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당신의 삶을 찾아갑니다”
- IBK기업은행‘ 찾아가는 희망음악회’ 광고 캠페인
이 정 원
기획5팀 대리 / jwjune@hsad.co.kr
‘평범한 어느 날 지하철 안의 풍경. 휴대폰을 보고 있는 여자,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 다 읽은 신문을 선반에 올려놓는 아저씨. 그리고 당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로 직장으로 또는 어딘가로 이동중이다. 갑자기,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깨뜨리는 낯선 플루트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신 옆자리의 여자가 가방을 열고 바이올린을 꺼낸다. 다음 역에서 커다란 튜바를 든 남자가 올라탄다. 신문을 보던 아저씨는 비올라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이 공간은 당신을 위한 오케스트라 공연장이 되어있다.’
‘평범하지 않은’ 이 이야기는 IBK기업은행이 전개한‘ 찾아가는 희망음악회’의 실제 내용이다.‘ 고객들의 생활 속에 직접 찾아가 잊고 있었던 희망을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지하철·시장·공장 등 그들의 실제 삶의 터전에 찾아가 클래식 연주를 들려주는 플래시몹 캠페인의 내용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이런 캠페인을 준비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016, 온고지신의 자세로 희망 전하기
2015년 한 해 대한민국에 울려 퍼졌던 IBK기업은행의‘ 희망송’과 희망로봇 ‘기은센’을 통해‘ 희망을 키우는 평생은행’으로 꾸준히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펼친 결과 어느덧‘ 희망’은 IBK기업은행의 브랜드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
2016년도 신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지난 한 해 동안 다져왔던 희망이라는 연상가치를 지속시키면서도, 어떻게 하면 지난해의 희망캠페인보다 진일보한 캠페인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즉 광고에서도 어떻게‘ 온고지신’을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고민이 시작됐다.
희망은 희망송에 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것은 유튜브에 떠돌던, 일반인이 올린 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자지러지게 우는 갓난아기가 나온다. 이 아기는 특이하게도 IBK기업은행의 희망송을 들려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 아기가 노래에 따라 웃고 우는,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 정도로 흘려보낼 수 있었던 이 짧은 클립은 이번 신규 캠페인을 기획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됐다.
고객들이 IBK기업은행의‘ 희망’을 진심으로 공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희망에 대한 일방적 주장만을 할 것이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를 갖고 고객의 생활 속으로 찾아가 교감을 불러일으켜야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래, 희망송으로 고객의 일상을 찾아가자!’ 이것이 우리가 찾은 답이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곳곳의 삶의 터전을 찾아가 플래시몹 형태로 깜짝 공연을 펼치는 힐링 희망송 클래식 공연을 기획했다. 대표 촬영지로는 시장·공장·지하철이 선정됐고, 그 외 버스정류장·소상인들의 가게 등 고객이 있는 곳곳에서 희망송 클래식 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희망 원정대- 플래시몹 고난기
초기 기획단계부터 가장 우려했던 건 바로 광고의 모델이 우리가 길거리에 서 만나게 될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라는 점이었다. 깜짝 클래식 공연을 접했을 때 시민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혹시나 피하지는 않을까? TV에 얼굴이 나오는 것을 싫어하면 어쩌나? 괜히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려 하면 어떡하나?’ 변수에 대한 고민은 산 넘어 산이었다. 특히 일반적인 광고촬영처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두 번 세 번 촬영할 수 없다는 점이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결국 철저히 계획, 또 계획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전답사를 통해 동선을 짜고,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공연 악단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우리의 촬영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
실제 촬영장의 모습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 공연의‘ 관객’이 되는 시민들은 촬영팀의 존재를 몰라야 했기 때문에, 20명이 넘는 악단과 커다란 촬영 카메라들이 ‘은폐하고 엄폐하며 조용히 숨어있기’와 ‘게릴라식 치고 빠지기’를 계속했다.
‘시장’편에서는 추위가 가장 큰 적이었다. 가장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고, 반응도 가장 좋았던 즐거운 촬영장이었지만 한겨울의 야외촬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한 바이올리니스트는“ 손이 얼어서 현이 켜지지 않는다”며 짬짬이 핫팩으로 언 손가락을 녹이고 있었다.
‘공장’편에서는 출근하는 직원들을 피해 근처 차량에 미리 숨어 있다가 아침체조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급습(?)하기도 했다. 화장실에 가다 우연하게라도 공장직원들과 마주칠까봐 다들 커피 한 잔 마시지 않고 숨죽여 촬영시작만을 기다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지하철’편 촬영이 가장 어려웠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고 내리는 좁은 공간에서 깜짝 플래시몹과 촬영을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은 장면을 건질 때까지 공연을 계속해야 했기 때문에 노선의 끝에서 끝까지 지하철을 탔다 내렸다, 다시 탔다 내렸다를 무수히 반복했다.
어찌 보면 촬영 장면보다도 수십 명의 스태프와 악단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수많은 역에서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더 장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00% 실제상황, 시민들과 함께 나눈 희망
촬영된 광고영상을 본 사람들은 꼭 우리에게 물어본다.“ 정말 연출이 들어가지 않은 리얼한 반응을 담은 것인가? 실제로 플래시몹을 한 것인가?” 그 답을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번 촬영은 100% 리얼한 실제상황과 실제 일반인들의 표정으로만 제작됐다.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촬영현장에서 시민들의 공연에 대한 반응은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다. 사실 시민들의 반응이 안 좋을 경우를 대비해 나중에 연기자를 동원해 연출하는 것까지 고려했던 터였기에 그 놀라움은 더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뜻 출연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고,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이상하다는 듯 쳐다볼 수도 있으며, 카메라로 촬영하면 얼굴을 가릴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사람들은 따뜻했고, 활기찼으며, 열린 자세로 임해주었다.
시장 촬영 후 돌아가려는 길에 과일장수 아저씨에게서 과일봉지 한 보따리를 받았다. 좋은 음악을 들려줘서 고마우니 나눠 먹으라는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돈 내고 봐야 될 공연을 공짜로 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 왔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러 갔는데 오히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받아 온 셈이다.
2016년 봄.
봄날보다 따뜻한 IBK기업은행의 희망음악회가 고객 곁을 찾아간다. 이제는 브라운관에서 그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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