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2 : OB Lounge - 때로는 짧은 시간이 좋은 광고를 만든다. 금성 미니카세트 '아하' 캠페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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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짧은 시간이 좋은 광고를 만든다
금성 미니카세트 '아하' 캠페인

경쟁사처럼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리고 제품명을 크게 넣어달라는 주문이 왔다. 자존심이 상하면서 오기가 생겼다. "그래? 지금까지 한 광고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가장 크게 넣어주지!"


아하 광고

87년 어느 날. 기획팀의 박운기 대리가 얼굴이 벌게서 헐레벌떡 달려왔다.
"신 대리님, 죄송한데요. 시안을 다시 해야 될 것 같은데요…."
몇 주 동안 잠도 못자고 준비한 금성 카세트 PT가 단번에 깨지고 말았다. 경쟁사인 삼성 마이마이, 대우 요요의 발랄하고 튀는 광고 덕(?)에 우리는 반대로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컨셉트로 밀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된 브랜드도 없이 금성 미니카세트로 했으니…(당시 금성은 비밀리에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안을 내일까지 다시 해달라는 광고주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 냄새나는 충무로 풍전호텔에서 며칠씩 집에도 못가고, 갓 태어난 딸아이도 못보고, 지금껏 고생한 것이 다 허사가 되면서 맥이 풀렸다.

오기가 변해서 만들어진 카세트 아이디어
광고주 회의에서 카세트 브랜드는 순식간에 '아하'로 결정되었고, 경쟁사처럼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리고 제품명을 크게 넣어달라는 주문이 왔다. 순간 자존심이 상하면서 오기가 생겼다. "그래? 지금까지 한 광고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가장 크게 넣어주지!" 마음속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머릿속에는 이미 컬러풀한 빛이 폭발하는 이미지로 떠올라 있었다. 광고시안의 바탕은 분홍색ㆍ하늘색ㆍ노란색으로 3등분하여 마치 분노를 발산하듯이 붓 터치로 그려졌으며, 그 위에 일본의 논노 잡지에서 오려낸 수영복 차림의 발랄한 모델 5명을 배치했다.
"그래! 이 이미지 위에 브랜드를 무지하게 크게 넣어주자"하면서 바로 '아하' 로고를 디자인을 했다. 그것도 잘 보이도록 검은색 굵은 선으로(지금으로 따지면 BI 디자인을 두어 시간 만에 해버린 셈이다). 디자인이 완성될수록 시안은 의외로 괜찮아졌다. 오기로 시작한 작업이 짧은 시간 안에 걸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날은 꼬박 밤을 새웠다.

광속으로 만든 광고로 대박
다음날 아침, 결재를 다녀온 박운기 씨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뭐가 그리 급한지 바로 제작이란다. 여중생 모델 5명을 수배하고, 수영복 제작해 실크프린팅으로 '아하' 로고 찍고, 촬영장에서 어린 모델들이 노출이 심하다고 눈물을 글썽이고, 원색분해 업체에서 오기로 밤을 새면서 다음날 제작물이 완성되었다. 수정도 없이 바로 중앙지를 비롯해 전 매체에 무차별 게재되었다. 시안에서 제작까지 3일 밤낮을 꼬박 새워 급조된 아하 1차 광고...

때로는 오기가 히트광고를 만든다고 했던가. 때마침 노르웨이 출신의 남성 3인조 그룹 '아하(A-Ha)'가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면서 아하 카세트는 더욱 힘을 받는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1개월 만에 브랜드 인지도가 72%, 4개월 뒤에는 보조인지도 포함 무려 94.8%에 이르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광고는 매분기마다 시리즈로 나갔다. '여름'편은 바닷가를, '가을'편은 낙엽을, 연말에는 크리스마스를, '겨울'편은 눈사람을 소재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87년도 한 해를 멋지게 장식하면서 종무식 때 내 손에는 어느덧 광고공로상이 쥐어져 있었다.
"아?하!"

신용순
국립한밭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  ysshin@hanbat.ac.kr 

1983~1992년까지 LG애드에 근무하였으며, 테크노피아․금성싱싱냉장고․아하카세트․미라클TV․팡팡세탁기 등 주로 가전제품광고를 제작하였다. 조일광고․중앙광고․한국광고 등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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