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고 ‘생각’을 삽니다.
좋은 물건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구매하는 것보다는, 그 브랜드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같은 철학을 갖고 있는지로 판단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브랜드들이 철저하게 ‘정치적 색깔’을 숨기지만, 외국 브랜드는 서슴지 않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 색을 띤 광고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고요.
정치적인 입장뿐 아니라 환경적 메시지, 평등에 대한 메시지, 사랑에 대한 메시지 등 수많은 메시지들이 브랜딩에 등장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의 생각과 동일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동일한 철학을 가진 브랜드에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그들의 철학 혹은 생각을 정성 들여 만들고 있으니까요.
더욱 환경적이 된 DB Exprt Beer
Betroleum이라는 아이디어로 2016년 칸 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뉴질랜드 맥주 브랜드, DB Export Beer. 맥주를 만들고 난 부산물로 친환경적 연료를 만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여러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그들은 2016년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올해 더 업그레이드된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뉴질랜드는 건물과 도로 건축에 수많은 해변의 모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갈수록 모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해변에 있어야 할 모래들이 사라져 가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다시 한번 맥주를 마시는 행동만으로도 지구를 지키자고. 바로, 다 마신 맥주병으로 모래를 만드는 겁니다.
먼저 특이한 기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결코 이 기계는 장식품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 마신 빈 병을 기계 안에 넣으면 라벨과 부산물의 분리 과정을 거쳐, 불과 5초 만에 200g의 모래가 만들어지니까요. 모래는 실제 건축 자재 제조 회사인 DryMix로 보내집니다. 그들은 맥주병으로 만들어진 모래를 이용해 건축에 사용될 시멘트나 콘크리트를 만들게 되고요. DryMix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건축 기업이니, 실제 활용될 수 있는 범위도 커질 듯합니다.
DB Export Beer는 앞으로도 많은 재활용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거라고 합니다. 가짜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로 환경을 구하는 아이디어. 그야말로 맥주 마시는 행위를 ‘가장 환경적인 행동’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색다른 키스 캠을 연출한 미국 광고 협회
스포츠 중계 중에 카메라는 관중석을 비춥니다. 카메라에 들어온 커플은 키스 타임을 갖고, 화면을 보는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죠. 야구 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지만 미국 광고 협회는 발렌타인 데이 영상으로 낯선 키스 캠을 선보였습니다.
장소는 NFL 리그가 열리고 있는 올란도의 경기장. 여느 때처럼 키스 캠은 관중석을 비추죠. 하지만 카메라에 들어오는 커플들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동성 혹은 다른 인종의 커플이거나 친구, 장애인들, 종교가 다른 친구들, 여러 인종이 섞인 가족들, 나이 든 커플들. 사실 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들이 등장하는 영상이 익숙지 않은 거죠. 일반적으로 매체엔 외모적으로 뛰어난 커플이 등장하거나 백인 커플, 흑인 커플 등 인종도 같고 종교도 같은 커플만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커플’이 낯섭니다.
그들이 올란도를 택한 이유는 2016년 올란도에서 발생한 LGBT클럽 총기 사건에 기인해서입니다. 29세의 안전요원 청년이 오히려 클럽 안의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5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광고 협회는 끔찍한 사고가 벌어졌던 올란도에서 사람들을 향해 말합니다. 사랑에는 나이도 없고, 종교도 없고, 성별도 없다고.
“Love has no labels.”
점점 더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이 많아지는 미국에 던지는, 아름다운 메시지입니다.
문구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인생
펜과 문구류를 판매하는 상점은 당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펜으로 글을 쓰거나 메모를 하는 일은 적어졌습니다. 하지만 Take Note의 광고를 보면 자신만의 메시지를 종이에 써서 남겨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광고에 보여지는 영상은 어딘가에 놓여진 종이와 펜이 전부입니다. 글씨를 쓰는 사람 손이 등장하긴 하지만, 얼굴 한번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이 가슴 깊이 와닿죠. 이야기는 Tina가 보내는 메모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며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메시지를 남기죠. Rob은 메모와 함께 Tina를 위한 아파트 키를 남깁니다. 그렇게 그들의 메모는 시작됩니다. 첫만남부터, 결혼, 출산, 짧은 이별, 재회, 입원... 그들의 인생이 따뜻한 톤의 영상으로 줄곧 이어지죠. 꽃을 선물하는 순간도 데이트를 신청하는 순간도 모두 메모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에 혼자 남은 Rob은 Tina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모를 정성 들여 써내려갑니다. 이 순간만큼은 메모를 한 자 한 자 쓰는 순간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당신은 내 최고의 와이프였으며, 계속 그리울 거라는 메시지.’ 4분 가까이 이어지는 메모는 가슴 찡한 감동을 남깁니다.
이 광고를 본 후, Take Note 매장을 본다면 한번쯤 들러 예쁜 메모지를 사게 될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에 담긴 아름다운 인생을 아는 브랜드니까요.
사랑의 구호를 보낸 스니커즈
“배고플 때 당신은 당신이 아니다.”
초콜릿 브랜드 스니커즈는 늘 출출함을 채워 당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조금 색다른 메시지를 선보였습니다.
“배고플 때 당신은 잘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빌보드 광고 판에 카드를 붙였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사랑의 구호품’입니다. 빌보드에 부착된 카드를 뜯어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로 전하는 거죠. 당신은 배고파서 잊어버린 것이니, 스니커즈의 도움을 받으라고 합니다. 귀여운 구호품입니다. 그들은 발렌타인 데이 다음날에도 구호품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다른 메시지입니다. ‘잊어버려서 미안해’라는 메시지의 카드와 오히려 하루가 지나 레스토랑 예약도 더 쉬우니 늦은 발렌타인 데이를 즐겁게 보내라고.’
스니커즈가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구호품인 듯합니다.
메시지가 브랜드 이미지가 됩니다
미국의 거대 건축 자재 회사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광고에 담았으나, Fox로부터 ‘너무 정치적’이니 수정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슈퍼볼 광고로 내보내려고 제작한 광고는 미디어의 요구대로 ‘정치적일 수 있는 장면’을 삭제한 후 온에어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TV에 풀버전이 선보이진 못했으나, 그들은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 모녀의 고난의 여정을 담았고 그들 색깔에 맞게 제작했습니다. 건축 자재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브랜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긴 영상으로 담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 갑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와 뉴욕 타임스는 미디어 기업답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Truth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뉴욕 타임스는 사람들에게 진실과 사실에 대해 생각할 화두를 던집니다.
사실 브랜드들은 환경 문제나 인종 차별, 인권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제품의 차이는 잘 몰라도 브랜드 철학의 차이는 뚜렷하게 알 수 있죠.
그래서 꼭 그 제품을 구매하고, 그 제품에 호감을 갖습니다.
제품력의 차이가 없어진 시대, 브랜드의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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