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HSAD CREATIVE POWER : “AKA! 네가 태어난 게 자랑스러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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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AKA’ 런칭 캠페인 - OTR 부문

“AKA! 네가 태어난 게 자랑스러워”


이 수 진 | sulee@hsad.co.kr


얼마 전, 책상 위에 올려놓을 작은 다육식물 화분을 샀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보다 6배 이상 높은 가격인데, 택배로 주문하면 작은 식물과 흙, 그 위를 덮는 돌까지 포장되어 온다. 직접 화분에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특별한 화분을 보는 순간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화분의 특별함은 작은 식물에도 있지만, 피규어를 빼놓을 수 없다. 피규어를 화분에 장식하는 순간 동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며 생생히 살아있는 이야기로 펼쳐지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가히 마력을 가진 제품이다.

작은 변화 하나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AKA도 OTR이 찾아낸 새로운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백지에서 출발하다

AKA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의외의 것이 매개가 됐다. LG전자 내부에서 제품을 기획하며‘ 기존과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하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마침 HS애드‘ Newsletter’를 보고 OTR과 연결이 되어 그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사항은‘ 폴리오 타입의 케이스가 제품과 일체화돼 있는 디자인 목업(Mockup)이 있는데, 이 제품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개발해 컨셉추얼한 제품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중가의 글로벌 제품으로 마케팅 예산이 많지 않은 만큼 매장에 전시돼 있을 때 눈에 확 띌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을 갖춘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부연됐다.

클라이언트가 보여준 디자인 목업은 깔끔해 보이는 제품이었지만, 제품 일체형 케이스이다 보니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이에 시각적으로 주목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만 유지하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전제 아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생각의 발굴

정해진 프로세스와 노하우 없이 프로젝트에 임하게 된 만큼 매일 모여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모아봤다. 비싸지는 않지만 내게 소중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가지고 와서 이야기도 해보고, 젊은 층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탐색하고, 핫트랙스처럼 참고가 될 만한 숍을 직접 찾아가 이런저런 케이스의 제품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키워드를 도출하고, 제품의 개념을 여러모로 설정해 구체화하면서 장단점을 논의해보았다. 이때 논의했던 다양한 키워드와 제품 아이디어들은 언젠가는 더 구체화해 제품으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괜찮은 것들이었다. 결과를 예측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진 것도 이 과정에서 축적된 또 하나의 자산이었다.


다름, 그리고‘ 취향을 드러내는 시대’

‘다른 제품들과 시각적으로 달라 보여야 한다’는 건 이 프로젝트의 바탕에 깔린 명제. 예컨대‘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없어야 할 것이 있어야’ 했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모두 전면 DOP라는 정해진 틀이 있어, 전면만 봐서는 브랜드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면에 케이스를 씌우는 형태를 따르기로 하고, 새로운 방법론을 연구했다. 왜 케이스를 사용하는지, 케이스를 통해 그들이 얻고 싶은 심리적 가치는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어떤 형태가 매력적이고 달라 보일 것인지, 사용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소프트 목업을 만들어가며 고민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젊은 층들에게 폴리오 타입은 매번 열고 닫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그들은 주로 범퍼 타입이나 백커버타입의 케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전면 커버는 스마트폰 사용 시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뒷면에 부착할 수 있게 했는데, 앞뒤의 디자인이 대칭을 이루게 하고 마그네틱을 통해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전면 커버의 가치를 찾아냈는데, 우선 상단에 노출된 디스플레이에 눈을 띄워 제품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도록 했다.

마치 패션 아이템처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는 케이스를 제품의 영역으로 끌어오면서 눈이라는 캐릭터적 요소를 통해 자신의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듯 큰 그림이 그려지니 아이디어는 계속 쏟아져 나왔다. 캐릭터 피규어 디자인, 캐릭터 성향 규정,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 노출 등을 먼저 진행한 후 제품을 런칭한다는 마케팅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SNS 활용 마케팅, 박스 디자인과 매장 구성 아이디어 등 쏟아져 나오는 생각들을 정리해내기에 바빴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이 캐릭터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어떤 소품을 들고 있어야 어울리는지 등 작은 부분까지 주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아이디어에 클라이언트도 호응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덧붙이면서 프로젝트의 성공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달리기

이제는 실제적인 제품화 단계. OTR이 직접 제품과 피규어·박스 샘플을 만들었고, 그것을 보여주는 자리에 클라이언트와 OTR은 함께 달리기가 시작됐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많은 임원들께 빨리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찾아뵈었고, 해외출장에 나선 본부장님께 보고 드리기 위해 공항까지 달려갔다. 그렇게 공항 라운지에서 제품을 보여드리고, 빨리 진행하라는 말씀을 듣고 나서야 한숨 돌리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GUI팀·UX팀·디자인팀·기구팀 등과의 회의가 계속됐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울 수 있었다. 하나의 컨셉트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제조사 내부적으로 어떠한 프로세스들이 필요한지, 많은 팀 많은 사람들이 컨셉트와 톤앤매너에 대한 명확한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동반되는지 등등.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영역의 팀들과 협업을 하면서 때론 좌절도 했지만, 현실감각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10개월간의 즐거움과 희열·아쉬움 등을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지만, 지금부터 시작할 또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제품으로 풀어내보려 합니다. 기존 AKA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들은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격식에 구애됨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주시면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