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6 : 조직문화 전파, 공감대가 우선이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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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행 배 | 이노스토리연구소 대표 / epro211@naver.com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삼성물산, LG전자 홍보팀 사내홍보그룹장과 한국사보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기업커뮤니케이션대상 개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조직문화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훌륭한 조직문화가 경영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 재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귀한 업무시간을 쪼개서 전 사원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사내에서 활용 가능한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총동원해 조직문화 전파에 나서고 있다. 그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그렇게 조직문화 전파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이 말 그대로 조직문화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데 집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류 속의 조직문화’추구한 A기업
최근 국내의 A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비전을 선포하고 이에 걸맞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세 가지의 핵심가치(Core Values)를 설정했다. 그리고 많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선포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회사는 비전과 핵심가치를 선포하고는 이를 어떻게 구성원에게 전파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회사 곳곳에 핵심가치를 적은 문구를 부착하고, 슬로건을 만들어 현수막으로 내거는 등 세 가지의 핵심가치를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것이었다. 또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CEO 메시지를 만들어 이메일로 전파함으로써 자신들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얼마 후 회사는 그 같은 ‘전파방법’이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했다. 한 달쯤 후에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답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한 달, 그리고 두 달이 지난 후에는 핵심가치 선포에 따른 관심과 열기도 수그러들면서 점차 유야무야하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사실상 이 회사의 조직문화 변화 계획은 ‘서류 속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이 회사는 어느 날 문득 비전을 설정하고 핵심가치를 수립해서 사실상 이를 구성원에게 ‘암기’시키려고 했다. 구성원이 이를 암기하면 그것이 핵심가치를 공유한 것이고, 따라서 조직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왜 변해야 하는지, 현재의 조직문화가 어떻다는 것인지, 그래서 나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별다른 공감대를 갖고 있지 못했다. 그저 회사가 던져주는 몇 가지의 키워드를 핵심가치라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 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항’의 불씨를 키운 B기업
이와 유사한 예는 B기업에서도 있었다. 이 회사도 야심차게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핵심가치와 핵심역량을 도출했다. 그리고 변화관리팀을 구성하고 CEO가 전 사업장을 돌면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을 하는 등 대대적인 핵심가치 전파 노력을 기울였다. 사업장에서는 수시로 간담회가 열렸고, 사내 교육기관을 통해 전 사원 교육이 실시됐으며, CEO가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에 대한 학습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다시피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년이 지나도 구성원들은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핵심가치라는 것이 한 시간 동안 설명을 해도 다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 데다, 그것을 주입식으로 암기하라고 하니 구성원들도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조직문화의 변화는 고사하고 회사가 매우 강압적인 Top-down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반발만 확산되었다. 말하자면 구성원의 ‘저항’만 더 키운 결과가 된 셈이다.
이들 기업의 조직문화 변화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조직문화를 구성원 개개인이 내재화해야 할 가치관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조직문화 전파’ 자체를 목적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는 일이다. 그 대상이 최소한 20년 이상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어른들’이다. 어지간해서는 쉽게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주체적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핵심가치를 정했으니 따라오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변화관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조직문화의 변화관리를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저항관리’의 시작이다.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현대 사회심리학과 조직발전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커트르윈(K.Lewin)은 “이 세상에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힘이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서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이 두 가지 힘의 균형이 무너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그 균형을 무너뜨리는 출발점인 것이라는 것이다.
변화관리 전문가인 하버드대학의 존 코터와 댄 코헨은 조직문화 변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8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① 1단계(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변화를
    시도할 때는 변화의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② 2단계(변화선도팀을 구성한다)`: 변화를 이끌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고
    전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라는 것이다.
③ 3단계(올바른 비전을 수립한다)`:`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설정하고 실현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④ 4단계(참여를 이끌어내는 의사소통을 실시한다)`: 위기감을 느낀 구성원들이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공유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줄어들고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된다.
⑤ 5단계(장벽을 제거하고 행동을 촉진한다): 비전에 공감한 구성원들이 변화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변화 저해 요소를 제거해줌으로써 변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⑥ 6단계(단기간에 성공을 창출한다): 변화활동의 초기에는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이른바
    ‘Small Success’를 이끌어냄으로써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을 한층 강화한다. 이는 구성원에게
    성공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확신을 갖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⑦ 7단계(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구성원의 의욕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함으로써
    변화가 조직에 내재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⑧ 8단계(조직에 변화를 정착시킨다): 더 많은 구성원에게 새로운 행동양식이 ‘일상적인 업무방식’
    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조직문화 변화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코터와 댄 코헨 역시 조직문화 변화의 첫걸음은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CEO의 솔선수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변화추진조직
이러한 단계에 따라 조직문화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유의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CEO의 일관된 의지와 솔선수범이다. 변화 챔피언으로서의 CEO의 리더십과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많은 구성원이 변화에 대한 신념을 갖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SWA(Southwest Airline)의 허브 켈러허 전 회장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SWA에 최장수 CEO로 재직했던 그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 즐겁게 일하는 직장’이라는 일관된 가치기준을 오랜 기간에 걸쳐 몸소 실천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신뢰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수용자(구성원)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심정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커뮤니케이션의 채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메시지를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다양한 교육훈련도 필요하고, 구성원의 계층별 역할모델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또 표어나 사내 미디어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구성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에 있다. 일방적으로 훈계하거나 주입하려는 메시지는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다. 조직문화 변화가 구성원에게 어떤 점에서 유익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각 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수용자 중심의 언어’로 구성해 전파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중간계층을 전파의 구심체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내의 오피니언 리더급 중간계층을 위원회나 TF 조직으로 구성해 현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조직문화 전파의 효율성을 높이는 매우 유용한 작업이다. 1990년 각 부서를 대표하는 65명의 직원으로 조직문화위원회(Culture Committee)를 구성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SWA를 비롯해 조직문화 변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틀림없이 이러한 변화 추진체를 운영하고 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모든 구성원이 동참해 추진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이다. 일시적인 이벤트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길게 보고 전략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할 매우 민감한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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