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2 : Think Creative - 그럼에도 불구하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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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Creative _ Get Creative
   신숙자 | CD / sjshina@hsad.co.kr
몇 주간의 여행으로 일 년을 광고하며 삽니다. 여행하는 광고장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합니다. 폭스바겐은 이런 습관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일상에 약간의 재미를 더하는 거죠. 그 첫 번째 재미는 피아노 건반처럼 만든 계단, ‘Piano Stairs’입니다. 밟고 올라갈 때마다 계단에선 피아노 소리가 납니다.



하룻밤을 꼬박 샙니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장시간 회의를 합니다. 그래도 광고주와 의견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며칠씩 공들여 PT를 합니다. 그래도 결과는 우리를 속입니다. 열심히 시안을 만듭니다. 그래도 시안 상태로 생을 마감한 아이디어가 넘칩니다. 2009년이 턱에 걸린 지금, 우리는 여전히 불철주야 아이디어를 물고 늘어집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이디어 찾는 일에 열심입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에이터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아닌가 합니다.

광고에 ‘재미’를 붙이십시오
폭스바겐은 ‘Fun Theory’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일상생활에 약간의 재미만 더하면 사람의 행동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론. 그들은 Fun Theory라 이름 붙였습니다. 광고를 통해 몇 가지 실험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광경,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지하도가 보입니다. 물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계단보다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요. 걸어 올라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걸 알아도 말이죠. 폭스바겐은 이런 습관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일상에 약간의 재미를 더하는 거죠. 그 첫 번째 재미는 피아노 건반처럼 만든 계단, ‘Piano Stairs’입니다. 밟고 올라갈 때마다 계단에선 피아노 소리가 납니다. 밟는 곳마다 음이 다릅니다. 걸어 올라가는 행동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행위가 됩니다.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평소보다 66%나 더 많은 사람이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일상에 조금의 재미만 더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폭스바겐의 생각. ‘Fun’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폭스바겐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휴지통입니다. 사람들은 휴지통이 가까이 있어도 아무데나 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세상에서 속이 가장 깊은 휴지통: The world’s deepest bin’입니다. 휴지를 버리면 마치 벼랑 위에서 떨어뜨린 것처럼 한참을 슈웅~! 하고 소리가 납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도 휴지통 주위에 모여들죠. 재미삼아 길가에 버려진 휴지를 휴지통에 넣기도 합니다. 버린 사람도 보던 사람도 모두 웃습니다. 결과는 역시 대성공입니다. 평소보다 41kg이 많은 71kg의 쓰레기가 이 특별한 휴지통에 버려졌으니까요. ‘Fun Theory’, 참 기분 좋은 이론입니다.
폭스바겐은 차를 만들고 사람들을 생각할 때도 Fun이라는 기준에서 시작하겠지요. 우리 생활에 Fun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렸으니, 이제 Fun하게 차만 만들면 됩니다. 사람들도 폭스바겐을 보면 미소 짓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앞으로 폭스바겐이 또 어떤 발견을 해낼지 사뭇 기대됩니다.

오렌지가 당신에게서 4시간을 삽니다
오렌지는 유럽의 통신회사입니다. 통신회사답게 광고에서도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옵니다. 감동 혹은 신선함은 오렌지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번에는 Orange RockCorps 캠페인입니다. 미국에서 RockCorps라는 무브먼트를 진행해오던 단체와 손을 잡고 유럽에서의 RockCorps를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HipHop’편입니다. 한 무리의 청년들이 먼지 쌓인 농구장으로 들어옵니다. 농구장은 먼지로 뒤덮여 있지요. 청년들은 그곳에서 힙합음악을 틀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춥니다. 하지만 춤은 춤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춤을 추는가 싶더니 곧 농구장을 청소하는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는 새에 농구장은 깨끗해집니다.
“음악은 변화를 만든다. 이 청년들처럼 당신의 네 시간을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봉사하고, 두 장의 콘서트 티켓을 가져라.”
‘Give, Get given’이 이 캠페인의 테마입니다. “You can’t buy a ticket. You can't win a ticket. You have to earn a ticket.” 유명 뮤지션이 멋진 무대를 선보일 콘서트 티켓은 오직 그 4시간의 봉사를 통해서만 가질 수 있습니다. 오렌지는 음악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고 멋진 음악으로 보상해줍니다. 두 번째는 ‘Gothic’입니다. 쓰레기가 산재해 있는 바닷가에 펑크족들이 몰려옵니다. 조금 음산해 보이는 그들은 펑크음악을 틉니다. 역시 펑크댄스를 선보이지요. 하지만 이 춤 역시,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는 춤으로 발전합니다. 즐겁게 춤추다 보니 바닷가는 이내 깨끗해지고요.
세 번째는 ‘Electro’. 청소년들은 노인들이 소일하고 있는 Pub으로 향합니다. 이번엔 일렉트릭 음악을 틉니다. 음악에 맞춰 경쾌한 테크노 춤을 추지요. 그 동작은 절묘하게 유리창 청소를 하는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신나는 테크노댄스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창문은 깨끗해집니다. 고요하던 노인들의 표정에 미소가 생기죠.
이 모든 이야기들은 ‘Music makes a difference’에 맞춰져 있습니다. 오렌지가 낳은 새로운 변화입니다. 지역사회는 도움을 받고, 동시에 젊은이들은 즐거워지겠지요. 오렌지와 함께 하는 생활을 통해 오렌지와 가까워집니다. 현재 고객뿐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미래 고객이 됩니다.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캠페인이니 폭스바겐의 Fun Theory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합니다.



팀버랜드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팀버랜드’ 하면 왠지 산에 가거나 트레킹할 때 신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광고를 봐도 ‘탐험’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팀버랜드 프로’는 달라보입니다.
‘Workout’편입니다. 의인화된 팀버랜드 한 켤레가 등장합니다. 열심히 줄넘기를 하죠. 이어서 역기를 거뜬히 들어 올리며 운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쉬지 않고 열심입니다. 이렇게 지치지 않는 팀버랜드. 그 이유는 뭘까요? 답은 팁버랜드 프로의 테크놀로지에 있었습니다. 피로를 없애주는 기술이 있으니 내구력이 높아져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거지요.
‘Hammer’편은 더욱 위트 있습니다. 파리 한 마리가 팀버랜드 주위를 맴돌며 성가시게 합니다. 그러다 파리가 팀버랜드의 발등에 사뿐히 앉습니다. 팀버랜드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해머를 꺼내듭니다. 그리곤 사정없이 자신의 발등을 내리치죠. 매우 아플 듯하지만 비명조차 지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스틸로 된 발가락 보호장치 때문입니다. 뾰족한 못 위를 걸어도 괜찮고, 전기가 흐르는 전깃줄을 밟아도 거뜬합니다. 이 모든 게 팀버랜드 프로의 기술인 거죠.
‘Stay on your Feet’, 팀버랜드 프로의 컨셉트입니다. 당신을 하루 종일 건강하고 편안하게 하고, 나아가 삶에서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돕겠다고 합니다. 건강한 블루컬러의 이미지를 갖춘 팀버랜드 프로. 웹사이트를 통해 블루컬러들에게 Job을 찾아주는 일도 합니다. 여행가고 트레킹 하던 팀버랜드가 이젠 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일하는 건강한 블루칼라가 된 거지요. 이 Work Boots는 타깃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Tough Time에 맞는 Tough Boots라고 하면서. 이제 ‘팀버랜드’ 하면 건강한 블루컬러가 연상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광고를 만듭니다
광고가 사회적인 운동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공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TV 안에서만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그래서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이제 포화상태인 것 같은 빅아이디어. 하지만 매일매일 세계 곳곳에서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을 냅니다. 이 모든 아이디어들은 ‘이제 충분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하면 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생각한 크리에이터의 활약일 겁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새해도 다가옵니다. 아쉽게도 광고장이들에겐 바쁜 시즌입니다. 날로 새로워지고 신선해지는 수많은 아이디어들. 그 사이에서 빅아이디어로 반짝거리기 위해, 연말연시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는 늘 배고픕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