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6 : 언론, 그리고 네이티브 광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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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그리고 네이티브 광고

 


 

유 승 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Communication@ewha.ac.kr

 

 

 

 


 

네이티브 광고 - 수용자 지향의 콘텐츠형 광고


줄어드는 유료 구독자와 기업 광고주들, 그리고 강력한 콘텐츠 파워와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자랑하는 신생 미디어들의 도전… 바야흐로 전통 언론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종이신문의 경우 신문사 매출의 56% 가량이 광고에서 나온다고 한다(2014년 신문산업실태조사). 또 한국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인터넷 언론사는 4천 개에 이른다. 2005년 인터넷신문 등록제 시행 이래 17배나 폭증한 숫자이다. 그뿐 아니라 국내 정기간행물은 1만 6천개를 상회한다. 이러니 언론사들의 광고주 유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신생 온라인 언론일수록 경쟁우위를 갖기 힘들다. 따라서 중요 광고주들에게 긍정적인 기사, 소위‘ 비즈기사 또는 PR섹션’이라고 불리는 홍보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불문율처럼되어가고 있다. 어뷰징(Abusing)이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온라

인 접속량(Traffic)을 높이고 광고효과를 도모하는‘ 낚시 기사’들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트래픽의 양에 따라 광고비를 받는 페이지뷰 방식 광고료 산정체계에 그 원인이 있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력 언론사들이 광고주의 스폰을 받고 기획기사를 작성하고 있으며, 기사로 가장한 광고 사고팔기는 광고시장에 보이지 않는 거래방식으로 정착됐다고 한다(미디어오늘, 2016). 이러한 현상들은 치열한 광고시장 경쟁과 언론사의 생존위기가 맞물려 탄생한 자생적 생존방법이라 하겠다.

미디어산업의 경쟁상황은 미디어 시장규모가 작고 대기업 광고주 중심의산업구조를 지닌 한국에서는 더 험난하다. 이런 배경에서 불황의 돌파구이자 스마트한 마케팅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다.‘ 태생의’· ‘ 토박이’라는 뜻을 가진 네이티브와 광고의 합성어인 네이티브 광고는 마케팅 정보를 콘텐츠 형식으로, 마치 언론매체의 기사나 방송매체의 프로그램처럼 전달하는 디지털 포맷 광고를 의미한다.



 넛지(Nudge)의 CEO인 벤 영(Ben Young)은 한 기고문에서“ 언론사는 솔직하길 바라고, 광고주는 읽히길 바라고, 독자는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라고 피력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사·광고주·독자라는 세 구성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형태의 광고를 만드는 것이 지상목표여야 한다.


네이티브 광고 기획의 주체는 광고주 홍보팀이 될 수도 있고, 언론사의 콘텐츠팀 또는 광고회사의 기획팀일 수도 있다. 누가 기획의 주체가 되느냐와 관계없이 네이티브 광고 기획팀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퍼블리셔 마인드(Publisher Mind)와 브랜드 매니저 마인드(Brand Manager Mind)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네이티브 광고 제작 과정


네이티브 광고기획에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브랜드 뉴스룸(Brand Newsroom)을 꾸리고 자사의 또는 고객사의 브랜드를 중심에 두면서 브랜드 관련 흥미로운 콘텐츠를 수집·정리하는 취재과정(Content Discovery)이다. 여기서 ‘취재’라고 명명한 것은 메시지 발신자의 관점에서 벋어나 수신자 관점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뉴스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때로는 브랜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제3의 소재를 찾고 이를 브랜드와 관련지어 스토리를 개발해가는 과정에서 더 창의적인 네이티브 광고가 탄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네이티브 광고 기획자는 다양한 이종의 콘텐츠에 해박한 전방위적이며 입체적인 콘텐츠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네이티브 광고가 지면이나 방송 콘텐츠의 질적 우수성을 모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광고에 활용된 다양한 논거들이 튼튼한 사실(Fact)에 근거하고 있어야 네이티브 광고 본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취재된 소재들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편집회의를 통해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되고, 목표하는 청중에의 적합성과 기대효과를 고려해 브랜드 뉴스룸의 평가기준에 따라 선택된 소재를 네이티브 광고로 제작하게 된다. 네이티브 광고의 가장 흔한 제작물은, 소위‘ 리스티클(Listicle: 목록 제시형 광고)’이라는 형태이다. 예컨대‘ 여름철 스마트한 여대생에게 필요한 5가지 센스’와 같이 숫자와 요긴한 목록을 제시함으로써 정보의 지각된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이다. 최근에는 리스티클과 같은 전형적 형태뿐 아니라 짧은 동영상과 온라인 퀴즈 같은 새로운 시도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소재 선택만큼 제작물의 표현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일단 뉴스 가치가 높은 소재를 네이티브 광고로 제작했다면 다음 단계는 광고를 공유되고 검색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최적화 과정(Optimization Process)이 이어진다. 이는 기사에 적합한 해시태그 선정과 추가, 하이퍼링크 삽입을 통한 정보가치 및 검색률 제고 과정을 의미한다. 또 광고를 본 독자들의 반응을 수치화하는 KPI(Key Performance Index) 기획이 동시에 진행된다. 예컨대 광고를 본 독자들이 특정 사이트로 이동해 구매행동을 하거나 추가적인 정보요청을 하게 하는 등 세부적인 전환지표(Conversion Index)를 마케팅 성과 측면에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광고의 내용과 틀이 대략 윤곽을 나타내면 광고기획의 기본 의사결정인 ‘4W1H’ 과정 중‘ 누구에게(Who), 어떤 메시지를(What)’ 과정이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과정은 유통과정(Distribution Process)이다. 즉 ‘어떤 미디어 채널에(Where), 언제(When), 어떻게(How)’ 전달할 것인가 를 결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유통채널 선택과 우선순위 설정, 노출시점(아침·점심·저녁 등의 시간대 또는 특정상황) 결정, 그리고 노출방법(동영상 내 이미지·텍스트 기반·맞춤 이메일)을 결정하게 된다. 광고 유통을 마친 후에는 디지털 광고의 특장점을 살려 기획 후 집행·수정을 계속하는 ‘PDS 순환(Plan-do-see cycle)’을 반복하면서 캠페인 기간 동안에 KPI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화된 광고물을 만들어가게 된다. 과거의 광고가 지면이나 방송에 노출되면 그것으로 프로젝트가 종료된 것과 달리 네이티브 광고를 포함한 디지털 광고들은 성과지표에 따른 변형을 통해 목표에 근접해간다.

한국 환경에 맞는 네이티브 광고를 고민하자


디지털이 주도하는 요즘 전통 언론사들은 뉴욕타임스의 페이월(Paywall: 소량의 기사를 무료로 맛보기로 제공하고 더 보려면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과 유사한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전면 또는 부분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뉴스는 무료’라는 독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고전하고 있으며 여전히 광고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수준 높은 네이티브 광고의 적극적 도입은 기만적이고 허위 정보가 가득한 기사형 광고들을 줄여나가고 좀 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또 재정적 이유로 고전하고 있는 언론사들에 추가적인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깊이 있는 비광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내에도‘ ㅍㅍㅅㅅ’·‘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쉐어하우스’· ‘ 슬로우뉴스’ 등과 같은 네이티브 광고 중심의 온라인 언론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가 조성되는 긍정적인 신호다.


아쉽게도 네이티브 광고 도입이 언론사의 평판에 주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 만연된 질 낮은 기사형 광고에 실망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네이티브 광고와 더 보강된 비광고 콘텐츠는 도리어 언론사의 평판을 높일 수 있다.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번역 출간한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원칙>에서는 언론의 원칙을 ‘정확성(Accuracy)·독립성(Independence)·불편부당성(Impartiality)’이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광고주만을 따르고 독자와 사회를 외면할 때 언론의 존재가치는 모호해진다. 또 언론은 장기적인 생존 근거인 독자를 잃게 되고, 종국에는 광고주마저 떠나게 된다. 언론사들은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출도가 높은 주요 지면에 또는 온라인 웹페이지에 광고를 표출하는 지면 광고나 배너광고의 발상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네이티브 광고는 형태적으로는 유사할지라도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콘텐츠적 성격, 즉 소비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즐거움을 주는 인포테인먼트 관점으로 볼 때는 취약하며, 광고주의 메시지만 지나치게 강조된 기사형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어 아쉽다. 또 생산해낸 콘텐츠가 경쟁사의 광고물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의 뉴스 가치가 부족한 것들이 많다.

네이티브 광고는 기존의 광고기획보다 더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소비자 · 수용자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네이티브 광고의 시작은‘ 개개인의 소비자는 다르며 또한 소비자도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욕망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과거의 광고가 유무형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메시지를 만들고 유통하는 것이라면, 네이티브 광고는 상품과 콘텐츠의 종합세트를 판매하는 것이기에 상품에 대한 욕구뿐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욕구까지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명차를 판매하는 네이티브 광고의 스토리가 상상력과 욕망을 구체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존의 신문에 실린 이미지 광고와 다를바 없을 것이다.


광고주나 언론사, 광고회사들이 네이티브 광고 전문가로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행 광고의 이름을 네이티브 광고로 바꾸는 것과 같은 표면적 접근이 아니라. 조직 변화를 포함한 구조적 단위의 변화가 선결돼야 한다.

특히 광고주의 경우 광고홍보 전담 조직 내외부를 포괄하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언론사 구조를 벤치마크할 수 있어야 하며, 언론인들과 전문 작가들을 포함한 콘텐츠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경영진의 결단력 있는 추진이 필수적이다. 언론사의 경우 광고국과 편집국이 따로 또 함께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과 조직 문화 변화를 통해 언론윤리와 경영성과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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