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빅뱅의 시대, ‘콘텐츠 다양성’이 중요
매체에서 광고하기
박 두 현
글로벌미디어팀 차장 / doo.park@hsad.co.kr
그야말로 매체 빅뱅의 시대다. 과거에는 콘텐츠와 매체가 구분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 매체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는 독점적인 자기 플랫폼을 통한 광고수익을 전부 가져갈 수 있었다. 당시에도 일부 케이블 사업자가 기존 지상파 콘텐츠를 활용해 별도 매체의 수익사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그 파급력은 원본 콘텐츠를 가진 지상파에 미치지 못했다. ‘본방 사수’, 즉 콘텐츠 프리미어의 힘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체는 오랜 시간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유일무이한, 매체의 무풍지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무풍지대가 최근 빅뱅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매체’가 된 스마트폰과 케이블의 동반 성장
매체 빅뱅의 시대, 그 원천은 분명 디지털이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 하나가 모든 것을 만든 건 아니다. 스마트폰에 맞게 콘텐츠를 생성할 줄 알았던 초기의 개인 영상제작자들, 그리고 최근엔 주요 방송사업자들이 스마트폰이 매체로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왜 영상 콘텐츠가 스마트폰을 매체로서 성장하게 만든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스마트폰도 초기에는 기존 PC웹에서 성공했던 광고기법과 개인화된 매체 특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모바일웹은 기존의 PC에서 보여주던 웹 화면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 크기의 한계를 지녔다. 그러다 보니 PC에서 주 수익원이었던 배너나 검색광고를 통한 노출형 광고는 스마트폰에서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은 개인화를 무기로 한 최고의 플랫폼이지만,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개인 영상제작자나 방송의 콘텐츠 진입은 유튜브나 SNS뿐 아니라, 갈피를 잡지 못하던 기존 포털 사업자까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동반 성장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스마트폰을 계속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의 중심은 바로 영상 콘텐츠다. 이런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은
건 단연 케이블 쪽이었다. 물론 케이블은 예전부터 꾸준히 자신들만의 색깔이 있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왔지만, 태생적으로 지상파보다 멀리에 있기에 찾기 힘든 채널 번호 등 접근성의 한계에 부딪혀왔다. 이 때문에 한때 ‘2%’가 케이블의 매우 성공적인 시청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런 케이블 시청률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2%의 벽을 넘어 최고 8.4%(AGB 닐슨,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던 <슈퍼스타K 1>의 블록버스터급 성공 시점이 아이폰을 필두로 국내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짤막한 클립 형태로, 당시 스마트폰의 포털 실시간 검색과 SNS를 통해 퍼져가던 입소문이 결과적으로 이슈를 생성·확장했고, 케이블에서도 ‘본방 사수’ 추세를 만들어 냈다.
중간광고가 만드는 ‘광고 시청률’ 차이
이러한 케이블과 스마트폰의 발전 과정은 무척 이상적이었다. 플랫폼으로서의 상호 간의 한계를 콘텐츠 활용을 통해 해소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근의 케이블은 스마트폰과 함께 과거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까지 성장하는 중이다.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 추세와 맞물려 때로 그 이상의 이슈성과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복고’, <꽃보다 청춘>의 ‘여행’,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한 ‘쿡방’ 열풍은 케이블이 그 출발점이었다. 특히 이 이슈 콘텐츠 사이사이에서 중간광고 상품은 기존의 지상파를 충분히 위협할 만한 것이었다.
통상 프로그램 시청률 대비 광고 시청률은 1/3 수준으로 본다. 언론에 발표되는 프로그램 시청률이 10%였다면 실제 해당 프로그램의 광고 시청률은 3~4%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런 차이는 시청자의 광고 회피 경향 탓이다. 한데, 중간광고는 프로그램에서 광고 시간으로 넘어가는 동안의 시청 이탈을 최소화한다. 따라서 케이블과 지상파가 같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면 케이블이 때론 지상파보다 높은 광고 시청률을 획득할 수 있다. 최근 지상파의 굳건했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에 대한 외침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상파의 매출 하락이 두드러지고 또한 예외적으로 주말 예능을 중심으로 테스트된 1, 2부 형태의 프로그램 중간광고가 성과를 거두면서 지상파 중간광고는 제 1의 이슈로 급부상했다.
‘콘텐츠 다양성’이 최고의 덕목
장르 편중 현상은 가볍게 보고 즐기는 스마트폰 시대의 시청자 니즈가 만든 1차적인 현상이겠으나, 이슈가 되고 시청률을 보장받는 드라마와 예능에 집중하겠다는 지상파의 성장 방향도 장르 편중 현상의 한 요인이다. 더욱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케이블의 편성 방식을 역시 수익만을 생각해 적용한다는 것은, 굳이 시청자의 의견을 묻지 않더라도 부정적일 것임이 분명하다. 케이블과 다를 바 없는 편성 방식으로 지상파가 변한다면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대표 채널로 인식되어온 지상파의 채널 충성도가 일시에 무너질 염려도 있다. 즉 예전엔 켜기만 하면 지상파를 먼저 확인하던 습관이 사라지고, 지상파도 그저 여러 채널 중의 하나로 여기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지상파에 필요한 덕목은 다시 ‘공익을 목표로한 콘텐츠 다양성’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목표가 시청률에 기여하긴 어렵겠지만, 50대 여성의 시청률이 주도하고 있는 지금의 시청률 체계는 원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상파에서 ‘잃어버린 20대’와 지상파를 ‘외면하는 30대’는 말할 것도 없고, 보도의 방향성이나 질적 논란으로 인해 종편에 앞자리를 내준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는 40대 시청자의 채널 이탈 위험마저 야기한다.
웃고 떠드는 것에 익숙한 TV 콘텐츠는 분명 케이블과 스마트폰을 키워낸 주역이긴 하겠으나, 그렇다고 그 성공 공식을 좇아 지상파의 지향점까지 바꿀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보다는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을 키우는 것이 새로운 방향이면 어떨까? 지상파가 지닌 지금의 판단은 마치 치킨집이 잘 된다고 옆에 치킨집을 내고, 조개구이집이 잘 된다고 옆에 또 조개구이집을 내는 식의 대응으로 보인다면 과언일까?
채널 번호의 우위와 오랜 제작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새롭고 다양한 가능성을 포용해 가는 것이 오늘과 같은 매체 빅뱅 시대에 지상파가 추구할 올바른 성장 방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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