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좋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4대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도 저절로 광고가 되고, 저절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가고, 멀리 해외까지 갑니다. 어떻게 하면 바이럴의 힘을 지닐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매체를 개발할까…. ‘어떤 게 빅 아이디어일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역시 광고에도 편법은 없습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질 때까지 우직하게 파고드는 것. 시대가 변하든 상황이 변하든, 딱 하나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세계 광고계는, 그리고 세계 경제계는 묻습니다. 지금의 경제침체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혹시 기발한 답이 있을까 기대하면, 광고 전문가들의 답은 한결같습니다.‘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광고가 잘 나갈 때도 못 나갈 때도, 늘 아이디어에 목말라하던 크리에이터로선 김새는 대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늘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라… 결국은 그런 이야기지요. 시대가 변하든 경제가 변하든,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건 ‘아이디어의 힘’뿐입니다.
아이디어는 뱀파이어도 살려냅니다
미국의 케이블 드라마 채널, HBO. 올해는 <True Blood> 시즌 2를 방영하면서 새로운 홍보작전을 폈습니다. 뱀파이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rue Blood>. HBO는 이 드라마의 등장을 어떻게 알렸을까요?
<True Blood>는 드라마 속 뱀파이어 캐릭터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뱀파이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뱀파이어를 타깃으로 한 광고까지 만들었으니까요. Geico는 뱀파이어를 위한 보험상품을 소개하고, ECKO향수는 향기를 써서 사람을 유혹하라고 말합니다. 질레트는 치명적인 섹시함을 광고하고, 할리데이비슨은 태양보다 빨리 질주하라고 속삭이죠. 미니는 뱀파이어의 송곳니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보라고 합니다. 몬스터는 뱀파이어를 위한 직업을 구해주겠다고 하고요.
카피·그림 모두 뱀파이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뱀파이어만을 위한 특별 상품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브랜드들이, 구매력(?)이 없는 뱀파이어를 위해 만든 광고. 어찌 보면 난센스 같기도 합니다.
HBO는 광고가 없는 채널입니다. 아무리 시청률이 높아도 광고 하나 싣기 어렵습니다.
뱀파이어를 위해 광고를 만든 브랜드들, 대신 이런 연계 광고의 효과를 기대했겠지요. 그래서 아이디어는 더 절묘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통해 드라마를 알게 되고, 드라마를 보면서 브랜드를 떠올리기도 하겠지요.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를 만들고 예고편을 만드는 구태의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실제 브랜드와 연계해 만든 광고들.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은 스스로 발이 달려 해외까지 갑니다. 바이럴의 효과를 내는 거지요. 뱀파이어를 타깃으로 만든 광고가 <True blood>가 방영되지 않는 곳까지 가서 화제가 됩니다.
아이디어는 Wrangler에 반대합니다
2009년 6월 칸국제광고제. 랭글러가 인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습니다. 아버지 세대나 입는 카우보이 진으로 여겨지던 랭글러. 패션 브랜드로서 올드한 이미지는 치명적입니다. 젊은 스캔들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광고는 다소 기괴하고 컬트적입니다. 사람 안에 숨겨진 야성을 깨우라고 말하는 듯, 사람을 동물처럼 표현했습니다. ‘We are animals’라는 카피로 랭글러의 새로운 화두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랑프리를 받을 만한 광고인가, 비판 받았습니다.
그 때 눈에 띈 패러디 광고.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를 동물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전철을 기다리거나… 그리고 광고는 말합니다.
‘We are people…’
광고는 아니지만 생각에 재치가 넘칩니다. 랭글러를 풍자하기 위해 ‘wanker’라는 브랜드를 생각해낸 것도 그렇고. 으레 ‘바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단어이면서, 랭글러와 생김새가 비슷해 풍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있지요. 랭글러를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오리지널 버전인 랭글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Wrangler도 Wanker도 신선합니다.
아이디어엔 발이 달렸습니다
최근 온에어된 에비앙 생수 광고는 3B 원칙을 따랐습니다. 광고는 에비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라고 말을 겁니다. 그리고 어른 행세를 하는 아기들이 떼 지어 등장하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리듬을 타는 아기들, 배틀을 펼치는 아기들. 아기들의 움직임과 표정이 어른인 양 절묘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기들의 묘기에 빠져들 때, 광고는 말하죠. 에비앙의 미네랄은 당신의 몸속 젊음을 지켜준다고. 젊게 살라고. 결국 에비앙이 몸을 젊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습니다.
이 광고는 TV에서 몇 달 노출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이야기하고 소문내도록, 바이럴 효과를 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블로거들 스스로 광고를 퍼 나르고 찾아보게 하는 바이럴 광고. 인터넷에 올리고 웹상에 게재하는 것만이 바이럴이 아니라,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야말로 바이럴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새로운 미디어 찾기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결국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미디어가 될 수도 있다는 진리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광고는 유튜브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으니까요. 아기를 모델로 쓴다는 건 어쩜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높은 완성도가 광고를 살립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바꿉니다.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집니다.
아이디어의 힘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4대 매체에 등장하지 않아도 저절로 광고가 되고, 저절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가고, 멀리 해외까지 갑니다.
어떻게 하면 바이럴의 힘을 지닐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매체를 개발할까…. ‘어떤 게 빅 아이디어일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역시 광고에도 편법은 없습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질 때까지 우직하게 파고드는 것. 시대가 변하든 상황이 변하든, 딱 하나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