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02 : 어느 무신론자의 고백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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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신론자의 고백


이 현 종

대표 CD - Chief Creative Director / jjongcd@hsad.co.kr


“세상은 세상대로 가라. 나는 나대로 갈 테니”- 카프카.

비틀즈 해체 후 존 레논의 솔로 활동 첫 앨범 <John Lennon & PlasticOno Band>에서 백미는 단연 <God>이다. <God>은 일종의 존 레논의 독립선언문이다. 노래에선 카프카의 저 원자적(原子的) 고독이 느껴지기도하거니와 날선 도끼로 찍어내듯 세상의 질서와 처연히 단절한다. 신은 하나의 개념이고 그 개념에 의해 우리들은 우리들의 고뇌를 잰다.‘ God is a concept. By which we measure’로 시작하는 노래는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들을 부정한다. 신도 예수도 부처도 엘비스도 밥 딜런도, 그리고 비틀즈까지도. 오직 믿을 건 나, 그리고 나와 오노뿐. 가사가 갖고 있는 철학적 자세는 수권의 책보다 통렬하고 자극적이다. 젊은 날의 영혼들을 깊은 회의의 바다로 뛰어들게 하며 무신론적 실존주의자가 될 것을 명령하기도 한다. 오래 동안 신은 나에게 허구이며, 특히 종교화된 신은 모든 불합리의 온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절과 성당을 좋아하며 가끔 가기도 한다. 믿음을 떠나 숭고함이라는 내면의 화학반응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속에 있을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과 종교라는 정리가 불편할 따름이지 그 시간이 주는 감정의 정화는 갈증날 때 마시는 물과 같다. 유신론자들은 바로 그것이 신의 증거라고 껴안으려 들겠고 무신론자들은 덜떨어진 무신론자라고 비웃겠지만 말이다.


‘훌륭한 삶은 지식에 의해 인도되고 사랑에 의해 고무되는 삶이다’라고 말한 버트란트 러셀은 유명한 무신론자다.‘ 신자가 회의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은 술 취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과 별 다를 바 없다’라고 말한 사람은 짐작대로 독설가 버나드 쇼다. 다윈의 후손들답게 무신론은 영국의 지적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요즘엔 리처드 도킨스나 알랭 드 보통 같은 이들이 무신론의 교주(?)가 되어 맹활약중이다. 몇 해 전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출간 후 런던에 블랙타워라는 무신론자를 위한 사원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무신론자 알랭 드보통은 여러 신앙들이 갖고 있는 매력적인 자산들을 종교만이 독점하도록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라는 논지의 얘기를 한다. 유신론자 아니면 무신론자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본래 인류의 소유라고 해야 할 어떤 것, 그리고 우리가 세속적 영역에서 다시 이용한다고 해서 굳이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 없는 어떤 것을 멀리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도킨스 교수는 무신론자들을 위한 사원 운운하는 알랭 드 보통의 말 자체에 모순이 담겨있으며 무신론의 발전을 위해 돈을 쓰고 싶다면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학교를 설립하는 게 날 것이라며 열을 냈다고 한다.


신이 있어도 싸우고 신이 없어도 싸우고. 그래도 이런 지적 논쟁은 행복한 싸움이다. 이런 싸움이나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 우리 지구의 모습은 가슴뼈가 욱신거릴 정도로 힘겹다. 고백하자면 요즘의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위로 받는다. 세상에 존경할만한 인간(?)이 남아있다는 것이 눈물겨울 따름이다. 신이 있든 없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가 준 위로들을 기억해본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해 봉사해야한다’,‘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거나 조롱하면 안 된다’,‘ 늙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하다가 죽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2% 떨어지는 것은 뉴스가 된다’,‘ 종교를 믿지 않으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 인간의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 조용히 전진하자’,‘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두자’,‘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의 결과다’,‘ 마음을 타인에게 열자’,‘ 새해의 불꽃놀이는 잠시 뿐, 인생의 유한함을 성찰하라.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