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02 : 창의성과 조직문화 ① 창의성 제고의 원천 - ‘다른 답’은 ‘틀린 답’과 다르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Strategy Study _ 창의성과 조직문화 _ 1 - 창의성 제고의 원천
   이문규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mlee@yonsei.ac.kr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후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소비자행동론, 브랜드관리론, 마케팅전략, 국제마케팅 등의 관심 분야에서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소비자행동의 이해> <마케팅원론> 등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다른 답’은 ‘틀린 답’과 다르다
 

최근 이외수 씨가 낸 단상집 <하악하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천재들은 이따금 '다른 답'을 창출해낸다. 그러나 무식한 채점관들은 ‘다른 답’과 ‘틀린 답’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 순간에 천재를 둔재로 전락시켜 버린다.” 이는 창의성을 생명으로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마케터들에게 깊이 와 닿는 이야기이다.



마케팅은 설득의 과학이다. 다른 상품과 차별화되지 못한 상품은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 성숙화되어가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불황기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의적인 아이디어(Creative Idea)와 혁신(Innovation)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구현해 나아가는 조직의 문화가 조성이 되어 있지 않다면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몇 가지 원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목표 소비자들의 욕구이다. 소비자 욕구의 채워지지 않은 부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 등은 항상 퐁퐁 솟아나는 샘물처럼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이미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 시장에 나와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동일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새로운 방법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시발점이 된다. 홈쇼핑을 통해 크게 히트한 댕기머리 샴푸를 보라.
나이가 들수록 빠지는 머리카락에 대해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탈모방지를 위해 무엇인가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댕기머리 샴푸는 이렇게 시장에 늘 존재해왔던 욕구에 대해 이를 충족한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마케터’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 기본이 바로 소비자들의 간절한 욕구이다.
창의력은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사고력에서 나오고, 관찰력은 자신의 인생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결국 물건에 대한 욕심, 즉 어느 정도 수준의 물질주의·소유욕·물욕·과시성향 등은 관찰력과 창의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물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잘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지금은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대기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번호표 기기. 얼마나 간단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인가? 이 기기가 없었던 시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던 때를 기억해보면 이 간단한 기기가 얼마나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 놓았는지를 알 수 있다.
애플 사에서 내놓은 아이팟 나노(iPod Nano) 3세대 모델을 보라.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손 안에 잡히는 것이 MP3 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나 정도는 갖고 싶은 상품 아니겠는가? 우리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자
같은 사물·사건이라 할지라도 항상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자. 그리고 같은 상품이라 할지라도 종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생각해 보라. 마케팅의 기본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20대 여성 소비자들이 목표시장이라면 그들의 입장이 되어봐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세계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H&M, Zara, Mango 등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을 보라. 패션을 젊은이들의 감각과 감성에 맞춤과 동시에 ‘속도’라고 하는 욕구를 충족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의 사고방식·고정관념·선입견·편견 등을 깨부수어야 나온다. 왜 ‘서커스’하면 우리는 사자가 뛰어다니고 코끼리가 일어서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가? 우리는 대개 우리가 보고 배우고 자란 것에 대한 전형성(Typicality)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서커스를 뮤지컬로 승화시킨 서크 드 솔레이(Cirque du Soleil)와 같은 창의적 아이디어는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업무 분야 간 기능적 협력 중요
이제는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엮어 나아갈 수 있는 조직구조와 문화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우리가 중요하게 깨달아야 하는 사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종종 소비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참여를 원한다.
프로슈머(Prosumer)·크리슈머(Cresumer)·트라이슈머(Trysumer) 등이 소비자 그룹을 만들어 끊임없이 소비자들과 대화해 나가야 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해본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개발하고 교류하며 유지해야 한다. 프로슈머 그룹은 비단 상품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 상품에 대한 구전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 소비자들이 이러한 프로슈머 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에 국내 화장품 회사나 생활용품, 아파트 건설회사 등이 이러한 프로슈머 집단을 잘 활용하고 있다. 결국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조직은 항상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창출되고 구현되기 힘들다. 기업에서는 몇몇 분야의 기능적 협력이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덴마크의 유명한 음향기기 회사인 뱅 앤 올럽슨(Bang & Olufsen, B&O)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예전부터 간결하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음향기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은 ‘대부분의 가전제품회사들이 기술을 개발한 다음에 디자인을 생각하지만, 우리는 디자인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디자인이 모든 상품개발 프로세스에 선행된다는 원칙이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대목이다.
혹자는 이러한 철학에서 이 기업이 상대적으로 제품 품질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이 회사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상품개발에 있어 기본 전제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는 ‘고문실(Torture Chamber)’을 만들어 신제품에 대해 수도 없이 많은 실험과 고문(?)을 가하여 이를 견디어 낼만한 품질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 회사에서 컨셉트 디벨로퍼(Concept Developer)를 두어 디자이너와 마케터 등 서로 다른 기능 분야의 사람들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이다. 교육 배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협력 하에 B&O는 현재까지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해오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나 아우디와 같은 세계 굴지의 제조업체와 손을 잡고 그들의 상품에 들어가는 음향기기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창의성을 고무하는 조직문화 키워야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무하는 조직문화이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존경 받는 3M의 경우, 기업문화 자체가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늘 고무하고 보상하는 분위기로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포스트 잇, 마스킹 테이프와 같은 실패작에서도 창의적인 용도가 개발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채울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그러나 같은 욕구라 할지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 역시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트렁크가 끌고 다닐 수 있는 가방으로 분리되는 폭스바겐의 컨셉트 카를 보자.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것은 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우리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이보다 편한 것이 있을까? 기가 막힌 아이디어이다.
끝으로 현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디자인 회사 IDEO를 소개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스탠포드 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라는 마을에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IDEO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1978년 데이빗 켈리(David Kelly)가 창업한 디자인 전문회사인데, 현재 디자이너만 500여 명을 두고, 매년 90여 개의 신제품을 디자인하며,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의 제품을 디자인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존하는 기업들 중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개발한 기업으로 손꼽히면서, 현재 전 세계의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많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ABC 방송의 요청에 따라 5일 만에 멋없고 쓰기 불편했던 쇼핑카트를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가 쇼핑카트를 가지고 쇼핑을 할 때 불편한 것 중의 한 가지는 계산대 위에서 물건들을 분류해 봉투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IDEO가 개발한 쇼핑카트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면서 물건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바구니에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계산대에서 수월하게빨리 계산을 마치고 물건을 싸서 나올 수 있게 되어 있다.
IDEO는 매킨토시의 마우스, 당뇨환자를 위한 인슐린 펜 등과 같이 획기적인 상품들을 발명하고 디자인했다. IDEO는 소비자의 감춰진 니즈를 파악해내기 위해 서베이와 같은 정량적인 분석보다는 관찰이나 개별면접, F.G.I, 브레인스토밍 등과 같은 정성적인 방법을 많이 이용했다. 특히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이들은 참여자 관찰과 브레인스토밍에 많이 의존했는데, 이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모습이나 가정에서 상품을 이용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후, 전문가들이 모여 그 관찰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신상품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이때 전문가 그룹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도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하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좀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창의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IDEO도 소비자들을 통한 실증자료를 기초로 여러 분야 간의 협력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Posted by HSAD