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2 : 너는 어떻게 카피가 됐니? - 헤드라인 한 줄만 쓰면 돼! 2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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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어떻게 카피가 됐니? 
헤드라인 한 줄만 쓰면 돼! - 2

예나 지금이나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카피라이터가 돼요?”다. 카피는‘ 실무를 하면서 카피로 크는 거’란 말을 수도 없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방법이 따로 있지 않을까 계속 묻는다. 어떻게 하든 들어만 간다면 카피로 크는 길에 들어선다. 어떻게 클까? 여기 어리바리한 여자 카피라이터가 광고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가,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전설의 카피라이터 신입교육을 받으며 커가는 과정을 소소하게 풀어본다.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헤드라인 한 줄만 쓰면 돼!’‘, 이거 워싱 좀 해줘라…’ 이 두 가지다. D그룹 담당 신입 카피라이터로 있을 당시, 담당 기획이 전화를 했다“. 지금 급하게 회장님 인사말 워싱 좀 해줘. 워싱, 워싱, Washing~.” 정확하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카피를 쓰는 것도 아니고 수정하는 것도 아니고, 워싱이라니. 아니 내가 세탁기도 아니고 워싱을 왜 하라는 건지. 난 그날 기꺼이 통돌이세탁기가 되어 세탁 1번(대대적인 리라이팅), 헹굼 3번(주님이 수정하시라니), 탈수 1번(카피 넘기기)의 완벽한 이불세탁 코스를 돌렸다. 너무 워싱을 성심성의껏 잘해줘서 한동안 워싱만 열나게 하게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신입 때 했던 카피 워싱은 지금도 한다. 샬랄라 유연제로 부드럽게할지, 비루먹게 강하게 할지 고민하면서. 또 자주 듣는 말 하나‘. 헤드라인 한 줄만 쓰면 돼.’ 무슨 말이 필요할까나. 카피라이터, 답해주세요! 헤드라인이 한 줄이라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쉽다’ 한 표를 주는 카피라이터가 있을까?

확 질러버려!

‘프리미엄이다, 고급스럽게 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사를 확 까야 한다. 임팩트 있게!’ 어느 장단에 카피를 쓰라는 말씀이오. 그것도 술을, 그것도 보통 광고도 아닌 술집에 붙일 포스터에, 서로 상반되다 못해 절대 어울리지 않는‘ 까라’는 말과‘ 고급스럽게’라는 말을 함께 던져놓다니. 아주 밉상에 밉상 선배다!
매실주다. 다른 매실주는 5, 6개월 속성으로 숙성시켜 내보내지만 우리(?) 매실주는 5년 숙성이란다. 1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년! 술의 격이 다르단다. 흥!이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결론은 술 아닌감……
이렇게 선배한테 말했다가 맞아 죽을 뻔 했다.
지금 내가 후배들에게 하는 말은 이 선배에게서 나왔다‘. 광고 하는 물건님을 사랑하라!’ 물건도 아니고 자그마치 물건‘ 님’이다. 그‘ 님’을 흥! 콧방귀로 날려버리려 했으니…. 그래도 과년한 처자의 등을 그렇게 후려치다니, 생각만 해도 등짝이 얼얼하다.
암튼, 고급스러움의 한 줄은 정말 카피 한 줄로 해결했다. 와인으로 승격시켜 주는 카피‘. 1997년 産’. 카피에 맞춰 비주얼은 심플하게 와인따개가 들어갔다. 인쇄광고 카피 10계명 중 9번에 충실했다‘. 디자이 너의 영역을 침범하라.’ 정확히 말하면 비주얼 생각해 놓고 카피 썼다.
카피들은 알거다, 어떤 상황일지.
그리고 하나 더. 모든 사람들이 절대 광고주가 사지 못할 거라며 만든광고. 비주얼은 심플하다. 매취 순 한 병. 카피로 확 질러버렸다!
‘이젠 따져야겠소. 6개월 갖고 매실주라 거짓말하지 마오. 매실주가제대로 맛이 들으려면 5년은 숙성해야 하는 걸 잘 아는 분이 어찌 6개월 만에 주당들에게 잔을 내미오. 내가 다 부끄럽소.’ 이런 내용의 카피로 확 질러버린 포스터! 쓸 때는 재미났지만, 막상 시안으로 출력이 되니 가슴이 덜컥‘! 안 갖고 가면 안 될까요〜’ 목까지 나온 말을 삼키며 고이 접어 보낸 시안, 어찌 되었을까나. 아마 술집에서 보신 분들이 있으리라 사료되옵니다.
특이한 경험 중 하나였다. 경쟁사 제품을 대놓고 까버리는 내용에 고어체 어투로 쓴 카피는. <5번을 지킨 카피>

<매취순 ‘1997년 産’편>                                                  <매취순 ‘따져야겠소’편>


4계절은 뻔〜합니다
연차가 한참 되어 만나게 된 경쟁 피티. 것도 대한민국의 구석구석까지 아주 제대로 팔아준 광고의 후속편을 만들어 피티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주얼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얼마나 멋있게 보여주느냐는 점이 포인트! 카피는…아무도 모른다.
그 때 상무님께서(지금 직급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카피를 말씀하셨다. 기나긴 이야기는 풀어놓아 뭣하겠냐만‘, 아니 말이 쉽지 그게 말대로 다 써지면 누구나 다 카피하게〜’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하지만 어쩌겠는가. 궁시렁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이 기회다, 언제 이런 카피를 써보겠어.’ 불끈! 두 주먹을 쥐고 카피를 썼다.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니 써질 카피가 있겠는가. 한참을 돌고 돌아 밤을 새고 드디어 쓴 카피들. 많은 카피들이 우수수 낙엽이 되어 사라졌지만 실제 시안으로 만들어져 경쟁 피티에 들어갔던 카피다. (집행은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기에 과감하게 소재로 삼았습니다. 인쇄의 카피와 TVC의 카피가 같으며, 불행하게도 인쇄 JPG를 갖고 있지 않아. TVC 캡처로 보여드립니다. 혹시 전체 카피가 궁금하시다면 저에게 연락을). <8번과 10번을 지킨 카피> 솔직히 피눈물 나게 힘들었던 카피다…힘은 들었지만 카피라이팅의 단계를 스스로 UP 시킬 수 있었던 기회다. 생각할 수록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셨던 상무님께 감사! 하지만 당시는 진짜 힘들었다. 평생 이런 카피를 써 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카피라이터들이 많은 상황에서, 나는 복 받은 카피다. 히힛〜

<구석구석 12월>                                                         <구석구석 3월>



글로벌 시대엔 카피도 글로벌
잠시 고민했다. 영어 카피를 어찌해야 할까. 글로벌 시대를 살다보니 한글 카피라이터가 영어 카피를 쓴 인쇄광고를 만든다. 말이 되는 건지 아직도 아리송하긴 하다. 하.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토종 한글 카피도 영어 카피를 써야 한다, 특히나 글로벌한 광고회사일 경우. 영어 카피라이터가 있다면 상관없지만….
LG전자 글로벌 광고 품목으로 게임모니터 광고를 하게 되었다.
게임. 모니터가 게임을 가장 편하게 잘! 할 수 있는 모드로 되어 있다. 비주얼은 폭이 넓다. 그러나, 카피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카피를 써서 영어를 잘하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나중엔 영어 카피라이터에게 컨펌도 받았다. 10계명에 하나를 더 추가시켜야겠다.
‘11. 영어 카피를 써라(청학동에서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 카피를 쓰려고 하지 마라.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
설마 바디카피까지 썼다고는 생각지 마라. 바디카피까지 썼다면 난,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리라. 영어 카피라이터, 잠시함께 카피 작업을 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별다를 줄 알았다. 똑같았다. 그들도 카피다. 정말 영어만 잘 한다면 내가 써주고 싶을 정도로 고민하고 고민한다. 세상의 모든 카피라이터들이 그러리라‘. 카피라이터님들 은애합니다.’

<LG전자 글로벌 광고>


운율과 대구를 지켜요

인크루트라는 취업전문 사이트 광고가 들어왔다. 심각한 이야기를 쉽고 편하게 해달란다‘. 쉽게, 편하게’는 누구나 하는 말이다. 카피라이터가 신(神)도 아니고 심각한 걸 쉽고 편하게라니. 취업은 나도 힘들었거덩. 나도 쉽게 못한 걸 어찌 남을 쉽게 취업시키라는 건가〜
‘든든한 취업 선배’라는 컨셉트로 아이데이션 중. 호랑이 알 껍질을 비주얼로 결정했다. 호랑이가 알을 안 낳는 건 다 아는 사실. 선배가 어떻게 키워주느냐에 따라 고양이 새끼가 될수도 있고, 호랑이 새끼가 될수도 있다 라는 헤드라인으로 받았다. 고양이와 호랑이의 대구.‘ 고양이(3) 새끼가 될까?(5) 호랑이(3) 새끼가 될까?(5).’ 3535의 운율을 제대로 맞춘 카피가 나왔다. 2번의‘ 기억하기 쉬운 대구’를 지킨 카피다. 대구를 지키면 기본적인 운율이 나온다. 그.러.나. 대구와 운율의 함정에 빠지지는 말라. 쉽고 기억에 남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촌스럽기가 한이 없는 카피가 된다.

<인크루트>


타깃이 누구입니까
기업광고를 하면 100명에 100명이 묻는다‘. 타깃이 누구인가.’ 선배한테 물어봤더니. 선배도 모른단다. 아니 대답은 해줬다. 그런데 여기에 말할 수 없다. 분명히 말했다고 혼날 테니까.
기업PR과는 좀 다르지만 비슷한 신문협회 광고‘. 타깃이 누구죠?’ 물어봤다가 본전도 못 챙겼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이놈의 입을 꼬매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카피라이터가 질문 많은 건 흉이 아니건만 때때로 흉이 된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종이신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하기 위해 신문사들이 돈을 갹출해서 만든 광고. 타깃은 명확하다. 말 할 수 없지만. 이야기 할 것도 확실하다. 신문이 이러저러해서 좋다. 확실하니까 밀고 나가는 거다. 헤드라인은‘ 신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바디카피는 신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써 놓았다. 5번을 지켰지만 맛은 완전히 다른 카피.

저작권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에게
10계명 중 4번‘ 로열티를 물지 않는 것은 다 갖다 써라’가 있다. 보통은 소설·영화 등등을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가져왔다가 요샛말로 대박 헐〜소리 난다. 그런 어려운 것 말고도 카피라이터에게는 무궁무진한 카피 창고가 있다. 어른들이 하는, 아이들이 하는 살아있는 말이다. 그런 카피는 로열티를 물지 않는다.
보루네오가 공익광고를 하게 되었다‘. 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라고 해야 할까. 주방문화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브리프의 전부.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건너건너 들어왔던 이야기. 먹을 것 하나, 입을 것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을 말한 카피다. 그러니 저작권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들에게 있을까‘. 배 꺼질라 뛰지 마라!’ 많은 카피 중에 이 카피를 본 선배가 한 첫 마디“, 넌 굶어 본 적은 있냐?”
어쩌다 때를 놓쳐 굶어 본 적은 있어도 먹을 음식이 없어 굶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카피를 썼냐고 묻는다. 엄마가 밥 남기면 꼭 하는 말이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진짜 배 꺼지니까 뛰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잠시 내게 붙어 다닌 별명‘, 애 늙은이’! 흑흑〜 시집 못간 것도 서러운데 애 늙은이라니. 이상하게 그후로 심심치 않게 들었던‘ 학생’이라는 말은 절대 들을 수 없었다.

<신문협회>

신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 때로는 응원을 크게 전하는 메가폰이 되는 신문 / 때로는 신나게 놀게 해주는 딱지가 되는 신문 / 때로는 너와 나의 꿈을 날리는 연이 되는 신문 때로는 맛있는 이야기가 담긴 그릇이 되는 신문 / 때로는 비를 막아주는 고깔모자가 되는 신문 때로는 개구쟁이 동생의 칠판이 되는 신문 / 하는 일은 무궁무진하지만 신문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커다란 창이기 때문입니다 / 지금 펼쳐보세요 /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더 밝아집니다.

<보루네오>



도수만 말해주십시오

“구구절절이 설명 필요 없습니다. 우리 술은 14돕니다.” 전통주로 유명한 한 회사의 연구실에 갔다. 술 광고를 하려면 양조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광고주의 철칙과“ 맞습니다, 그래야죠〜” 술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찰떡 궁합으로 바로 행동에 옮겨진 양조장 방문. 술을 만든 분들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찌른다. 맛없다고 했다가는 창문으로 내던질 기세다.“‘ 우리 술은 14도라 부드럽습니다.’ 다른 말…“ 아〜 죄송. 다른 카피 필요 없습니다. 타깃은 여자입니다. 카피요, 14도라서 부드럽다고 해주십시오.” 5번‘, 타깃과 메시지가 확실하면 탱크처럼 밀고 나가라’를 지킨 광고. 진짜 탱크처럼 밀고 나가서 단방에 끝내버린 광고다. 매체가 포스터라 실제 집행된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해서 시안 데이터를 보여 드립니다“. 카피 여러분들, 시안이나 집행된 데이터는 꼭 모아둡시다.”

<산사춘>



어쩔 수 없는 대구였지만…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대구로 쓰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한 카피의 대구가 아니다. 제품의 특성 2가지를 헤드라인에 표현하면서 타깃의 프라이드도 높여야 한다면? 흔히 말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카피’를 넘어선다. 제품과 타깃의 공통점을 찾아 다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컨셉트를 녹여내야 한다. 이런 카피는 어렵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카피가 그렇다. 타깃과 제품 크리에이티브 컨셉트가 절묘하게 살아나는 카피를 써야 한다. 무제한 무상수리 서비스를 말해주면서 타깃의 만족감과 고급감을 살려야 했던 광고. 마음껏 날아갈 수도 없다.
‘아담을 유혹한 것은 이브가 아니다’ 이런 선까지 갈 수 없는 상황. 아슬아슬 한 선에 놓인카피다.

<메르세데스-벤츠>




심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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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기가 제일 어렵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은.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