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중독
정 현 진 | 브랜드액티베이션2팀 대리 | cristalzzang@hsad.co.kr
머니! 뭐니?
‘머니로 뭐든 다 할 수 있고/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어/머니로 예뻐질 수도 있고/사랑도 쉽게 얻을 수 있어~’
왁스의 노래 <머니> 가사 중 일부다. <엄마의 일기>·<화장을 고치고> 등 애절한 감성 발라드의 여왕이었던 그녀가 2002년 느닷없이 <머니>라는 댄스곡을 들고 나왔을 때의 내 반응은 ‘넌 또 머니(뭐니)?’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적나라한 가사가 자꾸 거슬리긴 해도 신나는 리듬에 내 몸을 맡겨 불타는 밤의 향기를 아름다운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으니 이 노래 정도면 뭐…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맘에 안 드는 가사 한 구절이 내 귓구멍을 휘갈긴다.
‘머니머니 해도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머니머니 해도 마음이 예뻐야 남자지’
마음이 예쁜 남자는 도대체 어떤 생명체인가? 심장이 남들보다 귀엽게 생기기라도 한 걸까? 아님 그 남자 심장엔 핑크색 혈액이라도 타고 흐르는 걸까? “전 남자를 볼 때 돈은 안 보고 마음부터 봐요”라는 말은 “전 여자를 볼 때 얼굴은 안 보고 마음부터 봐요”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얼굴도 안 봤는데 마음부터 볼 수 있는 그런 초능력,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
상전벽해(桑田碧海)
돈,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속보이는 발상인가? 하지만 나의 삶터, 이곳 한국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파괴력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듯하다. 단지 면으로 제조된 팔랑거리는 종이에 불과한 돈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는 뭔가? 단지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가짐으로 인해 기대되는 내 미래의 가능성이 너무나 커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복권에 당첨된다면 누구보다 쾌적한 집을 살 수 있고, 누구보다 굉장한 차를 살 수 있고, 누구에게도 굴하지 않을 자존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기에는 가진 운이 부족하다. 여전히 돈을 그리워하는 우리, 그래서 우리는 돈을 언제나 갈망하고 그것을 쟁취하기위해 갖은 애를 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돈,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돈도 세상 모든 물질의 속성과 마찬가지로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추해진다. 돈을 좇는 우리네 인생의 면면들을 살펴보자.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이나, ‘철밥통’에 꾸역꾸역 밥 한 술 더 얹으려는 공무원들이나,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몰래 얹으려는 염치없는 우리의 얼굴들이나 모두 매한가지다. 마지막 남은 소고기 등심 한 점 집어 먹는 내 모습만큼이나 고약하고 얄팍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결국 돈 또한 인간이 가진 ‘욕심’이라는 리트머스지에 투과시키게 되면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돼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비분강개(悲憤慷慨)
돈, 참 이중적이다. 매혹적이긴 한데 추악하다. 돈은 삶의 원천이긴 한데, 동시에 죽음이다. 얼마 전 생활고 끝에 가스비 12만 9,000원과 방세 50만 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만
보아도 돈과 죽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파도에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세월호 사건은 어떠한가? 화물칸에 짐 하나 더 실어 보겠다고, 무리하게 배를 개조해 승객 하나 더 태워보겠다고, 안 좋은 날씨에도 무리하게 출항해 보겠다고….
결국은 돈, 돈, 돈 때문이다. 돈의 향기는 지독하리만큼 고약해서 안전에 대한 의식도, 생명에 대한 고귀함에도 곧잘 무뎌지게 마련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
돈, 삶과 죽음을 가르는 잣대. 그렇다면 돈은 삶의 기준인가? 면전에 대고 이 물음을 던진다면 그 누구라도 돈은 전부가 아니라며 항변하겠지만, 나는 가끔씩 묻고 싶다.
돈이 전부가 아니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꿈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 꿈을 위해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가?한 작가의 일화를 빌려본다. 어느 날, 선생님이 물었다.“ 2+3은 무엇일까요?” 앞줄에 있는 철수가 대답한다. “답은 4입니다.”,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두 번째 줄에 앉은 반장 영수도 대답한다. “당연 4이지요!”, 세 번째 줄에 앉은 전교 1등마저 4라고 대답했다. 이제는 내 차례, 잠시 멈칫한다.“ 정답은…4인가요?”삶의 기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완벽히 절대적일 것이라 믿고있는 수학적 기준도 사람의 의식 속에 갇혀 버리게 되면 실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큼이나 연약하고 보잘것없는 것이란 걸. 소크라테스가 항변한 절대적 진리의 설파도 아무리 위대하다 한들 소피스트의 상대적 진리 앞에 대중을 설득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리라.
돈,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라던 내 어린 소년 시절의 믿음, 2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별들을 여행하며 수많은 부류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여우가 가르쳐 준 소중한 가치는 점점 옅어져만 간다.
호연지기(浩然之氣)
피곤한 속을 쓰디 쓴 별다방 커피로 달래는 요즘, 쌓이는 포인트 만큼이나 어깨가 무겁다. 당신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버는가, 돈을 벌기 위해 밥알을 목구멍 깊숙이 쑤셔 넣는가, 해답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일 필요까진 없다.삶이 지치고 힘들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믿고 그것에 기대는 것처럼 돈에 울고 돈에게 지친 그대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것에 기대보자. 사랑이든, 가족이든, 열정이든.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지’라고 끝까지 외쳐대고 싶은 그대의 복잡한 머리는 잠시 비우고 그냥 믿어보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그 무언가를 위해서 말이다.
휴, 오늘도 참 말이 길어졌다. 이만 불 끄고 잠이나 자자. 내일도 난 돈 벌러 가야 하니까.
'Archive > Webzine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5-06 : HSAd News (0) | 2014.06.10 |
---|---|
2014/05-06 : Historical Library - 전쟁사에서 읽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0) | 2014.06.10 |
2014/05-06 : 광고인 그들을 뒤집어보다 (0) | 2014.06.10 |
2014/05-06 : 5 MinuteCafe (0) | 2014.06.10 |
2014/05-06 : 바쁘니까 가는 여행 - 훌쩍 떠나버린 화창했던 여름 날 (0) | 2014.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