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인생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래더링 기법(Laddering Method)’의 이론과 적용
소데카와 요시키
일본 교토가쿠인대학 교수
경제성장은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라 경제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광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과 넘쳐나는 상품정보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품에 대한 관심 저하는 광고 마케팅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에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고 상품에 대한 주목과 구매를 자극하기 위한 방법 찾기가 한창이다. 그 중 복잡한 소비자의 인식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상품의 특징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데 도움이 되는‘ 래더링 기법’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래더링 기법’의 주요 특징과 유용성은 무엇인가?
1. 래더링 기법이란?
소비침체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조사하더라도 명확한 해답을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1970년대 중반, 당시 주요 소비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으며, 1980년대 초반에 들어서는‘ 앞으로 소비자들은 무엇을 소비해야 할까?’,‘ 소비가 둔화되면 경제가 정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상황은 거짓말처럼 바뀌어 일본은 전후 가장 호화로운 소비 붐(버블경기)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 소비의 정체기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첫째,‘ 가구(세대) 소비에서 개인 소비로’ 라는 새로운 소비영역이 만들어졌다는 점, 둘째,‘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의 성향이 확장됐다는 점, 그리고‘ 성능 및 품질 중시에서 개인의 취향 중시’로 소비자의 구매 결정기준이 변화됐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일상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소비’가 아닌‘ 마음의 풍요로움과 만족감을 채우기 위한 소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인식변화에 호응하듯 1988년에 등장한 것이 광고회사 영앤루비컴(Young & Rubicam)의 토마스 레이놀즈(Thomas J. Reynolds) 와 조나단 거트먼(Jonathan Gutman)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래더링 기법(Laddering Method)’으로, 그 무렵 덴츠 영앤루비컴 (dentsu Y&R)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래더링 기법은 상품과 소비자의 관계를 상품이 지니는 속성(Attribute)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관으로까지 확장해 생각한 새로운 이론이었다. 소비자의 구매는 상품의 특징만 보고 결정하는 ‘결핍 충족 목적’만이 아니라, 저마다 지니고 있는 생활패턴 및 인생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상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상품 속성’,‘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가치관’ 등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각각의 항목에 사다리를 놓는 것처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상품과 소비자의 관계성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그림 1-1>.
먼저,‘ 상품 속성’은 상품이 갖고 있는 특징 가운데 소비자가 매력적이라 인식하고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상품에 특징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 카테고리의 많은 상품들에서 동일한 특징이 존재하거나 특징의 차이가 너무 작아 인식에 필요한 자극을 넘지 못한다면 상품 속성이라 할 수 없다.
‘기능적 편익(Functional Benefit)’은 해당 속성이 어떠한 효용(Utility)을 주는지, 그리고 그 상품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의미한다. 이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치이며, 개인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다. 반면에‘ 정
서적 편익(Emotional Benefit)’은 기능적 가치를 얻은 결과 어떤 마음으로 경험했는지를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는 소비자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내용과 인식의 차이가 나타난다.
마지막 단계인‘ 가치관(Terminal Value)’은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시 여기는 목표로‘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다’,‘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와 같은 구매행동의 궁극적인 추구 가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래더링 기법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본의 한 맥주회사는 맥주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래더링 기법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맥주를 마시면 어른이 된 기분’이라는 정서적 편익의 중요성을 찾아내고 이를 구체화하여‘ 어른이 마시는 맥주’라는 소구 포인트로 젊은 층에 어필한 사례가 있다. 고급 자동차 브랜드는 안전 및 우수한 주행성능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확인한 후‘ 사회의 성공의식’과 연결시켜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래더링 기법은 상품의 어떤 부분을 소구하면 효과적인지 파악하는 데 유효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2. 래더링 조사방법
래더링 조사는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우선 조사 대상자에게 1대1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다. 특정 상품에 대해 ①‘ 어떠한 특징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후에 가능한 한 많은 답변을 유도한다. ②‘ 이제 더 이상 없습니까’라는 확인 후에 추가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기능적 편익’으로 넘어간다.
다음 과정으로 상품 속성들을 하나씩 들어가며 ③‘ 이 속성으로 어떤 것들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까?’, ④‘ 이러한 장점을 통해 당신은 어떻게 만족하게 되었습니까’라고 질문한 후 마지막으로 ⑤‘ 왜 당신은 그러한 기분이 들었으면 하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사다리 오르기’가 마무리된다.
이처럼 해당 프로세스에 따라 상품 속성에 관해 순서대로 질문하는데, 도중에 대답이 막히거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질문을 중지하고 다음 상품 속성에 대해 동일한 질문을 계속한다. 한 명씩 1회 인터뷰에 약 90분 정도 소요되며 30명~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이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응답자로부터 많은 의견을 이끌어내는 인터뷰어의 스킬이 중요하다.
다음 과정은 인터뷰 결과의 정리 및 분석이다. 먼저 인터뷰를 통해 상품 속성,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가치관으로 각각 제시된 것들을 추출해 배치한 후 선을 이어 나간다. 여러 사람들이 답한 연결고리는 해당 숫자를 카운트하여 숫자에 맞게 연결고리의 선의 두께를 확대한다. 이처럼 꾸준히 작업을 진행한 후‘ 래더링 연쇄도’를 완성한다<그림 2>.
3. 래더링의 간이분석 방법
래더링 기법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화급을 다투는 마케팅에는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 우수한 인터뷰어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인터뷰이의 부담도 크다는 점 때문에 실제 일본에서도 실시된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래더링의 간이분석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이때부터 체계도의 구축방법도 보다 쉬운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첫 번째 방법은 그룹 인터뷰를 실시해 6명~7명의 사다리를 한 번에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룹 인터뷰에서 제시된 상품 속성,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가치관을 단어로 추출해 동의하는 의견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두꺼운선으로 표시해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앙케트를 통해 상품 속성의 인지도와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 가치관을 사전에 정해진 선택 내용의 공감 여부(예/아니오)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브랜드의 조사 결과‘ (큰 차량이라면) 많은 인원을 실어 나를 수 있다(기능적 편익)’고 대답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가족 모두 함께 이동하는 것이 좋다(정서적 편익)’고 대답했다면 인식의 강도를 상대적으로 두꺼운 선으로 연결해 표현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샘플을 지속적으로 트래킹하여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집단의 전체적인 의견으로서 래더링의 연쇄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래더링 기법을 정보 정리 포맷으로 활용해 소비자 인사이트를 래더링 형태로 정리,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 래더링 연쇄도의 평가
래더링 연쇄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우선 상품 속성이 많이 표현돼 있고, 각각의 속성에서부터 기능적 편익, 정서적 편익을 통해 마침내 가치관으로 도달하는 사례(사다리 수)가 많을수록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상품 속성이 소비자의 최종 가치단계로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능적 편익에서 멈춘 채 정서적 편익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를 들자면 ‘원두의 양을 2배로 늘린 캔 커피(상품 속성)’가 ‘맛이 진하다(기능적 편익)’로만 이어지고 그 다음 단계의 연상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이다. 만약‘ 가격 대비 좋다’라는 정서적 편익으로 이어졌다 하더라도 그 이상 확대되지 않고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 형태라면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또한 래더링 분석 결과 루트(사다리를 오르는 방법)가 많으면 많을수록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연상 루트가 다수 존재하는 경우 다음 단계로 진행해 갈수록 점차 끝이 넓어지는 연쇄도가 만들어져 더 많은 가치제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래더링 기법은 경쟁하는 2개~3개의 상품 및 카테고리를 동시에 비교함으로써 자사 상품의 평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자사 브랜드의 상품 속성이 적거나 없을 경우 또는 정서적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특징이 없는 범용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래더링 기법을 통해 가치의 연상 상태(Missing Link-존재 유무 등)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기능적 편익에 머문 채 정서적 편익까지 도달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이때는 기능적 편익을 정서적 편익으로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우유를 100% 사용’한 요구르트가‘ 깊은 맛이 있다’,‘ 농도가 진하다’ 등의 기능적 편익에 멈춰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경우에는‘ 진짜를 먹고 싶다(정서적 편익)’,‘ 스마트한 소비를 하고 싶다(가치관)’로 연결되도록‘ 진짜를 알아보는 똑똑한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전개함으로써 경쟁 상품과의 차별화뿐 아니라 자사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다.
5. 래더링 기법의 의의
래더링 기법의 이론은 1990년대 마케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래더링 연쇄도(사다리)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기능적 편익’과 ‘정서적 편익’ 측면에서의 영향이 컸다. 즉 상품이 이미지로 판매되는 현상은 래더링 기법이 개발되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상품의 가치를 사람의 가치관과 연결해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것이 래더링 기법의 의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래더링 기법의 기본 관점은 1990년대의 브랜드 이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90년대의 브랜드 이론을 이끌어 온 캘리포니아 대학의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와 케빈 켈러(Kevin L. Keller) 두 사람의 브랜드 체계에도 ‘기능적 편익’과 ‘정서적 편익’이라는 래더링 기법의 기본 관점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아커의 브랜드 빌딩 체계 중 핵심이 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기능적 편익과 정서적 편익, 자기표현적 편익을 제공한다”고 기술돼 있기도 하다<그림 3>.
한편 켈러는‘ 브랜드 레저넌스(Brand Resonance)’ 피라미드를 기초부터 구축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라미드의 제 1단은 상품 속성, 제 2단은 기능적 편익, 제 3단은 정서적 편익,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치관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브랜드 레저넌스’ 부분에 이르게 된다고 제시했다<그림 4-1>.
브랜드의 체계는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능적편익→정서적 편익’이라는 래더링 기법의 기본개념을 중심으로 파악하면 브랜드 빌딩 체계에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보여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브랜드란‘ 물질로서의 상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형성된 지식 및 이미지’를 말한다. 래더링 기법이 물건이나 기능을 단순한 편의성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아가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구입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덕분에 브랜드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됐다.
6. 소비는 인생의 사다리에 대한 장대한 구축사업
기존 유물론적 소비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과거 전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빈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있어 기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구매행위는 사치로 인식되곤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소비는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가의 지불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분을충족시키기 위한 가치구매라 할 수 있다.
소비의 진정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래더링 모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상품이나 재화를 끊임없이 소비(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행동은 삶의 풍요로움에 대한 자신만의 연쇄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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