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 Your Name in Korea!’
- Digital X GBS, 광고회사에서 세상에 없던‘ 길’ 만들기
김 윤 성
디지털캠페인1팀 차장 / yskim@hsad.co.kr
한국관광공사는 해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고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디지털 연계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벤트를 진행해 당첨자들을 한국으로 초대하고, 이를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큰 구조는 몇 년간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전년보다 늘어난 캠페인 참여자 수에 만족했었지만, 디지털 상의 숫자가 주는 감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의 감동은 쉬이 가시지 않을 듯하다.
이름을 새기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의미 없는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에게 내가 이름을 불러준 뒤 그것은 나에게 꽃이 되었고,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된다고 시인은 얘기했다. 이것이 올해‘ Write Your Name in Korea’ 캠페인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불특정 다수의 외국인’과‘ 세계의 많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을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로 맺어주기 위해‘ Write Your Name in Korea’ 캠페인이 기획된 것이다.
한국을 상상하고 방문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의 이름을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그 이름을 실제로 오프라인상에 하나하나 새겨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된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세계의 많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은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내 이름을 기억하는 한국’이 됐다.
“차장님 이름이 파라과이 어딘가에 있다면 언젠가 한 번쯤 가보고 싶지 않으시겠어요?” 이 한 마디로 캠페인 아이디어는 팔렸고, 광고주 담당자가 처음 한 말은“ 아이디어는 좋은데 할 수 있겠어요?”였다. 왜 파라과이라고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고 돌아오던 날부터 7개월간의 험난하며 즐거운 여정은 시작됐다.
먼저 이름을 새길 조형물은 세계인과 대한민국을 이어주는 의미를 부여해 ‘길’로 결정했다. 그런 다음‘ 방한객들을 위한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어 보자’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방관광활성화’의 미션이 더해져 부산·대구·전주·마산으로 답사를 다녀오고, 여행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마산 구도심으로 장소를 확정했다.
그 뒤 본격적으로‘ 세상에 없던 길’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업체들을 섭외하기 시작했고, 포천석이니, 나노 염색이니, CNC 가공이니, 양생이니 하는 생경한 용어들이 익숙해질 때쯤 이름을 새긴 블록 샘플이 완성됐다.
폭 4m, 길이 155m, 23,928명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상상길’
‘몇 명이나 이름을 등록할까, 2만 명은 채워야 하는데’라고 했던 걱정은,캠페인 시작 후 5일 만에 3만 명의 참여자를 넘기면서‘ 이 많은 사람의 이름을 다 어떡하지!’라는 즐거운 고민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42일 동안 192개 국가에서 총 30만 명 이상이 캠페인 사이트에 이름을 등록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세상에 없던 길인‘ 상상길’이 탄생했다. 지난 9월 23일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님과 안상수 창원시장님, 우리 회사 임직원과 지역 관계자들, 외국인들이 참석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31일 한국을 상상하고 보고 싶어 하는 2만 3,928명의 이름을 새겨 마침내 상상길이 완성했다. 아울러 상상길과 동일한 디자인의 대형 책자를 제작해 블록에 이름이 새겨지지 못한 참여자들의 이름을 담아 인근 창동예술촌 아트센터에 비치했다.
블록에 이름이 새겨진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실제로 캠페인 참여자가 상상길에 방문하면 창동예술촌에서 제작한 꽃고무신과 티셔츠 등의 기념품을 증정했다. 무료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상길 방문의 편의를 더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상상길’, 도시재생사업에 날개를 달다
사실 지방의 많은 도시가 성장동력을 잃고, 일부 지역들은 슬럼화되고 있다. 쇠락한 원도심을 부활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전주·군산·부산의 감천마을 등이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산 역시 지난해‘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지역개발을 추진해 빈 점포들과 옛 골목들이 얽혀있던 원도심인 합포구 창동을 많은 예술가의 다양한 공방과 문화가 숨 쉬는‘ 창동예술촌’으로 새롭게 부활시켰다. 이러한 도시재생사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지방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상상길도 서울의 남산이나 명동이 아닌 마산 창동예술촌에 터를 잡은 것이다.
공공을 위한 목적과 의미를 지닌 이 상상길을 향한 박수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캠페인 전반에 대해 무척 만족해했다. 더불어 창원시 관계자들의 아낌없는 협조가 당시 공사에 큰 힘이 됐고, 특히 공사가 시작될 무렵 소음과 불편함에 불만을 표했던 지역 상인들은 완공후 달라진 창동의 모습에 기뻐하며 오히려 앞장서서 상상길을 홍보해주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가장 걱정했던 것은 참여자가 정말 마산까지 오겠느냐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참여자들은 선뜻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 마산에 모여들기 시작해 방문한 참여자들에게 증정할 기념품은 불과 한달 만에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HS애드는 도로공사업체가 아닙니다! 아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상상길 같은 길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상상길 완공 이후 다른 지자체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창원시 관광과 모 팀장님은 지역행사를 함께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온다.“ 저희는 광고회사인데요”,“ 저는 디지털캠페인팀 소속인데요”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HS애드 GBS1팀과 디지털캠페인1팀의 협업으로 세상에 없던 길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조합으로 세상에 없던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상상길이 완성된 모습을 직접 본 순간, 10년 넘게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이래 처음으로 몸이 떨렸다. 창원시에 인수인계를 하고 마산을 떠날 때에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번씩 휴대폰 사진첩을 보며‘ 우리 길’은 잘 있나 생각한다. 아마도 올해 처음 가본 마산을 앞으로는 자주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HS애드에서 만든‘ 상상길’이 전 세계인들이 방문하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에게 잊히지 않을 의미로 남은 이름들을 사보에 새기며, 그들을 대표해 쓴 이 글을 마치고 싶다. 마산까지 직접 오셔서 뒤를 든든히 지켜주신 이동원 전무님·최영운 국장님·유한준 부장님, 그리고 마음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팀과 업무영역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광고회사에서 도로 시공도 관광명소 개발도 도시재생사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준, 직장생활을 한 이래 가장 행복한 한 해를 보내게 해준 동료들, 강동윤 부장·서영석 대리·장동훈 대리·이경은 사원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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