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6 : Advertising - 아이스크림의 엉뚱 발랄한 위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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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주 | <노블레스> 에디터 / jjlee@noblesse.com
월간 <노블레스>의 리빙&라이프스타일 팀 수석 에디터.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감성적인 시선과 감각적인 통찰력으로 표현하고 싶은 비주얼 칼럼니스트
 
 

‘맛’을 ‘글’로 표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냥 ‘맛있다’라고만 하면 왠지 밋밋하고 지루하다. 그래서 일단 시각적인 느낌을 풀어놓는다. 색감이 화려할 수도 있고 눈으로 느껴지는 텍스처가 식감을 돋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미각을 표현할 때는 수식어가 효과적일 때가 많다. ‘아삭아삭한 사과’라든지, ‘새콤달콤한 딸기’와 같이 감정과 신경을 가볍게 혹은 기분 좋게 자극하는 단어의 유희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표현방법은 이를 테면 이런 거다. ‘사랑은 입 안에서 금세 사라지지만 또 갖고 싶은 어린아이의 막대사탕이다’라든가, ‘그 시폰 케이크는 그와 처음 입술을 마주치던 순간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와 같이 은유적이고 위트 있게 빗대는 것 말이다.

심장에 화살 맞았다!
맛의 느낌을 감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직업의 한 부분이라 그런지 먹는 제품의 광고를 유심히 보곤 하는데, 최근 TV광고 중 유난히 눈길을 붙드는 게 있다. 배스킨라빈스 31의 광고다.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의 맛에 호기심이 생기는 건 물론, 먹어보기 전에도 어떤 느낌의 맛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광고는 본편 이전의 예고편이 더 인상적이다. 소녀가 덤블링 위를 뛰어오른다. 노란 치맛자락을 상큼하게 흩날리면서. 뱅헤어에 발랄하게 묶은 포니테일 머리도 솜사탕을 눈앞에 둔 아이처럼 가만있지 못하고 사분거린다. 하늘엔 축포 같은 불꽃이 팡팡 터진다. 그때마다 소녀는 하늘로 까르르 웃음을 날려 보낸다. 이 신나고도 엉뚱스런 찰나의 장면에 입 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갈 즈음 2개의 문구가 흐른다. ‘인생은 짧고 바나나는 길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캔디맨의 연기도 톡톡 튀는 연기도 일품이다.’
순간 심장에 달콤한 화살을 맞은 듯한 기분! 눈으로 느껴졌던 상큼 발랄함이 가슴으로 전이된다.
이 15초간의 짧은 광고의 백미는 바로 그 위트 있는 카피다. 만약 ‘이 아이스크림은 맛있다’라고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면 느낌은 분명 덜했을 거다. 아이스크림은 톡톡 튀는 캔디가 들어 있는 바나나 맛이 날 거고, 그 맛이 곧 입 안에 감돌 것만 같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상큼한 바람 같은 음색도 강렬하게 귀를 사로잡는다. 본편을 보기도 전에 ‘파핑파핑 바나나 나나?’라는 허밍 같은 반복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입 안에 녹아 그 달콤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본편은 예고편에서 가졌던 호기심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담아 보여준다. 모티브는 소년과 소녀의 수줍은 첫사랑. 아마 그 순간은 바나나처럼 길고 감미로우며, 소녀의 입 안에서 톡톡 튀는 캔디처럼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들 거다.
이 광고는 오감을 기분 좋게 매료시킨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요소의 감각을 달콤하고 상큼하게 자극한다. 그래서 어느새 ‘파핑파핑 바나나’를 사러 갈지도 모르겠다. 광고 속 소녀처럼 신나고 흥분되는 순간이, 캔디맨을 만나고 파핑파핑한 바나나를 먹었을 때의 발랄한 기분이 불시에 찾아들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서.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