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4 : Advertising - 언어를 대신한 위트가 미래를 전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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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진 | <스타일H> 피처&리빙 수석 에디터 / sujin@design.co.kr
<노블레스> <나일론> 등의 잡지를 거쳐 현재 <스타일H> 피처 & 리빙 수석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너무 당연하겠지만, 요즘엔 모든 분야의 키워드가 ‘얇고 빠른 것’이다. 내부의 하이 퍼포먼스를 자랑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을 선보이는 전자 업계나 자동차 업계에서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데,
전 세계적으로 4도어 스포츠 세단이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 트렌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다. 4도어 스포츠 세단은 날렵하면서도 빠르다는 게 특징. 이런 자동차의 변화는 노트북의 진화와도 잘 맞물린다. 노트북은 얼마나 슬림하고 가볍게, 초스피드로 업무 효율을 높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미니멀한 자동차의 자태를 잘 빠진 몸매의 여성 레이서 모델과 같이 소개하는 것처럼, 노트북 한 대를 마치 가벼운 종이나 하늘거리는 레이스 소재의 원단처럼 잘 드러내는 광고도 있다.
초고층에 자리 잡은 전망 좋은 한 사무실, 세계적인 트렌드 피플을 모아두고 막바지 회의 준비 중에 한창이다. 유리창에 열심히 사진을 붙여가며 설명하고 있는 한 남성 뒤로, 세련된 오피스 룩의 발랄한 여성이 한 손에 무언가를 들고 또각또각 걸어온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나타난 여성으로 분한 신민아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유리창에 붙은 사진을 떼어버리고 투명 테이프로 무언가를 붙인다. 종이만큼 가벼운 중량감을 가진 듯한 그 무언가는 바로 노트북이다. 노트북 안에서 보이는 자료사진은 무한정.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한 이들은 열광하고, 신민아는 모든 이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LG전자 엑스노트 X300은 초슬림·초경량을 광고 모토로 내세웠다. 유리 테이프 하나로 이 광고는
긴 설명 없이도 모든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또 하나, 이 광고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재미있는 요소가 있다. 화면에서는 잠깐 스쳤지만 노트북에 담긴 프레젠테이션 내용은 ‘2010년 뉴 룩’이었다. 이 광고는 새로운 트렌드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디자이너의 작업 판을 그대로 컨셉트로 따온 것이 아닐까? 모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둔 패션 디자이너의 작지 안에 노트북이 쏙 들어가게 한 발상이 재미있다. 노트북 하나가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들이 모아 둔 ‘뉴 룩’에 대한 키워드인 것 같다.
그래서 이 광고는 단지 노트북이 얼마나 가벼운지를 설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올해의 패션까지를 아울렀다. ‘미래의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게 하는 것. 가장 미니멀해보이는 노트북이 유리창에 붙여지는 순간 2010년의 패션 키워드도 자연스레 머릿속에 연상된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트렌드.
엑스노트를 손에 들고 나타난 신민아의 룩도 역시, 최소한의 디테일만 살린 깔끔한 미니멀 패션이다. 미니멀리즘과 맞물리는 신민아의 ‘초미니 스커트’는 그녀의 손에 들린 노트북과 함께 단연코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마 엑스노트의 폭 만한 스커트 길이가 아닐까 싶다.
거장의 작품을 담아낸 모 광고처럼 이 광고는 지금의 트렌디한 요소를 적절하게 잘 배치했다. 짧은 광고 한 편으로 종이만큼 가볍고 얇은 노트북 이미지를 만들었으니,
다음 대안이 될 이미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