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서재
글 / 사진
구 선 아 | BTL프로모션팀 대리 | koosuna@hsad.co.kr
몇 만 권의 책이 겹겹이 꽂혀 있는 서가,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어느 나이 든 시인의 서재이다. 서재에 들어서면 종이 냄새와 글 냄새가 공기만큼 차있다. 입구를 뺀 사방이 책꽂이로 둘러싸여 있고, 책상이 놓인 곳을 뺀 나머지 공간에는 서가가 이중 삼중으로 들어서 있으며, 어느 서가엔 책이 두 겹 세 겹으로 꽂혀있다. 이렇게 책과 잡지와 원고가 질서 없이 쌓여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시인만의 세계에서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다.
최근 발간된 책들도 있고, 아주 오래돼 표지가 빛바랜 책들도 있고, 언젠가 쓰다만 듯한 원고도 켜켜이 있다. 어느 포털사이트 인터뷰에서 시인은 서재를 자신이 꿈꾸는 곳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잠자는 곳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꿈을 꾸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시인의 깊게 패인 주름이 무색할 만큼, 50년 넘게 써온 글들은 연습이라 할 만큼 아직도 그는 꿈을 꾼다. 이곳 서재는 그의 지성이 나무처럼 뿌리내려 꿈을 자라게 하는 공간인 것이다.
공간마다 공기는 다르다
이 공간은 누구의 서재인가. 바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고, 1958년 시<폐결핵>으로 등단해 <백두산>·<화엄경>·<만인보> 등 많은 작품이 세계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돼 있는 ‘우리 시대의 민족 지성’이라 불리는, 시인 고은의 서재이다.
시인 고은의 서재라. 서재의 주인을 생각하며 다시 공간 켠켠이 둘러보니 더욱 공기가 다르다. 시인이 오래도록 살아온 집과 서재는 아니지만 종이와 책들에 스며있는 시간의 흔적과 글의 냄새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이 공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생기다니. 시인의 서재에서 나는 숨죽이며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던 종이 냄새와 글 냄새를 눈으로 훑어 냈다.
역시, 분명, 공간마다 공기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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