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건강 죽으로
중국의 아침식사 시장을 잡아라”
대상 청정원‘ 춘완(淳碗)’ 런칭 스토리
손 호 진
중국법인 IMC 사업부 부장 / sonhojin@hsadchina.com
대상 청정원 중국법인은 중국의 아침식사 시장을 겨냥해 간편 레토르트(Retort) 죽(粥) 제품을 2016년 5월 베이징에서 우선 출시했다.
중국어로‘ 춘완(淳碗)’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진한 한 그릇’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박·버섯닭고기·단팥 등 총 3개 제품을 먼저 런칭했으며, 모두 천연 재료 100%로 만들어졌다.
두 자릿수 성장 거듭하는 중국의 아침식사 시장
중국저장공업대학 식품안전영양협회는 중국의 아침식사 시장 규모가 2010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두 자릿수 단위로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한화로 약 15조 원 규모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렇듯 가파른 성장의 배경으로는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소비증가를 꼽았다. 한편으로는 아
직까지 아침식사 수준이 대부분 노점에서 공급되는 평균 5위안(한화 980원) 정도의 비위생적인 식품이 대다수라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의 전반적 성장 속에 내재된 이러한 우려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맥도날드는 맥카페(McCafe)를 필두로 커피와 잉글리시머핀 아침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KFC는 맥도날드와는 달리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중국인들의 전통 아침 식사인 죽(粥) 과 요티아오(油条)라는 빵을 아침식사용 세트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중국에서는 편의점,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브랜드 외에도 로컬식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간편하면서도 위생과 영양을 갖춘 아침식사 세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 아침식사 시장은 수평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가 경쟁 중이고, 수직적으로는 편의점·커피전문점·베이커리·전문식당까지 거의 전 채널에서 아침 메뉴를 개발,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바야흐로 아침식사 시장의 본격적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향해
올해 2월 청정원 춘완 사업부와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춘완의 브랜드 컨셉트와 슬로건, 패키지 디자인이 마무리돼 있었으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타깃 마케팅이라는 전략도 확정된 상황이었다. 중국 전역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먼저 제품을 런칭하고, 베이징 거주 대학생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나가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중국 시장의 물리적 크기를 감안하면 전국 유통망 모두에 입점될 때까지 마케팅 시작 시점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중국 내 SNS 주요 이용자층인 대학생들에게 브랜드를 먼저 알려 입소문을 내는 것이 인지도 향상에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춘원 사업부는 이미 한국과 중국의 다른 광고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SNS에서의 경품 프로모션, 파워블로거를 활용한 대량 리트윗, 오프라인 시식 등으로,‘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대학생들로부터 사랑 받는 제품이 되는 것’이라는 목표를 이루어야 했다.
타깃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만들기
회의를 거듭하면서 춘완 사업부가 느끼고 있는‘ 뭔가 빠진 듯한 불안감’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통 확산과 마케팅 예산 등을 고려할 때 사업부에서 말하는‘ 타깃 마케팅’은 일리가 있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모순되게도 사업부가 느끼는‘ 불안감’의 원인 역시 여기에 있었다. 즉 대학생을 타깃으로 삼고자 하나 춘완 제품의 실 타깃층은 20대~30대 직장여성이었으며, 제품의 슬로건이나 패키지 디자인 역시 대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느낌은 미흡했다. 제품과 캠페인 타깃 사이에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첫 제안은‘ 그 거리감을 메울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자’로 시작됐다. ‘대학생들의 관심을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메시지의 콘텐츠화’가 이번 런칭 캠페인 성공의 첫 단추라는 확신에 따른 것이었다.
진정한 현지화로 브랜드 숨은 가치 발굴
대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하는 메시지 개발을 위해 중국 아침식사 문화와 죽(粥)에 대한 소비자 태도를 조사했다. 이로써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중국의 전통 죽은 담백하며,‘ 마신다’는 동사를 쓸 정도로 묽은 형태였다. 그런데 춘완이 지닌 속성은 단맛이 핵심이었으며, 숟가락을 이용해 떠먹는 제형으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에게 ‘수저를 이용해 떠먹어야 하는 단맛이 나는 죽’이라는 속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였다. 춘완 사업부는 처음부터 춘완을‘ 일반 죽 제품’이라고 명명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식(韩国式)’이라는 수식어를 반드시 붙이기로 했다. 즉‘ 한국의 죽’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중국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이질감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호기심 유발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둘째, 중국인들은‘ 따뜻한 죽을 마신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식어 버린 죽은 죽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춘완은 레트로트 제품이라 이를 데우기 위해서는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중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자칫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냉장’이라는 요소도 도입,‘ 냉장은 신선하다’는 보편적 인식이 작동하도록 했다. 냉장제품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고, 유통기간 역시 오렌지주스나 우유처럼 길지 않으므로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논리를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광고주 측에도 편의점 내 제품 진열의 경우 레트로트 코너보다는 우유나 김밥 같은 냉장유통 코너가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안했다.
이렇듯 제품이 지니는 속성과 가치를 중국 시장에 맞게 재구성해 포지셔닝을 해나갔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처음에 우리에게 불리했던 요소들이 차츰 유리한 차별화 요소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인지적 포지셔닝 맵이 완성돼가는 중이었다.
시대의 허기를 채우다
제품의 속성과 특징이 시장에 맞게 상당 부분 정리됨에 따라 대학생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도 차츰 명확해졌다.
우선 춘완이 지니고 있는 특징과 대학생들이 원하는 가치와의 공감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제품의 속성은 단맛·건강·아침식사·간식·야식·다이어트 등 다양한 키워드로 구성됐다. 그 한쪽에 요즘 중국 대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를 채워 나갔는데, 취업·연애·다이어트·창업·좋은 직장·여행 등 한국의 대학생들이 느끼는 감정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의 원인이 모두‘ 불안감’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같았다. 중국의 대학생들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고민이었던 셈이고, 그 불안감을 벗어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도서관에 가고 창업에도 관심을 갖는다.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며 끼니를 거르고, 사랑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현실….
그것은 모순되면서도 또한 우리가 함께 공감해주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춘완이 대학생들에게 던지는 공감 메시지를‘ 시대의 허기를 채우다’로 명명하기로 했다. 그들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춘완은 한끼의 건강한 식사를 넘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드는 감정의 끼니까지 제공하자는 컨셉트를 설정한 것이다.
진심으로 당신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식품 특성상 맛에 대한 체험은 중요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이다. 먹어보고 좋다고 느껴야 또 찾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선 베이징 대학로에서 오프라인 시식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이때 브랜드 컨셉트를 전달하는 ‘웹툰 카드’를 제작·배포했는데, 단순히 귀엽고 재미있는 카툰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심리적 허기에 위안을 줄 수 있도록‘ 부적(符籍)’화하기로 한 것이 특징. 호박죽은‘ 창업의 신’, 단팥죽은‘ 연애의 신’, 버섯닭고기
죽은‘ 다이어트의 신’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중국 유명 카툰 작가에게 의뢰해 책갈피 형태로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책갈피 형태에 향기를 넣어 단순한 길거리 전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책갈피 뒷면에는 QR마크를 넣어 모바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춘완 공식계정에 접속, 즉석 게임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O2O 통합 마케팅인 셈이었다.
춘완의 공식 위챗 계정에 접속한 고객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전달되는 캐릭터의 실제 응원 메시지를 들을 수 있고, 친구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확산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경품에는 중복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고객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춘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제품의 구체적인 TPO(Time·Place·Occasion)를 정보 형태로 제공해 구매욕 자극, 반복 구매 유도 등의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번 춘완 런칭 캠페인은‘ 제대로 된 현지화 마케팅에 대한 도전’이었다. 제품 역시 기존의 한국 제품을 중국으로 들여온 것이 아니라, 장장 2년에 걸쳐 오직 중국 시장만을 겨냥해 개발한‘ 중국형’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 중국인들의 식습관과 문화에 대한 상세한 관찰과 고민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 마케팅에서는 종종‘ 현지화’라는 단어가 전가(传家)의 보도(宝刀)와 같은 전략처럼 쓰이곤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빨간 색을 길하다고 여긴다”,“ 숫자 8(八)은‘ 돈을 번다’는 의미의 발재(发财)와 발음이 비슷해 누구나 다 선호한다”는 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중국 현지 마케팅을 위해서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중국의 문화와 습관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 이번 춘완 프로젝트를 통해 깨닫게 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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