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4 : The Difference - History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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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fference  History

 

피카소는 왜 팔리지도 않는 시를 썼나

아인슈타인은 항상 과학 이전에 상상력을 강조했다. 상상력을 통해 과학 법칙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서로 다르게 보이는 영역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 시너지를 받는 것이 문화예술임에 분명하다.

 

흔히 예술가 중에 다른 장르나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던 역사적 인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들고는 한다. 하지만 이런 다른 면모의 활동들을 한 이들을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편견으로 고정적인 평가를 내려 두 번 죽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들 가운데 어떤 경우에는 인정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거의 주목조차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목을 당장에 받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고, 그 재능 때문에 다른 새로운 창작을 하게 되는 예도 있었다. 이는 무슨 의미를 지닐까?

단편만화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살바도르 달리

희극배우로 알려진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은 왼손잡이 연주자로 첼로와 바이올린 솔리이스트였다. 심지어 자신의 연주를 음반(2,000장)으로 만들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하루 종일 음반을 사주는 손님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세 장만이 팔리곤’ 했다. 그렇게 음반 작업은 마치 희극처럼 돼버렸지만, 그의 음악적 감각과 재능은 작곡으로까지 이어졌다. 영화 <라임 라이트> 주제곡 등 많은 작품을 자신이 직접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작곡했다. 1954년 냇 킹 콜이 부른 <스마일>은 빌보드 10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그의 음악곡 24곡을 포함한 음반은 독일비평가상을 받기도 했다.
특유의 개성을 가진 많은 영화들을 연출한 우디 앨런(Woody Allen)은 충성도 높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감독이지만 소설을 곧잘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구나 매우 오래 전부터 소설로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단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가 우디 앨런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가 1960년대부터 <뉴요커>지에 실은 단편소설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더구나 그는 음악가이면서 코미디 배우이기도 하다.
일본의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는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했는데, 극단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소설을 창작했다. 탐미주의적이고 뛰어난 구성으로 이름이 높았다. 당대의 사람들은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뒤를 이어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또한 그는 감독으로 영화를 연출했다.
시인 이상은 건축가이면서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은 당시의 사실주의나 계급적인 관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작품들은 전위적이었고 실험적이었다. 그는 한 평론가가 자신의 소설에 대해 59점을 매겨 참담했다는 말을 남겼다. 만약 영화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상은 분명 영화감독을 하고 자신이 배우로 활동했을 것이 분명하다.

미술가들의 또 다른 창작을 살펴볼 수도 있다. '환상적 사실주의’의 대가였던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화가의 감각으로 가극·발레의 의상 등 장식예술에서도 활약했다. 그는 월트 디즈니 사와 합작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단편만화 <데스티노(Destino)>는 아카데미상에 단편 만화 부문 수상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달리는 1944년에 장편소설 <히든 페이스>를 발표한다. 초현실주의적이고 그로데스크한 느낌을 주는 그의 소설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상세한 묘사를 통해 몽환적으로 사람들을 시선을 잡았다.

“상상하지 못한 자 창조하지 못한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창작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그림만큼이나 실험적인 내용의 희곡 3편과400여 편의 시를 창작했다. 구두점이 없는 문장 구성 등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음악가 가운데에도 이런 면모의 창작을 보인 이들이 있다.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은 그림 솜씨도 뛰어났다. 미 포크계의 전설로 불리는 밥 딜런은 2013년 2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개인전을 열고 ‘뉴올리언즈 시리즈’ 23점을 출품했다. 그는 그동안 미주 및 유럽의 여러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3권의 드로잉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는 독일의 가극 작곡가로 매우 이름이 높다. 하지만 그는 배우이서면 희곡 작가였고, 그림도 잘 그렸다. 오페라 대본까지 썼던 작곡가는 바그너가 처음이었다. 오페라는 총체예술로 음악·노래·춤·시·시각예술·무대 기술의 총합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재능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를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냥 작곡가로만 여긴다.
상대성 이론을 통해 세상을 변혁시킨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흔히 과학자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게 과학은 예술이었고, 음악은 과학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상당한 솜씨의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1934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과학자들을 돕기 위해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상상하지 못한자 창조하지 못한다’고 했다. 상상력이 그의 실험이었고, 그것을 통해 양자론을 '사고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음악성의 최고 형태’라고 했다. 즉 그는 음악과 과학이 하나라고 보았다.
영역이 비슷하지도 않은 수많은 장르를 아우르면서 활발하게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도 있는 법이다. 파블로 피카소와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친구인 프랑스 시인 장 콕토(Jean Cocteau)는 영화배우·화가(벽화 및 삽화)·조각가·도예가이자 재즈 연주가였다. 그는 펜과 붓 카메라 그리고 시로 자신을 표현하려 했으며, 말년에는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 부으려 했다.

 

대가들의 도전엔 끝이 없었다

판타지스타(Fantasista)’라는 말은 축구에서 다양한 기술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거나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이들을 가리키지만, 원래의 의미는 ‘다재다능한 예술가’이다. 예술가들의 색다른 창작활동들을 보면 성공하거나 성공하지 못하거나 환타지스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럼 예술가들이 한 분야가 아니고 다른 분야에서 창작을 하려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들의 열정과 의지는 높여 사야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대가의 면모에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타 장르에 가지 않으려 한 것과 달리 그들은 쉼 없이 도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저평가를 받거나 혹평을 받은 예들도 많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결국 그들의 창작과 성취를 더 풍부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삶과 예술에 대한 하나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피카소는 "단어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시에 느낌을 그려내니 모든 예술은 하나라”고 했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은 “음악가라면 라파엘로의 그림을 연구하고 화가라면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항상 과학 이전에 상상력을 강조했다. 상상력을 통해 과학 법칙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하며,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다르게 보이는 영역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 시너지를 받는 것이 문화예술임에 분명하다. 진정한 대가들은 단지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해내려 도전했던 것이다. 이는 지금 21세기에 요구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의 시사점을 얻어낼 수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예술가들은 모두 평생에 걸쳐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전 기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는 깨달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짧기도 하지만 길기도 하다. 많은 도전을 하기엔 짧기도 하지만, 그런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길기도 하다.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누가 알아주건 그렇지 않건 인생 전 기간에서 다양한 장르와 영역에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 삶의 성취를 이루어 갈 수 있고, 가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도전 속에서 살아간 예술가들은 행복했기 때문이다.

 

김현식 ㅣ 문화평론가

codesss@naver.com

문화평론가, 건국대 부산대 국제사이버대학 강사, 미래콘텐츠 문화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인> <주간경향> 칼럼니스트, 지은 책으로 <대중문화심리 읽기> <대중문화심리로 읽는 한국사회>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트렌드와 심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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