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2 : 도시 즐기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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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yclopedia _ 우리들의, 도시
   구선아 | NMMC사업부 EXPO팀 / koosuna@hsad.co.kr
NMMC사업부 EXPO팀 소속, 1.5년 차 디자이너.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노는 것도 돈 버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여봐란 듯이 하면서 사는 농익은 아트디렉터를 꿈꾸는 어설픈 디자이너.
 
도시 즐기기
 

도시, 대중적 감수성을 탄생시키다
유난히 지하철보다 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고, 내가 아는 누군가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누군가들도 그럴 것이다. 버스의 덜컹거림과 있는 힘껏 몸을 지탱하는 손잡이, 그리고 스르륵 밀려오는 멀미 기운이 내가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스 차창 너머로 버스정류장 곳곳에 보이는 포스터를 보며 이번 주말 볼 연극을 미리 점찍어 보기도 하고, 캘리그라피 간판의 엔틱한 커피 집 이름을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 두기도 하고, 쇼윈도에 걸린 2009 겨울 신상 구두 한 켤레를 디지털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건물 사이로 바쁘디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나의 mp3 음악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기도 할까. 그리고 이제는 서울은 물론, 도쿄·뉴욕·런던 등에서도 지하철보다 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아니 더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대중적 감수성의 시작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와 웹·모바일이 일상화되고, 데이터의 실시간 상호교환은 물론, 시공간을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이 일어났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 형태의 미디어 정보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문자·영상·데이터·음성이 통합된 환경으로 변화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모든 정보와 의사소통의 속도가 순식간에 이루어짐에 따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에 드는 것, 흥미로운 것이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문화적 요소, 오락적 요소가 중요시되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양상이 생활 영위의 기본단위인 공간과 도시에까지 영향을 미쳐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미디어 환경의 디지털화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출현시켰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실현되는 디지털 미디어는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새 장을 열었다. 여기서 디지털 미디어를 잠깐 살펴보면, 디지털 신호를 사용함으로써 다양하고 이질적인 정보와 다각적인 신호의 유형을 통합하고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상호작용성과 네트워크성을 가지며, 여러 종류의 디지털 정보가 한데 어우러져 복합매체로서 즉각적인 사용자의 반응을 이끄는 데 큰 의미를 둘 수도 있다.

대중과 디지털 미디어, 그리고 감성도시
기존의 공간은 인간의 수동적인 체험에 머물렀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적용한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기술적인 요소들과 미학적 연출로 대중의 감각을 자극하고 디지털 매체의 활용을 통해 적극적인 도시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대중의 눈에 많이 띄고 시선의 점유가 큰 간판과 건축 외피에서 시작되었고, 건축 외피의 자기감응적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유동적 시각 점유 개념은 최근 건축디자인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공공 시설물·공공 공간, 그리고 내부 공간 디자인과의 연계 등에도 확장되고 있다.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상호작용성은, 상호관입성으로 인해 외부와 내부가 이제 더 이상 매시간 똑같이 고정되어진 영역이 아니라 서로간의 공간적 범주가 동시적 지각이 가능한 투명적 경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발견되는 투명한 외피는 하나의 연속된 공간 정보와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한 소통을 상징한다.
이렇게 색 또는 빛의 변화를 통해 건축 형태 자체가 변화되어 보이는 시각적, 심리적 효과가 현재의 큰 경향이기는 하나, 여기서 더 발전해 도시와 건축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 사람의 시선 점유와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2차적, 3차적인 단계로 진입, 진화하고 있다.이러한 공간과 건축은 물리적 구조로서 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이미지를 만들고, 장소성을 갖게 하며, 시각적인 휴식과 유희를 주는 등 사회문화적 관계 속에서 정보성·유희성·예술성 등을 갖게 하였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지각대상이 정서적 색조를 가지고 감성적 어휘를 풍부하게 내포하고 있으며, 어떤 지각대상에게 표현적 또는 감성적 가치를 한껏 느끼면서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이유 있는 즐거움이 될 것인가.

감성도시, 감수성의 탄생
이렇듯 도시의 어느 것이 대중에게 시각적 자극과 촉각적 자극을 주고, 대중은 신체적인 온 감각기관을 통해서 그 자극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될 때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도시민의 체험과 경험들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즉 온 감각과 온 몸으로 도시를 느끼고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될 때 진정한 대중적 감수성은 탄생된다.
우리는 이제 도시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가지고 즐겁고 또 즐겁게 도시민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자. 도시 자체가 하나의 전시장이 되어 물리적인 수백 개의 텍스트를 하나의 비물리적인 비주얼로 매일 매시간 우리에게 던져질 날이 오고 있다.
단, 건축가와 디자이너, 도시기획가, 정부 정책가 등이 대중에게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것과 대중이 의도적으로 보려고 하는 것에 대한 차이를 두고, 대중의 시선 점유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관찰하는 등 대중의 니즈를 간과하지 않으며, 무분별한 장식과 기술이 사용되지 않도록 객관성을 높이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