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2 : ADVERTISING - 다이어트, 그만해도 된다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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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그만해도 된다고?

선명하고 넓은 오늘의 첨단 TV는 '굴욕'이라는, 연예인들의 신종 공포의 온상(?)일까? 그런 연예인들에게 LG인피니아 나노 풀 LED 3D TV 편의 광고영상은 작은 안도가 될지 모른다.

HD의 초고화질로, 그리고 4:3의 비율을 무시한 지 이미 오래된 와이드 스크린으로 TV를 보다 문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토록 길고 마른 그들의 실루엣, 그리고 남녀 상관없이 장기적인 관리로든 단기적인 메이크업으로든 곱게 정돈되어 있어야 할 그들의 피부가 평범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인간적으로 보여서 그렇다. TV에 속절없이 당하는 자들, 자신이 노출되는 모습을 매번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고단한 사람들, 대표적으로 연예인들이다. 그리하여 TV 기술의 진보는 '캡처'와 '확산'이라는 네티즌의 고약한 취미에 영감을 준다. 그렇다면 선명하고 넓은 오늘의 첨단 TV는 '굴욕'이라는, 연예인들의 신종 공포의 온상(?)일까? 그런 연예인들에게 LG인피니아 나노 풀 LED 3D TV 편의 광고영상은 작은 안도가 될지 모른다. 일단 광고는 두 편의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뚱뚱한 <모나리자>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 인식하지만, 솔직히 예술 속의 두 모나리자는 현대의 냉정한 기준으로 미녀라고 말하기 어렵다. '예술이지만 미녀가 아닌 과거의 모나리자'는, 그러나 일순간 '예술은 아니지만 미녀가 확실한 오늘의 모나리자'로 바뀐다. 이는 이목구비 또렷하고 라인이 슬림한 광고모델 알렉산드라 엠브로시오의 힘이기도 하지만, 더 얇은 두께로(무려 0.88cm) 더 고르게 빛을 분산시켜 더 좋은 화질과 더 나은 비주얼을 구현한다는 기술의 힘이라고 광고는 이야기한다.



슬림하지 않은 것들을 슬림하게 보여주는 마법
첨단 TV들은 과거 몇 편의 광고를 통해 역동의 순간을 강조했다.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두려운 쾌감을, 혹은 실제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관전하듯 실감나는 순간을 안방에서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입체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던 TV는 이제 정지해 있는 시간을 보다 아름답게 붙잡으려 경쟁한다. 그러기 위해 '모나리자라는 고전 예술'과 '전문 모델이라는 현대의 예술'을 데려와 모두 액자라는 평면에 담아둔다. 기술의 진보로 등장한 새로운 비율의 화면은 평면적인 프레임을 예리하게 포착하지 못했지만, 그와 달리 본래의 아름다움을 왜곡 없이 살릴 수 있는 TV야말로 진정한 '평면TV'라 말하는 것처럼. 나는 이런 방식에 찬성한다. LG인피니아의 나노 기술은 이전과 다른 기술로,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TV라 이해했기 때문이다. 작게는 음료수 용기부터 크게는 TV까지, 다이어트를 강요당하는 이 모진 세상에서 존재와 본질을 인정하는 기술은 분명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변함없는 슬픔이기도 하다. 아무나 알렉산드라 엠브로시오 같은 현대판 모나리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이 변한다 해도, 광고가 외면하려 했던 고전 모나리자들의 육체가 우리의(아니 나의) 것이라는 지당한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TV는 슬림한 것들을 제대로 슬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슬림하지 않은 것들을 슬림하게 보여주는 마법은 통하지 않는 걸까.


이민희
문화 컬럼니스트 | limini@paran.com

팝/재즈 전문 월간지 <프라우드>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국내 라이선스 팝 앨범 해설지 작성과 함께 여러 월간지에 대중문화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일하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될까 고민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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