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0 : 마지막 인쇄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송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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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쇄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한 송가

 

 

Life: 광고雜說

이 경 석

기획8팀 부장 / lks52@hsad.co.kr



요즘 만나는 분들마다 2016년 대한민국 광고계는 급변의 격랑 속에 빠져있다고들 합니다. 사실 사업하는 분들이 “올해는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것처럼 뻔히 하는 엄살로 보이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광고산업은 늘 혼돈 속에서 변화해 왔습니다. 90년대 후반 IMF로 인한 인하우스 에이전시의 이탈과 외국계 자본의 한국 진출을 통해 시작된 독립광고대행사의 새판 짜기도 있었고, TV광고만 만드는 광고회사에서 BI와 CI 디자인·이벤트·프로모션, 심지어 PI까지 아우르는 ‘IMC 캠페인’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이후 광고회사가 아닌 ‘마케팅 서비스 회사’라는 개념까지 등장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혼돈은 과거의 혼돈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변화의 시작이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광고업의 시작이자 끝인 소비자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어 이성적인 구매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디지털 소비자의 탄생’이 광고산업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광고계는 ‘종대사(종합광고대행사)’와 ‘디지털 광고회사’의 구도로 재편되고 있고, 거대한 공룡 같은 종대사들도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디지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앞서 가기, 인문학 따라잡기…이제는 디지털이군요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버거운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광고하는 사람은 트렌드에 밝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때그때 유행하는 최신 유행어가 무엇인지 억지로 외우고 다니기도 했네요. 강남에 뜬다는 핫플레이스 맛집 리스트에서부터 압구정동 편집숍에서 잘 나간다는 브랜드를 줄줄이 꿰고 있어야 ‘광고인답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여겨 관심도 없던 브랜드를 외우고 다녔던 적도 있었고요.

한때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광고의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광고하는 사람은 <삼국지>는 기본이요, 어려운 공맹의 도를 깨우쳤어야

했고, 마키아벨리부터 루카치오까지 서양문화와 역사에 빠삭해야 광고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 같았지요. 그런 인문학 따라잡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디지털입니다. 2016년 오늘은 얼굴인식 앱·가상현실·증강현실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소위 ‘테크(Tech)’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야 광고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누가 얼마나 새로운 테크를 먼저 찾아내 광고에 접목하느냐가 크리에이티브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요즘의 이 모든 변화가‘ 디지털’이라는 단어로 수렴되고 있지만, 막상 그 디지털이 무엇을 뜻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부산광고제에서 처음 선보인 ‘애드테크(Ad Tech)’에서는 도대체 디지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와 귀를 기울이고 길을 찾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듯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공중파 TV의 시대가 끝났다며 “No Mass Media가 디지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분들은 “Tech Based Ad가 디지털이다”라고 하는데, 어느 쪽도 명쾌한 답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대한민국 광고계의 이런 혼돈의 상황을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의 서문을 빌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광고계를 배회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디지털이라는 것이 존재는 하는데 그 정체가 무엇이며,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우리는 어쩌면 디지털이라는 유령을 상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광고산업에서도 이 모든 혼란의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젊은 광고회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구글이나 IBM과 같은 광고와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이 될 수도 있겠고요.


‘종이 사보’와의 작별…디지털 시대의 <HS애드>를 기대합니다

여하튼 이런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급랑 속에서, 1985년도부터 발행되어온 HS애드의 사보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더 이상 종이에 인쇄되는 사보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디지털화된 사보는 계속 유지되니 사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디지털시대에 맞게끔 변화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인쇄되어 나오는 ‘종이사보’가 주었던 수많은 기억들도 사라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쉽네요.

학교 다닐 때 어디선가 ‘광고회사 사보’라며 <LG애드> 사보 한 권을 가지고 뭔가 대단한 정보의 원천을 얻은 듯 든든했던 기억에서부터, 광고 초년병시절 사보 <HS애드>에 나온 ‘성공 캠페인’ 사례를 보면서 ‘나도 저런 멋진 캠페인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부러움에 눈물 흘리던 추억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 시원섭섭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시대의 HS애드 사보’의 모습 역시 기대됩니다. 이제 더 많은 광고인들에게 지표가 되고, 더 많은 광고 지망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며,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더 긴밀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사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는 종이의 손맛을 느끼며 인쇄된 활자에 눈길이 가는 구닥다리 당신에게 이 험난한 디지털 세상에서 무한한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