쉽지가 않습니다.

아마 많은 분의 냉장고가 저와 비슷한 처지일 것입니다. 언제 얼려두었는지 기억 안 나는 육류와 채소실에서 물러가는 각종 채소들… 왜, 도대체 언제 이렇게 되었을까요?


냉장고 없는 삶

국산 최초의 냉장고는 1965년 금성사의 '눈표 냉장고 GR-120'입니다. 당시 대졸 초임의 8배 가격으로 고가의 제품이었던 냉장고는 부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90년대 대한민국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냉장고 사이즈는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동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에서 소량으로 자주 보던 장보기 패턴이 간헐적 대량구매로 바뀐 탓일 것입니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어떤 철학자는 냉장고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이며 자본주의적 삶의 폐단이 모두 냉장고에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냉장고가 없다면 재래시장을 살리고 생태문제를 해결하며, 가족들에겐 언제 넣어뒀는지 모르는 출처 불명의 냉동 고기가 아닌 신선한 고기를 먹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냉장고가 인간다운 삶을 막는 괴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냉장고 없는 삶'이라는 주제는 소비 과잉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임에 분명합니다.

실제로 냉장고 없는 삶을 실천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분들은 식자재를 조금씩 매일매일 장을 봐 바로 조리해 먹습니다. 토굴이나 유럽의 '켈러' 같은 지하저장소를 만들어 감자나 김치 등을 보관하기도 하죠. 아파트 베란다에 간단한 기화 원리를 이용한 간이냉장고를 만들어 여름을 나기도 하고, 계곡에 사시는 분들은 차가운 계곡물에 음식을 보관하기도 합니다. TV 프로그램처럼 마당에 텃밭이 있다면 푸드 마일리지 `ZERO`의 냉장고 없는 삶도 가능할 것입니다.

저도 냉장고 없는 삶에 도전하고 싶지만, 맞벌이에 두 돌 지난 아이까지 있는 상황인지라 잘 버텨낼 자신이 없습니다.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다면 가능하겠지만, 아이가 먹는 유제품이며 고등어 자반, 양갈비 등을 냉장고 없이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냉장고 없는 삶은 아마도 은퇴 후, 운 좋게 시골로 내려가 토굴이라도 파거나, 단독주택을 지어 반지하 저장고인 '켈러'같은 시설을 만든 후에나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냉장고는 커져만 가는가?

유통시스템이 발달한 지금은 식자재를 언제라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족 단위는 점차 소가족화되어가고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냉장고는 점점 커지기만 합니다. 냉장고의 종류도 다양해져 김치냉장고는 물론 냉동전용고까지 생겨났습니다.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먹을 것이 천지인데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저장하고 싶어 합니다.

대형마트는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오늘만 있는 특별한 가격!', '최저가 보상', '1+1' 사람들은 지금 당장 불필요하더라도 이번뿐인 것만 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미리 소비'합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그 재료들을 넣으며 뭔가 '득템'한 것 같은 쾌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어차피 살 것이었는데 현명하게 잘 샀어! 득템!

냉장고를 불필요한 식자재로 가득 채우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은 '중독'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이 교묘하게 설계한 '소비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냉장고 없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이죠. 저는 거기에 한가지 더해 가족하고 밥 한 끼 먹을 시간조차 나지 않는 '사회구조'도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가족하고 밥을 지어 먹을 시간조차 없는 사회구조, 자본이 설계한 사회구조 때문에 우리 냉장고는 불필요한 재료들로 채워지지만, 그것을 소비할 시간은 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사회구조를 바꾸고 중독에서 벗어나기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냉장고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론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식자재 보관에 대한 요령을 터득하면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불필요한 식자재를 줄일 수 있는데요. 오늘은 'CANNING(병조림 기법)' 등 그 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당근은 당근 세워 보관했어야 했던 것이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냉장고에 식자재를 보관하는 법을 제대로 알면 더 신선하게 오랫동안 식자재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저도 장 본 채소나 육류 등을 별다른 후작업 없이 마트 포장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해왔는데요. 식자재의 보관에는 재료별로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식자재를 상하게 하는 요인은 크게 습도, 온도, 채소나 과일에서 방출되는 에틸렌 가스, 효소, 햇빛, 산소, 미생물 등이 있습니다. 식품 보관의 첫 번째 원칙은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피하는 것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채소와 육류 몇 가지의 보관법을 소개합니다.

1. 햇양파
양파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곳에 상온 보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단, 햇양파는 수분이 많아 쉽게 상하므로 한 개씩 신문지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고 냉장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토마토
각각을 키친타월로 싼 다음 비닐봉지에 넣어 채소실에 보관합니다. 또한, 토마토는 특히 저온 장해를 일으키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너무 차게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키위
사과와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보관합니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는 숙성을 촉진하는데요. 에틸렌 가스를 많이 방출하는 채소와 과일에는 대표적으로 사과, 아보카도, 멜론, 브로콜리 등이 있으며, 다른 채소의 완숙과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함께 보관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양배추
양배추는 통째로, 심을 도려낸 후 젖은 키친타월로 속을 채우고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면 오래갑니다.

5. 기타 채소의 냉동
청경채나 시금치 등을 그대로 냉동 보관하면 세포가 파괴되어 물러지기 때문에 살짝 데치거나 볶아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6. 닭가슴살
많은 분이 닭가슴살을 팩에서 꺼내 랩으로 싼 다음 급속 냉동시키는데, 이 경우 수분이 적어져 퍽퍽해집니다. 닭가슴살은 얼음물에 넣었다가 랩으로 잘 싼 다음 냉동용 지퍼백에 넣어 급속 냉동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얼음 막이 건조와 산화를 막아 줘 해동 후에도 촉촉한 식감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약간의 간장 등으로 밑간을 한 후에 얼려도 좋습니다.

7. 소고기
육류 냉장보관의 기본은 수분 제거입니다. 고기에서 나온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하고 랩으로 한 장씩 싼 후, 위에 보냉제를 올려 냉장 보관하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냉동할 경우에는 닭가슴살과 마찬가지로 얼음물에 담근 후 냉동시킵니다.

8. 두부
개봉한 두부의 경우, 두부와 함께 있는 물을 매일 갈아주면 5일 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9. 당근 등 키 큰 뿌리채소
신문지에 싼 뒤 비닐에 묶어, 세워서 보관합니다. 키 큰 뿌리채소는 땅속에 원래 있던 것처럼 세워 두어야 오래 유지됩니다.


더욱 완벽한 냉장고 없는 삶을 꿈꾼다면, 'CANNING'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혹, 냉장고 없는 완벽한 삶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제가 최근 관심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CANNING`이라는 '병조림' 기법입니다. `CANNING`이라는 말 그대로 캔처럼 멸균 처리하여 유리병에 보관하는 것인데요. 해외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식자재 보관법으로 종말을 대비하는 생존주의자들에게 장려되는 방법입니다.

병을 열탕 멸균 소독한 후 재료를 담아 다시 열탕 소독하여 완성하는 것이 기본인데, 크게 끓는 물을 이용하는 열탕 방법과 압력솥으로 이용하여 만드는 압력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CANNING 전용 압력솥이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보관법으로, 채소는 물론 육류까지 다양한 식자재가 병조림이 가능합니다.


병조림의 기본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병과 병뚜껑을 열탕 소독합니다. 병뚜껑에는 고무 패킹이 있을 수도 있으니 병보다는 짧게 해야 합니다.
* 냄비에는 깨끗한 천을 깔아 냄비의 금속 부분과 유리병이 직접 닿아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2. 뜨거운 물에서 병을 꺼내 물기를 잘 말립니다.
3. 준비된 재료를 깔때기를 이용하여 병에 담습니다. 이때 내용물을 너무 꽉 차게 담지 말고 여유 공간을 1~2cm 정도 남겨둡니다. 그리고 나무 주걱 등을 활용하여 내용물을 눌러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빼냅니다.
4. 병뚜껑을 가볍게 닫은 후 병의 반이 잠길 정도의 물로 20분 정도 열탕 처리 합니다.
5. 뚜껑을 단단히 닫은 후 병이 잠길 정도의 물로 20분 정도 열탕 처리 한 후 병을 뒤집어 식힙니다.


저는 이번 병조림을 위해 스파게티나 미트볼에 사용 가능한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보았는데, 토마토 소스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재료
완숙 토마토 6개, 양파 1개, 마늘 2조각, 월계수 한 잎, 올리브유 3큰술, 오레가노 적당량, 소금 적당량

만드는 방법
1. 압력솥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볶습니다. 양파를 볶을 때 소금을 넣어 줍니다.
2. 뜨거운 물로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깍뚝썰기 하여 압력솥에 넣고 월계수 잎과 오레가노를 넣습니다.
3. 압력솥의 뚜껑을 닫고 가열하여 핀이 올라온 후 불을 줄여 20분간 가열합니다.
4. 완성된 소스의 묽기에 따라 더 가열하여 국물을 조립니다.
5. 완성된 토마토 소스를 깔때기를 사용하여 병에 넣고 병조림합니다.


食思. 냉장고 없는 삶, 채소 보관법과 CANNING(병조림)

이렇게 병조림 된 채소나 육류 등은 1년 가까이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신경을 마비시키는 맹독, 보툴리눔 균의 완벽한 멸균을 위해 CANNING 전용 압력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병의 크기, 내용물의 양, 고도 등에 따라 압력과 시간이 달라 좀 복잡함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CANNING을 원하시는 분은 HFP 사이트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FP(NATIONAL CENTER FOR HOME FOOD PRESERVATION)는 미국의 여러 주와 대학들이 펀딩하여 식품의 보관만을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여기에는 CANNING 외에도 동결, 건조, 훈제, 피클, 잼 만들기 등 다양한 식품 보관 방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어 냉장고 없는 삶과 식자재 절약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욕망의 냉장고에서 하루빨리 탈출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