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8 : 크리에이티브한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Scene ② Thinking - 지금 해외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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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Study _ 크리에이티브한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Scene _
2. Thinking
   정상수 |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sangsoo@cju.ac.kr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TV 광고 프로듀서를 시작으로 오길비 앤 매더, 금강오길비그룹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아주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세종대, 서울예대, 경성대, 서울산업대 대학원 등에 출강했으며, 지금은 청주대학교 광고홍보학과의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잠자는 아이디어 깨우기》, 《데이비드 오길비의 어록》, 《씽킹 플레이어》, 《잘나가는 광고 만들기》외 다수.
 
지금 해외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티브 업무방식은 좋지 않고, 외국의 방식은 좋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광고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동안 10년은 우리나라 광고회사에서, 12년은 외국 광고회사에서 일해 왔다. 그로부터 얻은 경험과 관찰·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업무방식과 외국 광고회사의 방식을 살펴보고, 과연 앞으로 어떤 식으로 크리에이티브 조직을 운용하면 더욱 효율적인지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려 한다.

‘한국식’ 풍경
대부분의 우리나라 광고회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일한다.
사수와 조수가 함께 일한다: 일종의 느슨한 도제제도다. 경력이 있는 선배가 중요한 일을 하고, 후배는 그 밑에서 눈치껏 배운다. 매뉴얼이나 핸드북 같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후배에게는 눈치와 빠른 이해력이 관건이다. 옛날에는 있었지만, 요즘은 제작의 각종 기본적 노하우가 구전형식으로 전수된다. 능력이 뛰어난 선배에게 제대로 배울 경우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진귀한 필살기를 전수받을 수 있다.
CD가 여러 팀원을 데리고 혼자 일하듯이 일한다: 이 경우 아트디렉터·카피라이터·디자이너·프로듀서 등 모든 직능의 스태프가 한 팀에 모여 있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결코 채택되지 않는다. 오로지 CD의 아이디어만 아이디어다. 팀원은 그 또는 그녀를 위해 충실한 조수 역할을 한다. 생각이 올곧아서 좋지만, 인력의 낭비다. 유능한 인재들을 뽑아서 별 역할도 없는데, 굳이 그룹으로 모아 놓을 이유가 없다. 반대의 경우로, CD는 별로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획팀이 크리에이티브 일을 한다: 규모가 작은 광고회사나 우월의식이 넘치는 기획팀장에게 발견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믿음이 가지 않으므로 자신이 직접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낸다. 한 번 시작하면 재미가 있어 계속 하게 된다. 컨셉트나 방향을 정하는 일은 위험하므로 되도록 하지 않는다. 대신 직접 카피를 쓰거나, 힘없는 주니어 디자이너를 잡아 자기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그러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책임을 넘기면 된다.
크리에이티브 팀을 Pool제로 운용한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자신이 뽑아 놓고도, 아무래도 실력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어 중요한 일을 맡기기를 꺼린다. 옆 팀의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가 더 잘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래서 모든 크리에이티브를 한 방에 몰아 놓고 프로젝트에 따라 골라서 기용한다. 바쁜 사람만 계속 바쁘게 되어 있다. 안전하고 인기 있는 스태프만 찾으므로 몇 명 빼고는 놀게 된다.
한 프로젝트를 회사 내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동시에 시켜본다: 어디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르므로 동시에 모든 팀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방법이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자주 그렇게 한다. 한 팀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확률 상 안전한 선택이다. 실제로는 반대다. 동원된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들은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어 상부의 기대와는 달리 전력투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CD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티브 일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광고주가 전략방향의 결정이나 커뮤니케이션 컨셉트의 확정보다는 광고 아이디어 내는 것을 즐기는 경우다. 자신은 고등학교 때 문예반 출신이고, 대학시절 광고 동아리에서 활약하며 공모전에도 많이 출품해 봐서 크리에이티브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는 아이디어는 주로 모델 선정이나 촬영장소 제안 같은 실행 아이디어다. 촬영장에서도 편집실에서도 맹활약을 한다. 자신의 일에 철저하며, 크리에이티브 일을 너무도 사랑한다.

‘외국식’ 풍경
이제 외국 광고회사의 업무방식을 알아보자.
CD가 크리에이티브에 전적으로 책임진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외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말 그대로 디렉팅의 책임을 진다. CD의 나이와 경력에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보수와 대우도 우리와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크리에이티브 전 분야에 걸쳐 절대적인 결정권한을 가진다. 함께 일하는 기획 파트너와 광고주도 크리에이티브에 관련된 일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100%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자유를 누린다. 그 대신 일이 잘못되면 CD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영광과 추락이 한 세트다.
크리에이티브 시작하기 전에 플래너가 큰 활약을 한다: 플래너는 클라이언트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직업이다. 각종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전략을 결정하고 크리에이티브 브리프를 쓴다. 아이디어 내기 전에 광고주에게 먼저 브리프를 제시해합의를 받는다.
그런 다음에 CD와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브리프를 한다. 때로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컨셉트를 제시하기도 하므로 CD와 수차례 조율한 후 아이디어 개발에 들어간다. 오길비의 경우 옥스포드 대학 졸업생 중 상위 1% 안에서 플래너를 선발해 그런 중책을 맡긴다.
CD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기획 파트너와 광고주는 CD의 주장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믿어준다. 그리고 밀어준다. 물론 좋은 물건을 사려 하는 것은 본능이므로 싫은 아이디어를 거부할 자유는 있지만, 표현에 관한 한 CD의 결정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단순한 외주업체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양쪽에 모두 유리하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CD의 성공이 곧 기획팀장의 성공으로, 그것이 대행사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런 무조건적인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CD에게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적절한 위엄은 물론이고, 인문학적 소양과 마케팅 전반에 관한 지식, 타고난 세일즈맨십이 필요하다.
역할분담이 확실하다: 광고에 관한 한 모든 것을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제일 잘 한다고 과신하며 제한구역 없이 일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외국의 스태프들은 업무의 경계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모두들 지독할 정도로 개인적이어서 각자 자신의 힘과 책임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그렇다고 협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조사를 거친다: 인생과 마케팅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점이 있다. 한두 명의 직관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므로 예상 가능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 책임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조사결과에 맞추어 광고를 공식에 따라 만들어야 하므로 좋아하지 않는 시스템이지만, 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객관적인 조사는 늘 필요한 것이다.

내일의 풍경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티브 업무방식은 좋지 않고, 외국의 방식은 좋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또한 소개한 내용들은 과거와 현재의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생각할 때다. 광고회사의 미래형 크리에이티브 팀의 조직에 대해 생각할 때인 것이다. 몇 가지 제언을 한다.
CD에게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재량과 책임을 지금보다 더욱 확실하게 부여하라: 돈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러나 좋은 CD는 움직이지 못한다. 먼저 신이 나게 해 주면 돈과 돌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그 다음에 충분히 보상하거나 제거하라.
크리에이티브 팀의 업무공백을 줄여라: 3인 이상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현재의 CD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 한 명의 역할이 중복된다. CD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면 시니어 아트디렉터와 일하면 된다. 아트디렉터 출신이면 카피라이터와 짝을 지어주라. 외국 광고회사에서도 그렇게 하는 추세다. 환상의 복식조인 크리에이티브 듀오(Creative Duo)가 못 해낼 일은 없다.
제작을 적극 지원하라: 외국의 크리에이터는 크리에이티브만 한다. 우리나라 광고회사에서도 제작관리와 제작지원팀이 적극 돕지만, 행정업무를 지금보다 훨씬 더 덜어주어야 한다. 외국의 트래픽 매니저는 업무의 범위가 더 넓다. 우수 외부업체 확보 및 업데이트 등 제작에 관한 모든 행정업무를 책임진다. 그러므로 크리에이티터는 아이디어만 쏟아내면 된다.
외부 수혈을 다양하게 받으라: 가능하다면 영화감독·기자·시인·개그 작가·유행가 작사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면 아이디어가 좋아질 확률이 높다. 모두 여의치 않으면, 크리에이티브 팀에 대학생 인턴을 적극 영입하라. 싱가포르 오길비 사무실에는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꿈꾸는 인턴이 20명 이상 들락날락 하고 있다. 멤버는 계속 바뀐다. 책상과 의자는 당연히 없다. 그냥 아무 데나 끼어들어, 되든 되지 않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실행 아이디어를 구분하여 일하라: 광고주와 광고회사는 캠페인의 중심이 되는 코어 아이디어(Core Ideas)의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 그림을 못 그리고, 카피를 못 써도 상관없다. 낙서 수준이라도 좋다. 외국 회사처럼 크리에이티브 팀 내에 그림 잘 그리는 비주얼라이저(Visualizer)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디어 비즈니스(Idea Business)에는 아이디어 인간(Idea Person)이 필요하다.
광고주 요구에 맞는 조직을 구상하라: 광고주는 광고회사에 광고만 주문하지 않는다. 그런지 오래 됐다. 수 십 년 된 구시대의 조직으로 새 시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멋지게 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변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원화되어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 조직을 광고주의 요구에 신속하게 발맞추려면 역할을 확실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매킨토시도 모르고, 필름 카메라의 광학적 원리 같은 건 모르지만 엉뚱한 아이디어를 잘 내는 그룹, 매체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광고뿐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잡지 기사나 보도자료, 사보 기사 등을 잘 써내는 그룹, 컨셉트나 아이디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깨지지만 비주얼 표현 하나는 기막히게 하는 그룹, 아이디어는 내지 않지만 크리에이티브 행정과 진행을 전담하는 그룹, 디지털 미디어에 훤해서 광고주의 디지털 브리프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그룹 등으로 나누어 일해야 광고주로부터 전문가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 애썼지만, 크리에이터 출신의 시각이라 어쩔 수 없이 균형을 잃은 일방적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다만 다국적 기업에서 오래 일하며 배운 필자의 작은 경험이 우리 광고 크리에이티브계의 앞길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 만한 쉬운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시간이다. 광고주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예측하라. 그래서 거기에 맞게 ‘미래형’ 크리에이티브 팀을 먼저 탄력적으로 조직하고 운용하는 광고회사가 지속 가능한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