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힘들어도 누군가의 이미지 혹은 다른 사물의 힘을 빌리면 크게 기발해지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SPA브랜드들이 고가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라보하면 그 제품을 사기 위해 며칠씩 줄을 서게 될 만큼 전하는 가치는 달라집니다.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는 우아하지만, 매튜 본이 제작한 백조의 호수는 남자의 파워를 더해 훨씬 더 다이나믹한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여자의 부드러움으로 상징되는 백조 대신 칼군무의 강인한 백조의 힘을 빌렸습니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언덕의 완만한 곡선을 빌려온 훈데르트 바서의 집은 새로운 건축이 됩니다.
이처럼 익숙한 것에 혹은 평범한 것에 다른 것의 이미지나 힘을 더하면 전혀 ‘새로움’이 됩니다. 아이디어는 결국, 가장 새로운 탄생이 될 짝을 찾아 서로를 잇는 작업을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구글의 힘을 영리하게 훔친 버거킹
▲BURGER KING - Connected Whopper(출처 : 버거킹 공식 유튜브)
햄버거 맛을 알리는 광고는 늘 비슷합니다. ‘맛있다’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씨즐과 표정이 등장하죠.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에서 말하는 ‘맛있다’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버거킹은 그래서 구글 TV의 힘을 영리하게 빌렸습니다. 게다가 구글도 모르게.
광고는 버거킹 매장에서 시작합니다. 버거킹 와퍼를 든 직원은 얘기하죠. “이 광고는 15초다. 와퍼의 신선한 재료를 얘기하기엔 짧은 길이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그러고는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화면은 그에게 다가갑니다. 직원은 문제의 문장을 말합니다.
OK, 구글. 와퍼가 뭐지?
TV 옆에 놓여 있을 구글 디바이스인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계산에 넣은 광고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시스템이죠. “OK, 구글. 오늘 날씨는 어때?”라고 말하면 구글홈은 날씨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소비자가 구글홈에게 묻는 것처럼 버거킹 직원은 광고를 통해 각자의 집에 구비된 구글홈에게 대신 와퍼에 대해 설명하도록 한 거죠. 무심코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구글홈이 작동하면서 ‘와퍼’에 대해 설명한다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겠죠. 구글은 재빨리 그 목소리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하지만 버거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려 네 가지 목소리의 버전을 차례차례 선보이며 구글홈이 반응하도록 했습니다.
구글홈 디바이스는 현재, 얼리 어답터들이 주로 구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연령대는 18세에서 34세 사이라고 합니다. 버거킹의 메인 타겟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TV 광고를 볼 확률은 낮다고 하니, 광고의 실제 효과는 가늠하기 힘듭니다. 다만 이 광고는 여러 사람에게 회자될 만큼 화제를 낳았고, 일부 장난스러운 소비자로 하여금, 구글홈이 검색해서 읽게 되는 버거킹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부정적인 내용을 올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버거킹 광고를 인식한 구글홈이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부정적인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어쨌든 ‘오케이 구글’이라는 한 마디 때문에 평범할 수 있는 광고는 몇십 배로 더 주목받는 광고가 됐습니다. 동의 없이 광고에 끼어들게 된 구글은 언짢을지언정, 버거킹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 보입니다. 스마트 기기가 생기고 광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긴 해프닝입니다.
작가의 힘을 빌린 전기자동차
▲Written by ZOE - A 400 km story about friendship(출처 : Renault Sverige 공식 유튜브)
르노가 처음 만든 전기 자동차, Zoe. 하지만 사람들은 전기자동차는 얼마 못 가 연료가 떨어질 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쉽게 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르노는 그 불안감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400km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복잡한 구조입니다. 어려운 기술들이 접목되고 신기술이 적용돼 마침내 자동차가 글을 쓰다니... 하지만 날씨와 내 운전 상황에 맞게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글을 쓰고 읽어준다는 건 놀랍습니다.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길 위에서의 소설을 차용합니다. 자동차가 쓴 글이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자동차가 작가로 변신하게도 하는 세상이며, 캠페인 방법은 또 한 번 새로워졌습니다.
익숙함에서 빌린 새로움
▲Monsters: Train(출처 : 스펙트럼TV 공식 유튜브)
가장 사악한 것을 말할 때 누구를 등장시키는 게 좋을까요? 천사? 아이들? 미국의 케이블 TV 서비스인 스펙트럼 TV는 사악한 악당 캐릭터 넷을 소환했습니다. 악당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 미라, 늑대인간, 미친 과학자, 저승사자입니다. 모두 삼사십 년대 TV 시리즈에서 나와 인기를 끌었던 괴물들입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통근 전철에 앉아 얘기를 나눕니다. ‘미친 과학자’는 여전히 ‘죽음의 광선’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주말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늑대개는 하울링을 많이 할 거라고 하고, 미라는 종말을 소환할 거라고 합니다. 자신의 쌍둥이들은 축구를 할 거라며, 주말의 소소함에 대해서도 얘기하죠. 그때 저승사자가 문자를 확인하며 화를 냅니다.
아이들이 무척 화가 났어. 비가 와서 위성 TV가 나갔거든.
그러자 미라도 화를 냅니다. 어떻게 빗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팔 수가 있냐며.
광고는 말합니다. 진짜 나쁜 건 위성TV라고. 스펙트럼은 착하다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나누는 괴물보다 더 사악한 건 결국 비가 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성TV라고 결론짓습니다.
▲Fox Premium - Son of a Binge(출처 : Jorge Zacher 유튜브)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한 Fox TV는 누구나 알고 있는 “Son of Bitch”를 차용해, “Son of Binge”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외국에선 “Binge-Watching”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한 번에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텔레비전 쇼를 연달아 보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Fox TV는 누구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보게 되면 ‘Son of Binge’라고 부르는 머저리로 변한다고 합니다. TV에 너무 몰두해 비 오는 날 배달원을 밖에 세워두거나, 할머니의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거나, 고객들을 세워둔 채 몰래 TV를 보거나, 개를 산책시키지 않는 학대를 하거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게 되는 거죠. 모두가 놓칠 수 없는 서비스이기에 누구나 ‘Son of Binge’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의 매력을 익숙한 욕설에 빗대 새로운 욕설을 만들어냈습니다.
익숙함에 자신의 장점을 더해 위트를 만들어낸 아이디어들. 악당도 욕설도 오히려 웃게 만드는 요소로 만들었습니다.
빌리고 빌려주는 힘
▲ 출처 : BALENCIAGA, Barneys Newyork(좌), Acne(우)
이케아는 난데없이 자신들의 쇼핑백에 대해 광고합니다. 이케아의 오리지널 쇼핑백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첫 번째는 흔들었을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야 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하키채나 벽돌 심지어 물도 담아 옮길 수 있을 만큼 멀티 기능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더러운 곳에 던져보라고 합니다. 오리지널 쇼핑백은 물을 뿌렸을 때 쉽게 세탁이 되니까요. 그리고 가격은 단지 0.99불이어야 진짜라고 합니다. 왜 이런 광고를 만들었을까요?
고가 브랜드 발렌시아가에서 신제품 가방을 출시했는데, 그게 이케아와 비슷해서입니다. 그 가방이 출시되자마자, 스웨덴의 대행사 ACNE는 2시간 만에 대응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사진도 발렌시아가와 가장 유사해 보일 수 있도록 촬영했다고 합니다.
▲ 출처 : Acne
비슷하긴 하지만 사실 발렌시아가 가방은 이천 불이 넘는 고가입니다. 누구도 이케아와 혼동할 수 없는 범주죠. 하지만 이케아는 발렌시아가의 유사 디자인을 역으로 이용해 위트 있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실용성은 오히려 발렌시아가도 따라올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실용성’과 ‘디자인’을 내세우는 이케아의 컨셉이 강조될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남의 힘을 빌리거나 합치면 위트는 배가되고 하고자 하는 말은 더 쉽게 전달됩니다.
새로움을 만드는 일, 새로운 짝을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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